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부터 생활습관 개선하기
국제 생활습관의학 전문의 보드 자격증을 받으려면 시험 통과 외에도 생활습관의학을 적용한 케이스 보고가 필요했다. ‘환자를 만날 기회가 없는데 케이스를 어디서 찾지?’ 고민하다가 안내서를 자세히 읽어보니 본인이나 가족을 케이스로 삼아도 된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나 스스로에게 생활습관의학을 적용해 보기로 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지질 간이검사장비를 시중에서 판매하고 있었다. 장비를 구입하여 12시간 공복 상태에서 손가락 끝을 바늘로 찔러 나온 모세 혈로 지질 수치와 혈당수치를 측정했다. 혈압은 정상이었는데 공복혈당과 지질 수치가 정상 범위를 넘어 대사증후군에 해당하는 결과가 나왔다. 내가 대사증후군이라니. 두 아이 출산 후 아랫배가 조금 나와 있긴 했지만 평생 한 번도 비만 근처에 가본 적도 없었다. 충격이었다. 시험공부를 하면서 쿠키나 초콜릿 등 초가공식품을 종종 먹었고 주말에는 남편과 집에서 냉동실에 서 꺼낸 얼음 맥주 한잔하며 한 주간의 스트레스를 풀곤 했었다. 맥주 안주로는 치킨을 자주 먹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지만 당황스러운 마음은 가라앉질 않았다. 혹시나 내가 측정한 결과에 오류가 있나 싶어 보건소에 대사증후군 검사를 예약하고 보건소에 가서 검사해 보았다. 보건소에 가면 병원처럼 직접 피를 뽑아 검사할 줄 알았는데 내가 가진 장비와 유사한 간이검사장비로 검사하고 있었다. 결과는 여전히 대사증후군이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2주간 생활습관의학에서 권장하는 대로 식사와 운동 습관을 바꿨다. 자연식물식 식단*을 따르기 위해 하루에 3번 샐러드를 먹었다. 집에는 아이들이 학원에서 받은 설탕 가득한 음식들이 늘 굴러다녔다. 남이 준 음식을 버리기도 뭐해 찬장 안 바구니에 모아놓았는데 주말에 아이들과 부대끼다 보면 어느새 초콜릿과 쿠키에 손이 갔다. 간식이 보관된 찬장을 청소하여 되도록 눈에 띄지 않도록 정리했다. 생활습관의학에서 권장하는 운동량은 일주일간 중강도 운동 150분~300분, 고강도 운동은 75분~150분이다. 고강도 운동을 해낼 자신이 없어 2주간 목표를 중강도 운동 150분으로 정했다. 중강도 운동으로는 빠르게 걷기나 슬로우 조깅이 대표적인데 옆 사람과 말은 할 수 있지만 노래를 부르기는 어려운 정도의 운동을 말한다. 둘째를 아침에 유치원 버스에 태우고 나면 바로 집으로 가지 않고 슬로우 조깅이나 빠르게 걷기를 하루에 30분 동안 실천했다.
2주간 생활습관의학을 실천한 후 집에 있는 간이 검사기로 대사증후군 검사를 해보았다. 체중은 61.3kg에서 61.1kg으로 크게 변화가 없었는데 대사증후군 수치가 좋아졌다. 이렇게 짧은 기간에 혈액검사 수치가 좋아지다니!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먼저 혈압이 126/84mmHg에서 118/83mmHg로 감소했다. 2017년 미국심장학회 및 미국심장협회 보고서 ‘2017 성인 고혈압 예방, 발견, 평가 빛 관리 주요 가이드라인’ 에 따르면 정상 혈압은 120/80mmHg 미만이고 130/80mmHg이 넘으면 고혈압 1기로 본다. 수축기 혈압이 120~129인 경우는 혈압이 상승한 주의 단계로 본다. 2주 만에 수축기 혈압이 주의 단계에서 정상으로 바뀌었다. 처음에 공복혈당이 110mg/dL이어서 깜짝 놀랐는데 이는 정상 수치가 99mg/dL 이하이기 때문이다. 공복혈당이 높다는 의미는 인슐린 저항성이 생겼다는 뜻이다. 당뇨병 진단 기준은 공복혈당 126mg/dL인데 공복혈당이 100mg/dL에서 125mg/dL인 경우는 당뇨 전 단계이다. 공복혈당이 이 구간에 있는 사람들은 생활 습관을 개선하여 인슐린 민감도를 정상으로 회복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뇨 전 단계에 있는 사람들은 10년 이내에 50% 이상이 당뇨병을 진단받게 된다.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6명 중 1명이 당뇨병을 앓고 있고 4명 중 한 명은 당뇨병 전단계라고 한다.
