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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터포티 Apr 04. 2023

한류스타에게 닥친 위기

세법이 보는 가치 vs 시장이 보는 가치

사실관계


한 때 우회상장이 유행했던 시절이 있었다. 아주 오래된 일이라 기억 못 하는 사람이 더 많으리라.


우회상장이 한창 유행할 때는 우회상장 이슈 만으로 주식이 급등세를 탔다. 묻지마 투자자들이 불나방처럼 었다. 유행이 한 2정도 계속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유행이 한 풀 꺾일 즈음해서, 손해를 본 사람들이 많아지자 여론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국세청은, 실제로는 OO지방국세청 소속의 조사팀에서, 우회상장을 한 번 손봐 주기로 한 모양이었다. 그런데, 과세 논리가 보통 사람들이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과는 괴리가 컸다


홍길동(가명): 해외에서 유명세를 크게 떨치고 있는 한류스타

A회사: 홍길동씨가 뜨기 시작할 무렵에 설립한 엔터테인먼트 회사. 비상장. 자본금 1억, 액면가 주당 1만원, 홍길동씨가 85% 대주주.

B회사: 2XXX년 사건 당시 좀 비리빌 했던 코스닥 상장사. A회사가 우회상장하는 데 있어 쉘(shell)이 된 회사.

C벤처: 해외 유명 벤처 투자회사 


당시 홍길동씨는 워낙 잘 나갔던 스타였기에 해외 유명 투자회사(C벤처)의 관심을 받게 되었고, 결국 C벤처는 A회사에 투자하기로 결정하였다.




조사팀의 과세


실제 우회상장은 A회사 유상증자, A회사 무상증자, B회사 경영권확보, AB 간의 표괄적주식교환 등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진행된다. 복잡하고 설명할 것이 너무 많다. 그러나 이 사건의 쟁점은 "최종적으로 하나의 거래가격이 시가였는지 아닌지로 귀결"된다.


C벤처가 A회사에 투자할 때 1주당 지불한 금액은 550만원이었다. 이 돈을 홍길동씨에게 준 건 아니고, A회사가 사용할 수 있도록 A회사에 준 것임. A회사는 그 대가로 주식을 발행함. 즉, A회사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임.


그런데, 조사팀은 "C벤처가 A회사의 유상증자에 50만원으로 들어갔어야 한다."고 결론짓고, 증여세 200억원을 홍길동씨에게 과세예고통지 하였다.


C벤처가 홍길동이 뭐 예쁘다고, 50만원짜리를 550만원이나 줬을까? 조사팀의 주장대로라면 A회사의 시가는 50만원인데, C벤처가 500만원이나 더 싸주면서 A회사에 투자했으니, C벤처가 완전 호구짓 한 것이라는 말이 된다. C벤처는 일반인들도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외국의 벤처투자회사였다.


조사팀이 A회사 주식의 시가를 50만원으로 판단한 근거는 세법상 비상장주식 평가방법이다.




문제가 된 세법상 비상장주식 평가방법


세법(상속세 및 증여세법, "상증법")에는 비상장주식의 평가방법에 대한 규정이 있다. 이 평가방법을 과세당국이 무조건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가를 확인할 수 없을 때 "보충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즉, 어떤 방법으로도 시가를 알기 힘든 경우 최종적으로 어쩔 수 없이 세법에서 규정한 이 방법으로 시가를 평가해서 과세를 하도록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규정은 시장과 괴리가 큰 경우가 많고, 과세당국은 자신들이 유리할 경우 무리하게 규정을 적용하려 해서 문제가 크다.



