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타에서 첫 숙소로 Posada del Sol, 일명 태양여관을 점찍어두었었다. 태양여관은 인터내셔널 호스텔이지만 주인분이 한국분이다. 스페인어라고는 Hola 밖에 모르는 애가 살아남으려면 그래도 기초 스페인어라도 어떻게 배워야 하지 않을까 해서, 현지 대학생을 스페인어 과외선생님으로 연결시켜 준다는 이야기에 일단 한 달가량 머무를 생각이었다.
공항에서 만난 Leo와 택시를 타고 라 깐델라리아 지구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내린 시각이 이미 너무 늦은 터라 사방은 깜깜했고, 택시기사는 태양여관의 주소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Leo가 예약한 호스텔은 라 깐델라리아에서 어느 정도 유명한 곳이었는지, 택시기사가 그곳은 안다며 우리를 호스텔 앞으로 데려다주었다.
지도를 보면 분명 바로 근처였기에 걸어서 금방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아서 혼자 길을 나서려는데, 시간이 너무 늦었다며 Leo가 같이 찾아주겠다고 하여 함께 길을 나섰다. 이때만 해도 몰랐지, 남미 여행 전체에서 나도 모르게 내가 위험한 순간에 놓였던 적이 몇 번 있었는데, 이번이 그중 하나였다.
길을 걷는데 대부분의 건물들이 어두웠고, 저 멀리에 불빛이 비쳐 가보니 조그만 가게였다. 가게는 쇠창살로 가려져 있고 돈과 물건을 주고받을 수 있는 조그마한 구멍만 뚫려있었다. Leo의 짧은 스페인어와 손짓발짓으로 호스텔 위치를 물어보지만 결국 의사소통에 실패했다. 그저 보기 드문 동양여자아이를 신기해하며 싱글벙글할 뿐.
다른 골목으로 내려가보니 웬걸 긴 장총을 든 군인 여럿이 짝지어 보초를 서고 있었다. 얼굴을 보아하니 10대, 많아야 18살? 19살? 일단 공권력은 믿어도 되지 않을까 하여 길을 물어보았으나 그들도 웃음을 지으며 알아듣지 못하는 말로 이야기할 뿐 호스텔은 모르는 것 같았다.
고맙다며 지나가려는 순간 군인 남자아이가 뭐라고 이야기한다. Leo에게 물어보니 여기는 위험한 지역이니 빨리 안으로 들어가라고 했단다. 그러고 보니 아까도 어떤 무리가 지나가다 한 명이 우리 쪽으로 오더니 이 시간엔 위험하니 들어가는 게 좋다고 이야기했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