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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먼지 Nov 15. 2024

게임중독자들이 낮술을 먹으면 벌어지는 일

돔황챠(도망쳐)싸인을 무시하면 이렇게 된다고



남편은 퇴사 후 자유인이 되었는지 아픈 허리를 부여잡고 홍원항 왜목으로 낚시를 다니기 시작했다.

동생은 1년반째 백수로 열심히 자길 위한 삶을 열심히 살고있다.


이 두 진상이 어제 집을 또 시원하게 얼려버렸다는 가족스토리.


용산역으로 돈자랑하려고 내남편과 내동생을 굳이 평일 낮에 불러 비싼 소고기와 주점까지 쏘셨다는 그분.

지난번 나와 남편을 이혼각서 쓰게 만든 장본인 덕분에 아주 삶이 쫄깃했는데.
이번엔 나의 동생과 제부를 파탄 직전으로 몰고가려나보다.

라스트워 게임충들 셋이서 대낮에 2시에 용산에 만나서 술을 먹었다.
내 남편,
내 동생,
그리고 덕지라는 라스트워 또한마리 게임충.
정확하게 게임커뮤니티충.

게임충 맘충 식충

아무나 그런 충이라는 형용사를 얻을 수 없다.
"자신의 행실로 분명한 민폐를 상대방 또는 제 3자에게 끼치는 인간이하의 벌레같은 사회 암 덩어리 수준의 행실을 보인 사람"
나는 덕지,내 남편, 내 동생을 자신있게 게임충이라고 정의하겠다.

"여보 나 덕지형 만나서 술먹고 올게 쑥이랑."
불과 몇 달전만 해도 그 형 덕분에 덕지덕지 발에 락스 묻히고 나랑 이혼할 뻔한 우리 남편이 또 그를 만나러,
멀리 용산을 나갔다.
https://m.blog.naver.com/noregretting/223572621634

(이해를 돕는 용도)

그리고 본인은 멀쩡해보려 최선을 다했으나,
본인 친구를 막지 못했다.

나는 그렇게 평정심을 유지하려 했으나,
터진 쪽이 내 남편이 아닌 내 동생인 부분에 더 화가 치밀었던 것 같다.

그래서 신경 안쓰려다가 오후 4시에 전화한 내 동생(술에 취하지 않고서야 언니든 남편이 출근해서 일하는데 전화하는 미친년이 아님)에게 지금 뭔가가 잘못 돌아가고 있음을 느꼈다.


나는 원래 낮술 하는걸로 뭐라 하지 않는다.
왜?
먹을수도 있지.
근데 취해서 일하는 사람한테 전화질 하는 건
반칙이자나....
나한테도 와서 돌려버리고 카톡으로 경고했다.

이들 커뮤니티는 12월 28일에 연말모임을 계획하는 듯 보였고, 내 동생이랑 남편은 거길 가겠다고 나와 제부에게 얘기해놓은 상황에서
이 사단을 내고야 말았다.
지들 몸에 붙은 불에 이제 지들이 기름 부은 꼴이지.


나는 원래 낮술 하는걸로 뭐라 하지 않는다.


철이 없어도 많이 없는 내 남편은
그 남편이 더 애같다고 하는 내 동생과 친구다.
그래 니네 그래서 친했지.....
그래서 내가 이 꼴을 보고 있구나.
나는 그렇다 치자.
제부는 뭔 죄냐..

남들 뼈빠지게 일하는 오후 2시부터 마신 술에 취한 내 동생이
3시 넘어서부터 제부 회사에서 회의중인데 5분 10분 간격으로 전화해댔다고 한다.


정말 말도 안되게 소름돋는 평행이론은

내 남편과 동생이 패턴이 비슷하고

나와 제부가 그러하다는 것.


정치,종교얘기 싫어하는 남편.동생.

사회문제(고독사,부조리)관심많은 나랑 제부.

게임,외모(성향),헬스유튜브 좋아하는 남편.동생

성장유튜브,심리유튜브 좋아하는 나랑 제부.

앞으로 살 계획보다는 지금 현재를 즐기고 싶은 남편,동생.

그것보다 앞으로 해나갈 미래를 같이 그리는 걸 좋아하는 나랑 제부.

남편이 ISTP

동생이 ISFJ

내가 ENFP

제부가 INFP

N과 S의 극딜이 우리를 절정에 치닫게 하는 것 같다.



동생은 내가 큰엄마집에 얹혀살며 엄마를 뺏긴 분노와 서러움이 성인이 되어서도 잘 안풀렸다.
그도 그럴 것이 스무살부터 나랑 수원에서 살기 시작했을 때에도 자기랑 1도 차이없이 모든 걸 딸처럼 나에게 살가운 자신의 엄마가 많이도 미웠을 거다.
내 부모의 민폐가, 내 존재가,
내 동생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는 데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래도 서른일곱에 이 모습은 말이 안된다.


이제 어디부터가 내 잘못된 선택이었는지를 짚을 차례다.

10년 전에 동생이 저녁마다 술을 마시러 내 남편과 동생의  전남친 모임 사람들을 만나러 다닐때 얘네가 만나지 못하게 했어야 하는건가.
내가 독일 출장갔다와서 집으로 바로 오질 말았어야 했나.
친정아버지 경비하는 거 숨기라고 하던 결혼식 전날인가.
아들이 가게한다는데 나한테 "니가 꼬셔서 쟤가 한다고 하는거 아니냐 가게를?"이라고 추궁하던 때인가.
전여친이 간호사라 집에 링겔 놔주러 왔다고 하던 결혼 전 연애시절인가.
시어머니를 내 앞에서 못배웠다고 무시하던 그 몹쓸 언사를 보이던 때인가.
가게장사로 얼마를 벌고 세금이 보험이 얼마나 나가는지를 묻고 가게에 와서 아들만 고생하고 나는 노는것 같다는 말을 던지실 때였나.

그 수많은 돔황챠(도망쳐)싸인들이 있었는데도 고작 이틀 가출에 구구를 안고 있는 모습에 나약해져 남편을 버리지 못한 나 자신의 뚝배기를 20kg해머로 부숴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내가 고르고 고른 남자가,
 후레자식에 인성 빻은 쓰레기가 아닐 수 있게, 노력해줘.
내 바람은 그거 하나야."

이 노력을,
그가 지독하게 해주길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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