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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리드스톤 Nov 12. 2023

강남 화류계에는 어른이 없다

보도 섀퍼의 "이기는 습관"

어느 날 유튜브를 보다 젊은 시절 강남 호스트바에서 이른바 "선수"로 일하다가 지금은 꽃가게를 하는 남자의 사연을 들은 적이 있다. 강남 유흥업계에 종사한다고 말하면 누구를 만나든지 늘 듣는 질문이 있다고 한다.


"유흥업소에서 일하면 정말 돈 많이 버나요?"


영화나 드라마에 흔히 나오는 이른바 이 사회의 실세들이 강남 뒷골목 지하에서 자신들만의 화려한 파티를 하는 곳이라면 거기서 일하는 사람은 적게는 매월 수천만 원, 많게는 수 억 원의 돈을 벌 수 있지는 않을까? 유튜브에 나온 이른바 호빠 선수 출신 말에 따르면 그렇게 많은 돈을 버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어지는 궁금증은, 그렇게 많은 돈을 번 그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어떻게 살아갈까? 호빠 선수 출신인 남자가 하는 말은 이렇다.


"강남 화류계에 절대 없는 것이 딱 하나 있는데, 그게 뭔지 아세요? 바로 그 세계에는 어른이 없습니다."


그렇다. 모두가 언젠가는 이른바 퇴물이 되어 그 세계에서 퇴출될 것을 알면서도 하루 벌고, 내일이 없이 사는 인생. 그곳에는 내일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말해줄 어른이 없다. 그리고 어른이 된 사람을 본 적이 없으니 오늘 당장 하루를 화려한 돈잔치에 불나방처럼 벌고, 쓰고 살아간다.


직장인들은 강남 화류계와는 다르다. 직장인은 저축도 하고, 연금도 챙기고, 나름 자기계발도 열심히 한다. 그렇다면 직장인들에게 어른은 누구일까? 이렇게 열심히 살았는데, 50대, 60대가 되면 정말 나는 한번뿐인 삶은 후회 없이 살았다고 뿌듯해할까? 그렇게 후회 없는 인생을 살려면 어떻게 할까?


40대인 나는 지난 몇 달간 어른은 찾아보는 노력을 해봤다. 내가 꿈꾸는 50대를 지금 현시점에 살아가는 벤치마크, 스승은 누구일까를 부단히 찾아보았다. 한 때 증권사에서 수 억 원대의 연봉을 받으면 업계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은퇴하신 분, 뛰어난 재테크 수완으로 강남 등 서울 주요 지역에 부동산을 매입하여 남 부럽지 않은 부를 이루신 분, 현재 대기업 임원으로 아직은 몇 년은 더 정정하게 버틸 수 있다는 분들까지 많은 분들을 만나 봤지만 내가 본 모든 50대들은 공통점은 "60대를 걱정하며 여전히 아등바등 산다."였다.


어느새 술자지에서 혹은 골프모임에서 서로의 자녀 나이를 물어보는 경우가 많아졌다.


"상무님은 첫 째가 내년에 몇 학년인가요?"

그중에 누구 한 명이라도, "저는 첫째가 이제 대학교 졸업합니다"라고 대답하면,

"아이고, 상무님이 이제 걱정 없으시겠네요. 자식들이 이제 졸업했으니 뒷바리에 들어갈 돈은 없겠네요."

내 귀에는 마치 "자식들이 이제 다 컸으니 당장 내년에 회사에서 나가라고 해도 걱정이 없겠네요. 제 자식들은 이제 중학교 입학인데 어떡하죠?"라는 말로 들린다.


40대는 자신의 50대를 걱정하고, 50대는 60대의 앞날을 걱정한다. 그렇다면 내가 본받아야 할 어른은 누구인가? 자식들 뒷바라지를 위해 55살까지 눈 딱 감고 버티고, 남은 여생은 그동안 모아 온 돈으로 또다시 절약하며 살아가는 인생에 탈출한 어른은 없을까?


"이기는 습관"의 저자 보도 섀퍼는 아마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너 스스로 어른이 되어라. 그렇지 않으면 쳇바퀴를 돌리는 인생에서 절대 탈출할 수 없다."

"너의 삶은 따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되는 것이다."


책에 따르면 인생의 터닝 포인트에서는 책의 챕터와 챕터 사이에 공백이 있듯이, 일시적인 공백기가 생긴다. 그리고 과거와 이별을 하는 용기 있는 결단이 있어야 인생의 다음 챕터로 넘어갈 수 있다. 결국 내가 생각하는 어른이란, 스승이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그것이 눈에 보여야, 그리고 어른이란 사람이 내가 가야 할 길을 알려줘야 미래에 대한 불안이 사라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는지 모르겠다.


평생을 부모와 학교, 그리고 직장에서 "너는 이렇게 살아야 돼"라는 평범하고 모범 답안 같은 인생을 사는데 익숙해져 버렸다. 그렇게 어느새 길들여져 있는 나는 새로운 삶을 도전하는 결단보다는 또다시 마음의 평안을 외부에 의지하고 싶어 했는지 모른다. 그렇게 또다시 스스로의 결정을 미루려고 하는 외부 의존적인 생각은 다시금 어른을 찾겠다는 환상으로 이어진 것인지 모른다.


그렇다면 강남 호스트바에서 호빠 선수로 일하던 남자는 어른을 찾아서 그 세계에서 탈출할 수 있었을까?


"호빠 선수들은 대기실에서 대부분 핸드폰으로 도박을 하거나, 돈 많은 스폰서를 찾기 위해 열심히 카톡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저는 대기실에서 책을 읽었습니다. 책에 어른이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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