시장과의 괴리가 어떤 경우에 큰지 예를 한번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정확한 계산 아님. 계산 방식을 보여주는 것임. 세법이 이렇게 쉽고 만만하지는 않음. ^^)


(1) 회사의 순자산(자산-부채의 개념)이 1억원이고, 3년간 매년 1천만원씩 이익을 내고 있을 경우, 세법에 따른 보충적 평가방법으로 이 회사의 시가를 계산해 보면 1억원이 나온다. (이 회사는 세계 최고의 AI기술을 가진 젊은이들이 구글, MS 등에서 퇴사하여 세운 벤처회사라고 가정해 보자)


(1억원) X 40% + (1천만원/0.1) x 60% = 4천만원 + 6천만원 = 1억원


(2) 회사의 순자산이 1억원이고, 3년간 매년 20억원씩 이익을 내고 있을 경우, 세법에 따른 보충적 평가방법으로 이 회사의 시가를 계산해 보면 120억원 정도가 나온다. (이 회사는 명망 높은 경영컨설팅 대가인 90세 할아버지가 소일삼아 운영하는 컨설팅 회사라고 가정해 보자)


(1억원) X 40% + (20억원/0.1) x 60% = 4천만원 + 120억 = 120억 4천만원



당신이 돈이 무지 많다고 가정. (1)번 회사와 (2)번 회사의 지분 50%를 살 수 있다면, 각각의 회사에 얼마까지 지불할 의향이 있는가?


세법상 평가액은 (1)번 회사는 1억 (2)번 회사는 120억이다. 50%면 각각 5천만원과 60억원이다.


나 같으면, (1)번은 부르는 대로 지불할 수밖에 없을 것 같고, (2)번은 10억원만 달라고 해도 망설여질 것 같다. (1)번 회사는 성장성이 무한하지만, (2)번 회사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 휴지조각 같은 회사이다. 그리고, 연세가 90이시면.. 


할아버지의 건강상태를 보고 판단하시겠다고?

As you wish~


극단적인 사례처럼 보이지만, 실무에서는 이렇게 세법상 평가액과 시장에서 바라보는 가치가 현격하게 차이나는 회사들이 매우 많다.




판단


[판단기준]

우리 세법의 제1원칙은 "시가"이다. 즉, 시가가 있으면, 아래로 넘어가지 못하고 시가로 과세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상증법 60조 1항)

시가의 세법상 정의: 시가는 "불특정 다수인 사이에 자유롭게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에 통상적으로 성립된다고 인정되는 가액"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이 곧 시가라는 뜻이다. (상증법 60조 2항)

시가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 세법에서 제시하는 보충적 평가방법을 적용할 수 있다. 조사팀은 이 보충적 평가방법으로 A회사 주식의 시가를 50만원이라고 결정한 것이다.  (상증법 60조 3항)


당신은 이 사건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시겠는가?


이 사건에서 실제 거래된 가격은 550만원이고, 조사팀이 주장한 시가는 50만원이다. 그 차이에 대해서 조사팀은 홍길동씨가 이득을 봤다고 판단하고 증여세를 과세한 것이다. 물론 조사팀이 제시한 50만원은 세법에서 시가가 없을 때 적용하라고 규정한 계산 방법으로 산출한 것이다.


이 사건은 이해하기 힘든 과세였다.

외국의 벤처투자회사가 홍길동이 얼마나 예쁘다고 덤으로 500만원이나 더 주겠는가?

그 투자회사는 사실 일반인들도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회사였다.

자기들끼리 연구해서 목표 협상가격을 정하고 한국에 왔을 것이고, 실제로도 홍길동씨 측과 그 투자회사는 가격에 대한 협상을 진행하였다.


모르는 사람들이 만나서 흥정을 한 결과로 나온 금액이 "시가"가 아니면, 무엇이 "시가"이겠는가? 상증법 60조 2항에서 규정하는 시가의 정의에 부합한다.


그런데, 이 사건을 조사한 조사팀은 흥정으로 합의된 가격을 시가로 보지 않고, 세법에서 마지막 수단으로 적용하라고 규정해 놓은 방법으로 계산한 금액을 시가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 사건의 결론


한류스타 홍길동은 이 사건에 대해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하였다.


지루한 공방이 있었지만, 과세전적부심사는 결국 흥정으로 합의된 가격이 시가라고 판단하고, 채택결정(납세자 승)을 하였다. 홍길동씨는 증여세에서 해방되면서 사건이 종결되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는 좀 이상한 "후 토크"


조사팀의 저항이 예상외로 완강했던 모양이다.


