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픽사 스토리텔링
지난 글에서 [픽사 스토리텔링]에 대해 소개했다. 소개만으로 아쉬운 마음이 드는 만큼 책에는 좋은 내용들이 많았다. 그중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책의 첫 장에 첫인상에 대한 이야기다.
이야기를 시작하려면 첫 줄부터 독자를 사로잡아야 한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내 말 좀 들어봐! 이리 한 번 와봐!
궁금해서 못 견딜걸?
- 스티븐 킹
[픽사 스토리텔링]에서 가장 먼저 강조하는 내용은 바로 이것이다.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잡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의 집중력이 지속되는 시간은 평균적으로 8초라고 한다. 누군가 떠나기 전에, 등을 돌리기 전에, 계산하기 전에 무언가 가치 있다고 확신시키는 데 단 8초가 주어진다는 말이다.
- [픽사 스토리텔링]
그래서 8초 안에 첫인상을 강렬하게 각인시킬 수 있는 후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후크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기술이다. 그러니까 우리에게는 사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기회인 8초가 주어진 것이다.
물론 지금은 그보다 더 짧아졌을 수도 있다. 우리는 유튜브나 쇼츠, 릴스의 썸네일만 보고 판단하게 되니까. 그렇기에 더욱 후크라는 기술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짧은 시간 안에 어떤 후크를 던져야 사람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을까?
8초 안에 후크로 승부수를 던지려면 "만약에"로 시작하는 시나리오가 도움이 된다.
- [픽사 스토리텔링]
이 책에서는 "만약에"라는 질문 형태의 후크로 승부수를 던지라고 이야기하며 영화 [라따뚜이]를 예로 들었다. 영화 [라따뚜이]의 후크는 "만약에 프랑스 요리 전문가가 꿈인 생쥐가 있다면 어떨까?"라고 한다.
영화의 내용을 모르고 있다고 하더라도 꽤 흥미로운 이야기로 들린다.
'생쥐가? 어떻게? 응? 내가 지금 뭘 들은 거지? 그게 가능해?'라는 의문들이 후크를 듣자마자 쪼르륵 따라온다.
궁금증이 생기고 호기심이 생긴다.
이런 좋은 후크는 스토리텔링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될 수 있음을 알려준다.
궁금증을 유발하는 후크는 마법처럼 작용한다. 영화뿐만 아니라 회사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을 때나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도록 고객의 마음을 움직일 때도 다 통한다.
- [픽사 스토리텔링]
나도 글을 읽고 난 후 써두었던 아이디어들에 후크를 만들어 보았다. 어떤 이야기는 꽤 흥미로운 후크가 만들어졌지만 어떤 이야기들은 후크를 쓰기에 애매하거나 만들고 나서도 평이했다.
이렇게 직접 해보니 뭔가 아이디어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는 기준이 생긴 느낌이 들었다. 정말 생각지 못한 큰 도움을 받은 것이다.
그렇지만 조금 부족했다. 후크라기보다는 요약한 것일 뿐이라는 느낌도 들었다. 또 내가 정리한 후크들이 사람들을 사로잡을까에 대한 고민은 여전했다. 책에서는 그런 나의 고민을 해결해 줄 조언을 해주었다.
8초 안에 승부를 보려면 후크는 간단명료해야 한다. 사람들에게 확신을 주려면 얼마나 말을 많이 할지가 아니라 얼마나 말을 아낄지 고민해야 한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이런 말을 남겼다.
"단순하게 설명하지 못하면 그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 [픽사 스토리텔링]
그렇다. 후크는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는 간단명료함이 필요하다. 듣자마다 상상력과 호기심이 뒤따라와야 한다. 어떻게 이런 후크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나름 생각해 보았다. 짧은 식견으로는 두 가지 방법이 있을 것 같다. 하나는 내가 생각해 두었던 아이디어들을 "만약에"라는 질문이나 아주 강력한 문장으로 만들어 보는 것이다.
이건 내 아이디어에 대한 판단 기준이 되기도 하지만 아이디어에 무엇이 더 필요한 지를 가늠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되어줄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만약에"라는 질문으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만들어 보는 것이다. "만약에 길가의 돌이 나에게 세상이 멸망할 거라고 알려 준다면 어떨까?", "만약에 친구가 외계인이라고 고백하며 함께 자기 별로 가자고 한다면 어떨까?" 이렇게 연습 삼아 후크를 만들고 난 후에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불어 일으킬까? 상상해 보자.
