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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셋진 Sep 03. 2023

8년간의 장롱 면허, 단 3주 만에 벗어나기 (1)

내겐 운전면허증이 있었다.

항상 신분증으로 주민등록증 대신 지갑에 넣어서 다니면 약간은 멋쟁이처럼 보이는 그런 운전면허증.

신분증 보여주세요 하면 나 운전면허 시험 합격한 사람이에요 라고 소소한 어필도 가능하며 술집에서 이따금씩 꺼내서 비추었던 딱 그정도.


운전면허 시험을 치고 2014년 2월 14일에 운전면허증이 내 손에 쥐어졌던게 기억이 난다.

운전면허 필기 시험은 전날 기출문제집 한 번 풀어본 기억과 더불어 여담이지만 하면 안될 것 같은 것을 고르면 웬만하면 답이었다.

필기는 그렇게 합격을 했고 문제는 기능 시험과 도로 주행을 해야 하는 실기 시험이었다.

과연 합격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기능 시험도 한 번에 합격했고 도로주행도 단 한 번에 합격했던 코 끝 시리던 2월의 계절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웃겼던 순간은 도로 주행하면서 나는 안전 중시라 속도를 굉장히 늦춰서 갔었는데 옆에 심사 위원분이 '아이고 제일 늦게 도착했네' 했는데 네비 음성 안내에서 '합격입니다' 울려 퍼지고 있었고 '근데 합격은 했네 빨리가소' 심드렁하게 말씀 하셨던 순간이다.

아주 자유롭게 운전하고 있는 현재에서 그 순간을 생각하면 심사 위원분은 거의 몇 십년을 심사 하셨을텐데 복장이 터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하.

그래도 합격했으면 된거 아닌가 !

나에게 주어지는 합격 목걸이를 안은 채 운전면허증 발급 후 외할머니 댁 가는 길 고속도로 운전을 한 번 했었는데 그게 마지막이 될줄이야.

이후로 나의 운전면허증은 먼지가 쌓여갔고 남들이 소위 말하는 '장롱면허'가 되어 7년동안 묵은지처럼 지갑에서 무르 익어갔다.


그동안 나는 차를 구매하지 않고 지하철이나 버스로 이리저리 힘든 내색 없이 잘 다녔다.

푹푹 찌는 여름이나 손 발 시려운 아주 막강한 추위를 자랑하는 겨울을 제외하고는 다니는데 크게 불편함도 없었다.

차가 있을 때의 그 순간을 전혀 상상하지 않은 채 살아갔다.


그렇게 30살 끝자락을 맞이하게 되었다.




어느 날, 내가 다니던 일터에서 직장 동료들 중 한 분이 타고 있던 차를 바꾸겠다고 하는 이야기가 오고 갔다.

차를 가지고 있던 동료분들과 심지어 자동차 회사를 다녔던 경험이 있는 직원분까지 있어 차에 대한 상세한 정보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고 있었다.

나는 차에 대해서는 나와 동 떨어진 것이라 생각해서 그동안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도 아니었고 무지했다.

구분할 수 있는 것이라곤 이게 국산차고 외제차다 이정도만 인지하고 있는 정도랄까.

어떻게 차에 관한 이야기를 이렇게 자세하게 할 수 있는걸까? 대체 차 구매는 어떻게 하는걸까?문득 궁금증이 들었다.

27살 때부터 나는 차를 과연 언제 운전하게 될까, 운전하게 된다면 나는 어떤 차를 타고 있을까? 물음표로 시작해서 물음표로 끝나는 생각들을 했었고 그 생각은 뇌리에 박히지 않고 흩어지기 일쑤였다.

막연하게만 생각했지 차 구매에 관하여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았음을 뜻한다.


나는 타닥타닥 업무 보고서를 쓰던걸 잠시 최소화 시켜놓고 인터넷을 키고 '2023년 차'를 무작정 검색해보았다.