그 일이 있은 이듬해, 그 조사팀이 속한 OO지방국세청 전체가 대대적으로 들고일어났다.


물론, 홍길동 사건의 결정을 뒤집을 수는 없었다. 이미 결정이 난 사안에 대해서는 또다시 조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법에 중복조사금지 원칙이라는 게 있음.)



OO지방국세청은 홍길동 사건과 비슷한 시기에 우회상장을 했던 회사들에 대해 일제히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서른 개 정도의 회사가 대상이 되었다고 들었는데, 정확히는 모른다.


그런데, 일반적인 절차의 세무조사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사전 통지도 없이 들이닥쳐서는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뒤로 물러나세요"로 시작하는 세무조사. 이른바 영치조사를 당한 회사들이 많았다. 다 그랬는지까지는 모르고, 내가 알게 된 회사는 다 그랬다고 한다. 증거인멸과 같은 이유가 있을 때에나 가능한 일인데, 그 회사들을 그렇게 다루어졌다.


그 회사의 주주들을 과세한 논리는 홍길동 사건 때와 완전히 같았다. 실제로 거래된 가격을 배제하고 세법으로 평가한 가격을 기준으로 주주들에게 작게는 몇 천만원부터 많게는 백억원 넘게 과세를 했다. 어림잡아도 총 과세액이 2~3천억원은 되지 않았을까 싶다. 더 컸을 수도 있고.


과세예고통지를 받은 주주들은 홍길동 때와 마찬가지로 과세전적부심사(줄여서 "과적")를 청구했다. OO지방국세청에서 과세예고를 한 것이지만, 금액이 커서 국세청 본청에 과적을 청구했다. 홍길동 사건의 경우와 같다.



이번에도 홍길동 때처럼 청구인들이 이겼을까?

이번에는 그 많은 청구인들이 한 명 열외 없이 다 졌다.



모든 사건을 동시에 처리한 것이 아니라 접수한 순서대로 심리를 했는데, 제일 먼저 들어간 1번 사건의 심리는 사상 유래 없는 긴 시간이 걸렸다. 의견진술 시간을 포함해서 동일 사안으로 과적 위원들이 세 시간 넘게 토론한 것은 전대미문의 일이었다.


과적 결정문은 페이지는 길었지만 내용은 간단했다. 실제 거래되었던 가액은 시가로 볼 수 없고, 세법의 보충적 평가방법이 시가이다.

- 끝 -



과세전적부심에서 납세자가 지면, 과세가 공식적으로 확정되어 통보된다. 납세들은 조세심판원, 감사원, 국세청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한 번 더 불복을 할 수 있다. 여기까지가 행정심이다. 여기서도 지면, 법원에 소송을 할 수 있다. 소송은 반드시 행정심을 거친 자 만이 할 수 있다. (행정심판전치주의라 함)



과세전적부심에서 한 명 열외 없이 진 그 납세자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행정심을 일제히 진행했다. 그리고, 전부 다 졌다.

모두가 다음 절차인 법원으로 몰려갔다.



법원에서는 어떻게 되었을까?

내가 들어본 사람들은 다 졌다.



최초의 사건. 한류스타 홍길동 사건에 대한 결정이 잘못된 것이었을까?

홍길동은 한류스타라서 국세청이 봐줬고, 다른 사람들은 홍길동만큼 유명하지 않아서 법원까지 가서도 진 것일까?

아니면, 다른 사람들의 사건은 홍길동 사건과 사실관계에서 차이가 있었던 것일까?



그렇지 않다.

홍길동 사건에 대한 국세청 과세전적부심사의 결정은 옳았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사건도 내가 아는 것들은 본질적 사실관계가 홍길동 건과 동일하였다.

당시 회사들이 적용한 우회상장 기법은 마치 한 사람이 기획하고 지휘한 것처람 다 똑같았다.




궁금하지 않은가? 나머지 사람들은 왜 법원까지 가서도 졌을까?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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