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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 끝난 아침, 정치보다 교육이 먼저 떠올랐다

– 경험 없는 리더, 왜곡된 교육, 그리고 한국 정치의 위기

by 무어

이번 대선을 보며 내내 마음 한켠이 무거웠다.

그 결과 때문만은 아니다.

나는 이번 선거를 통해 다시금 확신하게 되었다.

정치가 바뀌지 않는 이유는, 사람이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표 차이는 예상보다 적었고,

지역별 투표 성향은 과거와 놀랍도록 닮아 있었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많은 젊은 남성 유권자들이 여전히 자극적인 언어와 피해의식에 깊이 반응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런 모습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치의 문제가 아니라, 어쩌면 교육의 실패일지도 모른다고.

지난 10년, 아니 20년 동안 한국 사회는 오로지 '좋은 대학'과 '좋은 직장'을 향해 달려왔다.

그 속에서 인간에 대한 고민, 역사에 대한 성찰, 타인을 이해하는 감각, 철학을 통한 사유 능력은 점점 밀려났다.


생각하지 않는 시민은 결국, 생각하지 않는 정치를 만든다.

정치는 협상이고, 공감이고, 불완전한 진실들 사이의 조율인데 우리는 그런 정치를 이해할 능력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채, 그저 ‘승자와 패자’를 가리는 경쟁의 언어만 배워왔다.


특히 요즘 젊은 남성들 사이에 퍼진 세계관은 그 결과물처럼 느껴진다.

그들은 자신을 피해자로 인식하고, 여성과 사회적 약자를 ‘특혜를 받는 존재’로 오해한다.

정책을 따져보기보다는 감정에 먼저 반응하고, 현실을 직시하기보다는 SNS 속 분노의 메아리에 휩쓸린다.

더 걱정스러운 건, 이런 왜곡된 감정들이 정치적 권력으로 이어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준석이라는 정치인은 그 대표적인 사례일지 모른다.

그는 영리하고 말을 잘한다.

하지만 삶의 무게가 없다.

가족, 자녀, 조직, 갈등, 침묵, 인내...

그런 것들과 부딪히며 생겨나는 자기만의 철학이 없다. 그래서 그는 정치를 설득이 아닌 논박으로,

대화가 아닌 전투로 이해한다.

그리고 그것은 이 사회를 더 깊은 갈등 속으로 밀어 넣는다.


정치가 성숙하려면, 인간이 먼저 성숙해야 한다. 그리고 성숙은 단지 지식으로만 쌓이지 않는다.

경험, 감정, 기다림, 공감. 그 모든 것들이 쌓여서 비로소 한 사람을 깊이 있게 만든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말을 잘하는 정치인이 아니다.


더 깊이 들어본 사람.

더 깊이 체험해 본 사람.

더 오래 기다려본 사람.

그런 이들이 정치를 해야 한다.


나는 여전히 믿고 싶다.

사람은 삶을 통해 달라진다고.

지금 잘못된 자극에 빠진 누군가도

어느 날, 한 사람을 사랑하고, 책임지고, 실패하고, 일하고 도전하고 갈등하고 해결하면서…

그 과정을 지나며 달라질 수 있다고.

그런 사람 하나하나의 변화가 이 나라를 조금씩 바꾸는 힘이 될 수 있다고.


한 가지는 분명히 말하고 싶다.


삶의 무게를 견뎌보지 않은 이들이 리더가 되어선 안 된다.


그들의 말은 날카롭지만, 그 날카로움은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다.

정치란 사람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일이어야 한다.

그렇기에 정치는

사람을 깊이 이해하는 사람에게 맡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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