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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터포티 Apr 02. 2023

무정한 세금  다정한 세금 (4/4)

해설: 과세예고통지, 명의신탁 연혁, 세무조사, 세금대납, 과세전적부심사

1. 사건의 결론


명의신탁은 명시적인 합의가 아니라 묵시적인 합의만으로도 성립한다. 심지어 자신 모르게 자기의 명의가 용되었음을 사후적으로 알게 된  경우라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으면 묵인한 것으로 보아 사후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간주한다.


그런데, 김순영씨는 명의신탁 사실을 알고 있었고, 자신도 계좌이체를 해 주는 적극적 조력을 하였음을 진술하였다. 진술서에 서명도 했다. 이 대목에서 이미 게임은 끝이 난 것이나 다름없다.


타인이 서명했다거나 내 도장이 아니라는 주장은, 내가 명의신탁 사실을 몰랐을 때의 이야기이다. 이미 알았다고 한 마당에는 아무짝에도 소용없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 사건은 명의도용으로 결론 내리고 과세를 하지 않는 것으로 최종 결정되었다.




2. 과세예고통지란?


아직 세금이 확정적으로 부과된 상태는 아니다.


세무조사가 끝나고 나면, 조사 결과 얼마의 세금이 부과될 것인지에 대해서 납세자에게 통지를 해 주고, 이 통지에 이의가 있을 경우 과세전적부심사라는 것을 청구할 수 있음을 서면으로 알려준다. 이를 과세예고통지라 한다.


과세예고통지 대상임에도 통지를 하지 않아서 납세자에게 과세전적부심사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은 채 과세를 하게 되면 중대한 절차적 하자로 위법한 처분이 된다.




3. 2019년 이후 명의신탁에 대한 과세


이 사건은 2018년 훨씬 이전의 사건이다. 2018년 이전에는 명의를 빌려준 사람이 납세의무자였고 실제소유자는 연대납세의무를 지는 구조였다.


2018년 말에 세법이 개정되어 2019년 이후부터는 실제소유자를 납세의무자로 하도록 바뀌었다. 현실에서는 실제소유자와 명의를 빌려주는 사람은 갑과 을의 관계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쩔 수 없이 명의를 빌려준 을에게 납세의무를 지우는 것은 지나치게 과도하한 세무행정이라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있어왔고, 2018년 말에 법개정을 통해 개선된 것이다.


물론, 2019년 이후의 명의신탁도 여전히 증여세가 과세된다. 다만, 납세의무의 주체가 실제소유자로 바뀌었을 따름이다.   


만일, 이 사건이 2019년 이후에 일어난 사건이라면, 김순영씨(명의를 빌려준 사람)도 그 사장님(실제소유자 아닌 주식거래의 중개자)도 세금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해외로 도피한 제3의 실제소유자가 증여세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4. 세무조사받을 때 눈물로 하소연하는 것이 통할까?


확률이 높지는 않지만, 통할 수도 있다. 다만, 사건 자체에 대해서 뭐라뭐라 설명하면서 눈물로 하소연하는 것은 위험하다.


세법 지식과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넋두리처럼 하는 한마디 한마디가 세법적으로 어떻게 해석될 수 있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김순영씨도 세무조사관들을 만나서 "그가 그녀의 가족에게 얼마나 고마운 사람이었고, 그가 부탁한 것이 무엇이었고, 자신은 고마운 사람의 부탁을 들어주었을 뿐이라는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상당히 조리 있게 했다고 했는데, 본인이 생각하기에 조리 있었던 것이지 중요한 정보를 술술 흘려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밑줄 친 부분은 "명의신탁이 있었고, 자신도 적극 조력했다"는 진술을 한 것과 다름없다.


조사관들도 사람인지라 눈물로 읍소하면 흔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울기만 해야지 구구절절 이상한 이야기들을 해 버리면 봐주고 싶어도 봐주기 쉽지 않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조사관들과 만나야 할 때에는 사전에 전문가의 자문을 받기 바란다. 최소한 조사관들이 내미는 진술서에 서명은 함부로 하지 말기 바란다. 분위기 상 거부하기 힘든 상황에 처할 수도 있지만, 안 해도 된다.




5. 그 사장님에게 14억 원이 있었다면 그녀 대신 세금을 내 줄 수 있었을까?


그렇지 않다. 돈이 더 필요하다.


남의 세금을 대신 내주는 행위 자체도 증여로 본다. 이 사건에서 주된 납세의무자는 김순영씨이고 그 사장님은 실제소유자가 아니기 때문에 연대납세의무자도 아니었다.


즉, 사장님이 김순영씨를 대신해 증여세를 납부하는 행위는, (1) 사장님이 김순영씨에게 증여 (2) 김순영씨가 (1)번 증여에 대한 증여세 납부 (3) 증여세를 납부한 후 남은 돈으로 이 사건에서 부과될 14억 원 납부. 세법에서는 이렇게 단계를 나누어서 보게 되는 것이다.


이를 계산해 보면, (1) 사장님은 김순영씨에게 2,033,986,928증여 (2) 김순영씨는 2,033,986,928에 대한 증여세 633,986,928 납부 (3) 나머지 14억 원으로 이 사건에 부과될 증여세 납부. 이런 식으로 된다.


결국, 사장님이 세금을 내려고 한다면 14억 원이 아니라 20억 3천 4백만 원이 있어야 가능하다.


세금대납: 부모가 자식에게 증여를 하고 증여세까지 납부해 주는 경우에 흔히 볼 수 있다. 여기서 설명한 계산 방법이 참고가 될 것이다.




6. 과세전적부심사란?


과세전적부심사는 세금이 공식적으로 부과되기 이전의 납세자 구제 제도이다.


위에서 설명한 과세예고통지를 받으면,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납세자는 30일 이내에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 과세당국은 이 청구를 받으면 결정이 날 때까지 세금 고지를 하지 않는다. 그리고 국세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결정을 하고 그 결과를 청구인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과세당국도 30일 이내에 결과를 통지하게 되어 있다.


납세자가 30일 이내에 청구를 하지 않은 경우는 각하결정을 하지만, 과세당국은 30일 이내에 결정 및 결과통지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과세전적부심사 청구가 있는 건의 세금 고지는 결정이 난 후에, 즉 납세자가 졌을 때(불채택 결정) 또는 청구가 각하(심리를 안 하고 끝내는 것. 각하결정 후 바로 세금 고지함.) 되었을 때 하게 된다. 문제는 이 결정이 날 때까지 시간이 계속 흘러가고, 그 시간 동안 세금에 대한 이자 성격의 가산세가 계속 추가된다는 점이다.


세금이 클 경우는 몇 개월간의 이자비용도 만만치 않으므로, 조기결정을 신청하고 과세전적부심사는 청구하지 않는 선택이 현명할 수도 있다.


과세전적부심사 제도는 이자부담과 그 외의 몇 가지 이유로 인해 최근 들어 납세자의 이용률이 많이 떨어져 있다. 그 때문에 유명무실 해 진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있는 제도이기도 하다.



참고로, 세금이 고지된 이후에도 납세자 구제 제도가 있다. 이를 조세불복이라고 한다. 조세불복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이야기하겠다.




무정한 세금 다정한 세금

"끝"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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