그랬더니 렌토, 싼타페, 스포티지, 볼보, 니로 등 국산차들이 즐비했고 여러가지 외제차들의 사진과 가격이 간단하게 나왔다.

이렇게나 많은 차들이 나왔구나 하며 뻐끔거리는 금붕어처럼 오 하는 입 모양으로 하나하나 살펴보게 되었다.

그렇게 끊임없이 파도타기를 하다 보니 새삼 호기심이 생겼고 그럼 이런 차들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과정이 어떻게 되는지 자연스럽게 조사하게 되었다.


먼저, 차를 구매하는 과정은 아래와 같이 진행된다.


차 결정 > 지점 및 대리점 선택 또는 원하는 영업사원과 직접 연락 > 견적 확인 (추가 할 옵션 및 인도금, 할인액 등) > 가계약 (계약금 10만원, 신분증 확인, 명의 선택) > 인수 (결제, 보험, 번호판 선택, 차 세팅 및 썬팅, 블랙박스 선택 등) > 구매한 차 받기


순서를 보아하니 내가 먼저 타야 할 차를 고르는게 우선 순위인것 같았다.

나는 예전부터 승용차 보다는 SUV에 관심이 갔었는데 이 SUV라는 것도 찾아보니까 소형도 있고 준중형, 중형 3가지로 다양하다는 것을 이 때 깨달았다.

차의 세계는 정말 무궁무진하고 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구나 느끼며 나에겐 과연 어떤 SUV가 어울릴까 여러가지 클릭해보며 마우스를 바삐 움직였다.

이왕 SUV를 사는건데 소형은 너무 작은 느낌이고 그렇다고 중형은 나에게 과언 부담스러운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고 나는 준중형 SUV로 마음이 자연스레 갔다.

원래 구매할려고 전혀 생각했던건 아닌데 차를 구매하는 모의 과정의 첫 걸음을 니 괜시리 뭔가 설레었다.

업무시간에 이렇게 차에 대해 조사해보다간 뒤에 기다리고 있던 업무들에게 이리저리 치일 것 같아서 고개를 휘저으며 보고 있던 창을 껐다.


퇴근하면서 지상철을 타고 집으로 가는 동안 업무시간에 했던 차 검색 과정을 반복했다.

마치 인터넷 쇼핑처럼 내가 맘에 드는 제품을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살지 말지 고민하는 것처럼 혼자 뇌 속에 희망하는 차를 넣어 놓았다.

그러면서 곰곰이 나는 차를 언제 구매해서 타고 다닐 건지 곱씹어 보았다.

 면허증을 딴 건 2014년, 그리고 지금 지상철에 몸을 싣고 있는 건 2022년.


무려 도 수로 계산해보면 8년 아닌가!


내가 이렇게 운전도 안한 채 오랜 세월동안 면허증을 아껴두고 있었다니 갑자기 내가 운전을 시작하게 된다면 막막함이 앞을 가릴 것만 같았다.

왜냐하면 운전의 기본이라는 엑셀과 브레이크의 발 위치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 였으니까 말이다.

언젠가 나는 인생을 살면서 운전은 해야 할 것이고 내가 어디론가 혼자 가야 한다거나 대중교통이 닿지 않는 곳에 급하게 가야 한다면 운전 준비를 해 놓아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 생각들이 문득 들면서 이제 30대가 되고 물론 금전적인 부분이 부담이 될 수도 있겠지만 또 그에 반해 삶의 질이 높아지고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고 운전에 대한 경력을 미리 쌓아 놓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모두 다 만족할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에 없다.

뭐든 장단점이 있기 마련인데 나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선이라면 운전을 빠르게 시작해서 32살 정도에는 운전이 자연스러운 여장부 스타일이 되고 싶었다.

나의 차 구매에 대한 스타트는 이렇게 시작 됐고 운전면허증과 조금은 거리가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이렇게 호기심과 탐색의 돋보기로 시작한 차 조사가 어느새 차 구매로 나를 이끌고 있었다.

내가 선택한 구매 욕구였기에 기분 좋은 이끌림이었다.