2주 동안 평소 습관처럼 먹던 초콜릿, 쿠키 등을 안 먹고 조심했더니 공복혈당이 98mg/dL로 감소했다. 중성지방, 총콜레스테롤 수치도 감소했다. 나쁜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LDL 콜레스테롤도 정상 수준으로 떨어졌다. 위험인자를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LDL 수치가 160mg/dL이 넘으면 보통 의사는 고지혈증약을 먹으라고 권유한다. LDL 콜레스테롤은 심혈관질환을 유발하는 주요 물질이라 높으면 스타틴으로 대표되는 고지혈증약을 복용하는 것이 표준치료법이다. 혈관을 수도관으로 생각해 보자. 상수도관은 깨끗한데 하수도관은 이물질이 잔뜩 끼어있고 때때로 오래된 하수관은 막히기도 한다. 이처럼 혈관도 LDL이 높으면 막힐 가능성이 커지는데 심장에 있는 혈관이 막히면 협심증이나 심장마비가 생기는 것이다.
2주간 실천한 내용을 가지고 케이스를 작성하여 생활습관의학회에 제출했다. 한 달 후, 미국생활습관의학회에서 발급하는 국제생활습관의학 전문의 보드 자격증을 받았다. 자격증 수여를 알리는 이메일을 받으니 날아갈 듯 기뻤다.
“이번엔 제대로 찾은 것 같은데요!”
통쌤의 들뜬 목소리가 핸드폰 저편에서 쩌렁거렸다.
한해가 끝나기 전에 일단 시작이라도 해보자는 마음에 내용을 정리해서 통쌤에게 보냈다. 느린학습자는 챌린지를 진행하기에는 여러 어려움이 있어, 대상군을 4060 중년여성으로 잡았다.
하루에 몇 시간씩 운동한 것도 아니고 굶으며 음식조절을 극단적으로 한 것도 아닌데 2주간의 노력으로 대사증후군이 조절된다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지 않을까?
통쌤은 삼삼아씨 내에서만 할지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오픈하여 진행할지 결정하라고 하셨는데 아무래도 처음이니 삼삼아씨 내에서만 시도하기로 했다.
챌린지 형태로 기획하려니 신경 쓰이는 게 한둘이 아녔다. 기간은 14일로 하고 하루에 지켜야 할 리스트를 정해 보기로 했다. 동기 부여를 위해 환급형 챌린지로 정했다. 총비용은 14만 원으로 책정했다. 하루에 지켜야 할 항목 10가지 중 6가지 이상을 지키면 합격이고 합격한 날은 1만 원씩 환급액이 누적된다. 14일간 챌린지를 성실하게 진행하면 전액을 환급받게 된다.
웨비나 발표 자료를 준비해서 리허설 하고 업고 챌린지에 함께 참여했던 분들 앞에서도 발표 연습을 했다. 웨비나 당일, 삼삼오오 미라클에서 오전 5시에 발표를 했다. 참석자들이 새벽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진지한 태도로 발표를 들어주었다. 발표가 끝나고 원하는 사람들이 신청할 수 있는 구글 폼을 카톡방에 공유했다. 고맙게도 외견상 보기에 비만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분들도 신청서를 내주었다.
나의 시도는 어떤 항해를 하게 될까?
처음 생각한 바를 이룰 수 있을까?
어디로 갈지, 항로는 알 수 없지만 일단 배를 띄웠다.
여러 의문이 들었지만 망설이기보다는 행동을 선택했다.
시작이 반이다.
리커버 바디 챌린지가 시작되었다.
*자연식물식 (Whole-food Plant-based, WFPB) 식단은 주로 과일, 채소, 통곡물, 콩과류, 견과류 및 씨앗 등으로 구성되며, 동물성 식품은 제외하고, 비타민 B12와 때로는 비타민 D를 선택적으로 보충한다.
참고문헌
1. 자연식물식 솔루션: 식물성 식단의 치유력 및 웰니스. 미국생활습관의학회 연구위원회 편/이승현,이의철,김향동,권경희,김비로 역, 청아출판사, 2023.
2. Carey, Robert M., Paul K. Whelton, and 2017 ACC/AHA Hypertension Guideline Writing Committee*. "Prevention, detection, evaluation, and management of high blood pressure in adults: synopsis of the 2017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American Heart Association Hypertension Guideline." Annals of internal medicine 168.5 (2018): 351-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