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책방시점 인터뷰
좋아하는 걸 찾다보니 강화로 오게 됐어요.
안녕하세요. 저는 책방 시점이라는 공간을 운영하고 있는 '돌김'입니다. 강화도에서 살아온 지 6년 정도 됐네요. 강화도는 30대가 돼서야 처음 와봤는데, 제가 걷는 걸 정말 좋아하거든요. 도보 여행을 즐기는 편인데, 강화에는 제주 올레길처럼 '나들길'이라는 걷는 코스가 있어요. 지금의 배우자와 처음 데이트했던 곳이기도 한데, 걷다 보니 길도 너무 예쁘고 주변 풍경도 너무 좋아서 그 후로 자주 강화도를 찾게 됐죠. 여기는 산과 들, 바다가 있고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 풍경도 너무 아름답고 역사적인 층위도 다양한 곳이에요. 올 때마다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계속 오다 보니 어느새 여기 살고 있더라고요.
사실 논리적으로 계획을 세워서 온 건 아니에요. 전에는 인천에서 서울로 직장 출퇴근을 했는데, 10년 가까이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 "내가 정말 이 일을 좋아하나? 왜 이렇게 힘들지?"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마침 강화도를 자주 오가면서 여기서 살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인천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것도 힘든데 강화에서 서울로 다니는 건 더 힘들 것 같아서 고민을 했어요. 그때 주말이나 휴가 때마다 지역의 책방들을 많이 다녔거든요. 그러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 책방을 열고 사는 분들을 보면서 저도 그렇게 해보고 싶어졌어요.
알고보니 제가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더라구요.
제 전공은 신문방송학이고 원래 꿈은 기자였어요. 신문 기자로 5년 가까이 일했고, 그다음엔 협동조합에서 인사교육 담당 실무자로 4년 정도 일했습니다.10년 동안 남의 일을 해봤으니 이제는 제 일을 해보고 싶었고, 그게 제가 좋아하는 책을 다루는 일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강화에 귀촌하면서 집을 짓고 한켠에 책방을 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책방 시점을 열게 됐습니다.
제가 직장생활을 10년 가까이 하면서 일을 재미없어 하고 안 좋아하는 사람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 책방 공간을 꾸리고 제 일을 해나가다 보니, 제가 일을 굉장히 좋아하고 일에 대한 욕심도 많은 사람이더라고요. 그 차이가 뭘까 생각해 봤을 때,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야 동기부여도 되고 열심히 하게 되며, 잘하고 싶은 욕심도 생기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제가 원하는 방향대로 해 나가는 게 제 목표예요. 그 일이 꼭 돈을 많이 벌거나 유행을 따르는 것과는 관계없이, 제 본질에 맞게—제 결대로, 제 원래 모습대로—하는 것이 저에게 잘 맞는 것 같아요.
혼자보다는 함께 하는 삶
이주하기로 결심했을 때, 저 혼자가 아니었어요. 저와 짝꿍, 그리고 짝꿍의 직장 후배, 이렇게 셋이 함께 독서 모임을 꾸준히 해왔거든요. 우리 셋 다 원하는 전공과 일을 하고 있었지만, 모두 힘들고 지쳐 있었어요. 누가 강요해서 선택한 일도 아닌데 왜 이렇게 힘들까, 어떻게 하면 행복하고 재미있게 살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책 모임도 하고 여행도 다녔죠. 그러다 보니 공통점을 발견했어요. 우리 모두 강화도를 정말 좋아하고, 강화도의 책방이나 여러 공간들을 찾아다니는 걸 즐겼던 거예요.
그래서 "우리 셋이서 강화도에 살아보자. 재미있게, 우리가 원하는 대로 한번 살아보자"라고 생각했어요. 셋이니까 혼자보다는 돈을 모아 땅을 사고 집을 짓는 게 가능할 것 같았거든요. 그렇게 집을 짓고 살게 됐어요. 우리 이야기가 꽤 특이했나 봐요. 한 출판사에서 연락이 와서 우리 이야기를 책으로 담고 싶다고 하셔서 쓰게 됐어요. 마침 그때가 전통적인 가족이 아닌 사회적 가족이나 다양한 가족 형태에 관심이 많아지던 시기였거든요.
우리 집에 처음 이사 와서 잠을 잔 날이 2019년 2월이었어요. 그날 동네 분들이 환영해 주셔서 저녁을 사주셨는데, 식사 후 집에 돌아온 게 7시 30분쯤이었어요. 그런데 세상이 너무 깜깜한 거예요. 도시에서는 한겨울 7시 30분이면 여전히 불빛이 반짝이고 사람들도 많이 다니잖아요. 하지만 여기는 너무 고요하고 적막하고 어두워서 "아, 우리 진짜 시골에 왔구나"를 실감했죠. 원래 로컬 여행을 좋아해서 불편하거나 부족한 점들이 있을 거라고 예상은 했어요. 그래서 크게 어렵거나 힘들거나 불편한 점은 없었어요.
가을엔 책 한 권을 들고
사실 책이나 영화 같은 문화 콘텐츠는 개인의 취향이 중요하잖아요. 영화나 드라마 같은 영상 콘텐츠는 익숙해서 자신의 취향을 잘 알고 있죠. 하지만 책은 취향을 알려면 다양한 장르와 분야를 접해봐야 해서 진입 장벽이 좀 있어요. 처음부터 "내 취향은 이거니까 이걸 읽어야지"라고 하기엔 시간이 오래 걸려요. 그래서 관심은 있지만 막막하고 어렵다 싶으면, 여행 왔을 때 책방지기에게 "이런 것에 관심 있는데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까요?"라고 물어보세요. 책방지기들은 아무리 바빠도 열심히 추천해 주시거든요.
꼭 그 자리에서 책을 사지 않아도 돼요. 재미있는 건, 한 번 눈에 들어온 책을 다른 곳에서 또 만나는 경우가 있어요. 이렇게 두세 번 계속 눈에 밟히는 책이 있다면, 그건 읽으라는 일종의 신호 같아요. 또 다른 방법은 그 지역의 콘텐츠를 읽어보는 거예요. 우리가 강화도니까 강화도에 대해 이야기하는 여행 관련 책을 읽어보면 훨씬 부담 없이 볼 수 있을 거예요. 강화도의 가을 풍경이 정말 아름다워요. 지금은 벼 수확 직전이라 황금 들녘이 펼쳐져 있어요. 성곽길에만 올라가도 강화도 아래쪽의 모든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죠. 여유로운 공간들이 많아서 가다가 힘들면 주저앉아 시집을 꺼내 한 편씩 읽어도 좋고, 책을 읽기에 정말 좋은 곳이죠. 여행지에 가면 독립책방을 가시길 추천할게요.
'요즘 여행'을 소개하는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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