사람들에게 호기심과 궁금증을 갖게 한다면 좋은 후크니까 그 후크를 통해 이야기를 만들어 보는 것이다. 여기에서도 문제는 발생한다. 내가 쓴 글을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보는 일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직접 부탁해서 의견을 물어보는 게 좋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면, 글을 쓰고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게으른 내가 종종 경험하는 일이다.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이곳저곳에 그냥 적어두기만 했었다. 어느 날 아이디어들을 정리하다 내가 끄적였던 글들을 보게 되었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읽은 그 글들은 더 이상 내 글이 아니었다. 나는 내가 쓴 글들을 읽으며 다른 사람의 글을 읽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낯설었다.
그래서 이 글들이 좋은지 좋지 않은지를 판단할 수 있었다. 쓸 당시에는 멋진 아이디어나 글귀라고 생각했었는데 다시 읽으니 너무 과장되거나 유치해서 창피하기도 했다.
글을 쓰고 난 직후에는 나와 글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 객관적인 평가가 어렵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글과 나 사이에 거리가 생겼고 그래서 내 글을 타인의 글처럼 읽을 수 있었다.
뭐- 그래서 나는 글 쓰는 일을 참 못하는구나 느끼며 글쓰기에서 멀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래도 꾸준히 아이디어들과 그때그때 생각나는 글들을 모아두었다. 간혹 좋은 글귀들을 쓰기도 했다.
나에게는 이런 시간을 갖는 것이 도움이 됐다. 물론 이 방법이 전혀 안 통하는 글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글쓰기에 한 발 들어선 나로서는 그런 어려움을 잘 모른다. 나름의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으니까.
초보인 내가 보기에 멋진 후크를 쓰고 그 후크들과 나 사이에 간격을 준 후에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지 확인했다면 이제 글을 쓰기 위한 아주 작은 첫걸음을 뗀 것이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후크를 만들었으니 가장 중요한 시작이라는 고비를 넘겼다. 하지만 이 후크만 가지고는 무언가를 할 수 없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후크를 스토리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다음 단계를 알려준다. 후크 다음은 로그라인이다.
후크는 스토리가 아니다. 후크는 스토리에 구미가 당기도록 만드는 일종의 맛보기 장치다. 후크를 스토리로 전환하려면 로그라인부터 만들어야 한다.
- [픽사 스토리텔링]
여기에서 말하는 로그라인이란 TV 드라마, 영화, 책 등의 콘셉트 및 방향을 짧고 간결하게 설명하는 것이라고 옮긴이는 부연 설명을 해주었다.
로그라인은 지난 수천 년 동안 스토리텔링에 사용된 네 가지 요소를 포함해야 한다.
1. 영웅
2. 목표
3. 한 가지 또는 그 이상의 장애물 (때로는 악당도 포함됨)
4. 변화
- [픽사 스토리텔링]
후크를 통해 좋은 인상을 만들었다면 이제는 세부 설정을 통해 이야기에 살을 붙여야 한다.
영웅을 설정하고, 영웅이 도달해야 하는 목표를 설정한다. 그리고 영웅의 목표를 방해하는 장애물을 설정한 후, 영웅이 장애물을 극복하고 변화하는 모습에 대한 이야기를 30초에서 3분 사이로 만들어야 한다.
로그라인은 30초에서 3분 사이에 말해야 한다. 심지어 한 문장으로 끝날 수도 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는 '엘리베이터 피치 elevator pitch'라고도 불린다. 엘리베이터에 거장 감독과 둘이 타게 되었다고 생각해 보자. 거장이 내리기 전 짧은 순간에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소개해야 한다면 어떻게 말하겠는가?
- [픽사 스토리텔링]
그리고 책에서는 로그라인을 비즈니에서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영화나 소설에만 로그라인이 있는 것이 아니다. 페이스북에도 로그라인은 존재한다.
자, 이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렇다면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더 많은 내용을 알고 싶다면 [픽사 스토리텔링]을 사서 읽어보기를 권한다.
글쓰기 초보인 나에게 이 책은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로 가득했다. 좋은 글귀만큼 늘어난 태그들로 책이 무거워질 정도로!
다음에도 책 내용을 토대로 글을 쓸 예정이지만 문득 책을 더 알려주고 싶고 내가 얼마나 도움을 받았는지 알려주고 싶어 이렇게 사족과 함께 사진을 올렸다.
+and..
[픽사 스토리텔링]에 대한 이용 요청을 승인해 준 출판사 [현대지성]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