차 구매는 마음 먹었으니 다음으로 차종과 컬러, 내부 및 외부 차 옵션을 자세하게 보기 시작했다.

참고로 차 옵션은 정말 수도 없이 많은데 나는 1차 인터넷 검색 및 유튜브, 블로그 참고 그리고 2차는 직장 동료분들의 의견을 참고하는 것이었다.

직장 동료분들 중에서는 차를 이미 몇 년씩 타고 다니는 경험자들이 많았고 이전에 자동차 회사를 다녔던 분들도 있어서 꼭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들을 참고해서 걸러냈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나의 가상 첫 차.


다음 과정은 이 차를 구매하기 위한 상세한 견적 정보 및 상담을 받으려면 어느 지점의 어떤 영업사원과 이야기를 하는 것이 맞을까 고민이 되었다.

차를 구매한다는 것은 큰 거금이 나가는 것이기도 했고 내가 인생에서 거대한 결정을 내리는 중대사의 느낌에 가까웠기 때문에 이 부분은 굉장히 신중하게 숙고했다.

심사 숙고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봤던 선택의 기준은 1순위 가격 및 차의 부가 구성품 포함도(블랙박스, 하이패스, 썬팅, 발 매트 등), 2순위 친절하고 상세하게 알려주는 영업사원이었다.

차 구매는 거액이다 보니 금전적인 부분이 가장 중요해서 내가 지불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의 효율을 뽑는 것이 중요했고 또한 처음이기도 해서 궁금한 것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문의 했을 때 어렵지 않게 내가 알 수 있도록 최대한 친절하고 상세하게 알려주시는 분이 필요했다.

2순위를 위해서는 아는 지인을 통해 받는게 가장 안전하고 좋은 방법일 것 같아서 수소문한 결과 회사 동료분들과 가족까지 차를 구매하실 때 컨택했던 차 딜러 분 1분과 친한 친구의 형부가 되시는 분도 차 딜러라고 하셔서 2분을 소개 받았다. 차 딜러분과 상담했을 때를 잠깐 풀자면 가계약을 하기 전 한 분은 내가 신분증을 보여드리고 잠시 계약이 망설여져서 계약을 보류하고 다음날 말씀 드리겠다고 했는데 알겠다는 답장을 하시고서는 가계약이 진행되었다는 본사의 공지 문자가 와서 당황스러움을 느꼈기 때문에 계약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했었다. 다른 한 분은 내가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려주시고 차근차근 진행해주셨고 1순위로 생각했던 가격이나 차의 부가 구성품을 앞서 말씀하신 차 딜러분 보다 많이 챙겨주시기도 해서 가계약을 함께 진행하기로 하였다.


그렇게 차 구매에 대한 가계약이 진행되었고 내가 구매 진행한 차는 하이브리드여서 당시 반도체 부품 문제로 1년은 남짓 기다려야 한다고 답변을 받았고 언제든 문의하면 대기 순번을 알려주신다고 하셨다.

2022년 5월에 첫 차 가계약을 완료한 뒤로 차를 구매했나 잊혀져갈 때 쯤 순위를 한번씩 체크했다.

2023년이 되었을 때, 반도체 수급이 조금 원활해져서 차를 빨리 받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2023년 3월 말이 되었다.

분명히 이 때까지만해도 3주에 1개씩 차가 생산된다고 해서 순번이 8번째라고 하길래 최소 24주는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니까 8월쯤에 나오겠거니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남은 개월 수가 아직 6개월이 남았으니 천천히 연수를 받으면 되겠다고 혼자 대충 계획을 짰다.


연수도 내가 그 전부터 생각을 했던 부분인데 받으면 과연 누구한테 받을까도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아버지께 받을까 생각도 했는데 가족들한테 받으면 싸운다는 여담도 많이 들었고 차 타고 다니는 친구들에게 받자니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하는 것보다 내가 어느정도 운전대를 잡아서 기본은 될 때 받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생각했던 방법은 차라리 돈을 주고 정말 전문적으로 연수를 받는 것이 나을까가 나에게 사실 가장 가까운 방향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나 차 딜러분께 연락이 왔다.

