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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렙 Feb 09. 2024

holiday

나는 빨간 날이 싫어요!


 

크리스마스, 추석, 설 등 ‘빨간 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왠지 이 날은 의무적으로 행복해야 하고, 특별해져야 할 것만 같은 부담감이 들어서.

여느 주말과 똑같이 집에서 쉬기만 하면 왠지 모르게 ‘난 지금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은, 다른 가족은 이 시간을 행복하게 보내고 있을 것만 같아서.




‘아니잖아. 당신들도 나랑 똑같잖아. 막상 크게 할 거 없잖아!‘라고 혼자서 괜한 심보를 부려보기도 한다. 나만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게 아니기를 내심 바라면서.




나는 특별함을 좋아하지 않는다. 즐기지 않는다. 그래서 특별하지 않으면 소외감을, 더 나아가 심하면 우울감까지 드는 날은 피하고 싶다.




다른 사람들은 이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는지 궁금했다. SNS에 올라오는 게시물들처럼 파티를 하며 지내는지, 가족과 친척들끼리 모여서 싸우지 않고(!) 화목하게 시간을 갖는지… 아니면 나같이 여느 때처럼 평범하게 보내고 있는지.




모두가 이런 날들을 특별하게 보내고 있을 거라는 생각은 틀렸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꽤나 많았다. 내 주변에는 더 많았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부분에서 위안을 얻었다. 위로를 받았다. ‘아, 나만 그런 건 아니구나’ 싶어서.  






우리는 서로서로 특별함의 보편성을 강요받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있다. 모두 특별한 날에는 특별하게 보내야 한다는. 그게 특별한 게 아니라 일반적이라는 것을. 나도 그래야만 한다고.



그런데 말이다.



오히려 남들과 다르게 특별한 날도 평소처럼 내가 편안함을 느끼는 것들을 하며 보내는 게 더 특별한 게 아닐까? ‘특별한 날에는 특별해야 한다.’라는 생각에 갇히지 않고.



“길거리는 북적거리고,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넘치고, 다들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며 행복하겠지?” 혹시 이렇게 생각했다면, 그래서 기분이 다운되었다면,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모두가 다 그렇지 않다. 분명히.



이 시간에 푹 쉬면서 에너지를 충전하거나, 평소처럼 휴일에 하던 것들을 혹은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고 있는 당신의 시간이 더 특별하다.






명절 연휴를 앞두고 빨간 날이 싫다는 글이라니. 그런데 오해하지 마시라. 쉬고 노는 건 너무 좋아한다.



이번 명절 연휴는 너무 특별하게 보내겠다는 강박에 시달리지 않는, 말 그대로 ‘쉬시는’ 연휴 보내시길 바라겠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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