갑자기 다음달 초, 중순에 차가 완성될 것 같다고 하셨고 5월인지 재차 문의 했는데 4월달에 나올 것 같고 지금부터 3주 안에 완성된다고 보시면 된다고 하셨다.

갑자기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나는 아무것도 준비되어 있지 않았고 더군다나 연수를 꼼꼼하게 천천히 받을 생각이었는데 예상치 못한 순간이 발생했다.

차가 나오는건 너무 좋은 일인데 나는 그 반대로 차를 받는 것을 어떻게든 미룰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다시 한 번 문의 드렸다.

순번을 미룰 수는 없는건지, 차를 보관한다면 얼마나 맡아주실 수 있는지 등을 문의 드리니 순번은 다가오는 순간 받아야 하고 가계약을 새로 하게 되면 다시 지금처럼 기다려야 한다고 답변을 주셨고 차는 일주일 정도는 보관해주실 수 있다고 하셨다.


내 계획과는 완전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고 소식은 청천벽력 같았기 때문에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 고민의 늪에 빠졌다.


일단 차 연수에 관한 것은 차후 미루어 생각해보기로 고 그 이후에 진행된 사항에 관해 살펴보면 차 딜러분께서 차를 인수 받으셔서 결제와 보험에 관한 사항, 번호판을 선택하는 것이었다.


결제 진행은 어렵지 않았지만 문제는 차 보험이었다.

차를 구매하는 것도 처음이지만 차 보험을 드는 것도 생판 처음이었고 어떤 보험이 좋은지 조차 무지했다.

당시 그 기간 때 등산을 같이 하러 다닌 지인들이나 직장 동료들, 친구들과 같은 주변 사람들에게 어떠한 보험들을 들고 있는지 대화를 늘여 놓았고 핵심적이고 중요한 부분들을 체크했다.

그리고 아버지가 차를 타신지가 수십년 째고 무사고이시며 들고 있으신 보험에 대하여 여쭤보니 나도 그걸 들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어서 그 보험을 선택했다.

보장 받는 부분 지인들에게 들었던 정보와 모르는 부분은 인터넷에 검색을 해서 찾아가면서 하나하나 체크해서 넣었다.


차 기본 보험 외에도 운전자 보험이라는 것도 있는데 차 기본 보험에서 보장해주지 않는 항목들을 운전자 보험에서 보장을 해주고 있었고 필수 사항은 아니지만 드는게 좋다는 부분도 인식하게 되었고 보험은 기본 자동차 보험, 그리고 운전자 보험 총 2가지를 들게 되었다.


다음으로는 번호판 선택이었다.

번호판 선택은 차 딜러분께서 번호를 10개 정도 선택해서 주시면 내가 그 때 바로 실시간으로 골라서 선택하는 것이었다.

나는 이 부분이 가장 신기하고 설레었다.

어떻게 보면 차에다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주민등록번호처럼 신상정보를 입혀주는 이기 때문이다.

차 딜러분께서 10개의 번호를 보여주셨고 나는 나름 의미있게 아버지 차 번호가 3개 들어가는 번호를 선택했다.

물론 숫자 2개가 동일하게 들어가는 것도 있고 외우기 쉽고 보기에 편안하게 보이는 번호판들도 있었지만 아버지 차 처럼 안전하게 운전하고 싶다는 의미로 그 번호를 선택했다.


정말로 내가 가상으로만 생각하던 차가 내 눈 앞에 반짝거리는 영롱한 모습으로 서있는 모습은 상상이 되지 않았지만 현실로 이루어졌다.


내가 이 차를 몰고 다니기 위해 차를 직접 받기 전 나의 3주는 어땠을까?

8년간의 장롱면허를 마치고 3주만에 나의 첫 차 운전대를 잡게 된 이야기는 다음 이야기에 전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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