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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괜찮아 Mar 19. 2024

1991년 3월   

미국으로 가는 길 

그녀는 지난 1월 텍사스의 오스틴 (Austin, Texas)을 갔었다. 그 도시를 33년 만에 다시 방문한 것이었다. 그 도시에서 3년 반 동안 있었지만, 의외로 기억나는 것이 별로 없었다. 그녀가 오스틴에 있던 당시 오스틴은 텍사스 주립대학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중심의 도시였다. 지금은 델컴퓨터나, 삼성등 디지털 기업들이 많이 들어와 인구 100만이 되어가는 큰 도시가 되었다. 예전에 다녔던 대학 캠퍼스를 둘러보았다. 본관 건물 외에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  도서관도, 그리고 그녀가 공부했던 교육대 건물도 그리고 남편이 공부하던 경영대 건물, 그래서 자주 갔었던 건물인데도 모든 것이 가물가물하다.  이제 돌아보니 그녀에게 상당히 중요한 시기였는데 그녀는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바빠서?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 


그녀의 나이 이제 62세. 참 애매모호한 나이이다. 할머니도 아니고, 아줌마도 아니고. 아니면 그 두 개 모두 다일수도 있고, 무언가 새로 세팅을 해야 하는 나이인 것 같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기억의 편린들을 따라가 본다. 그냥 지난 세월 속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 그달의 기억의 실마리를 풀어보기로 하였다. 


1991년 3월 그녀는 당시 6개월 된 딸과 함께, 6개월 먼저 미국으로 유학 간 남편을 따라  처음으로 미국 땅을 밟았다.  1986년, 그녀가 결혼할 당시 이미 그녀의 남편은 석사를 마치고 유학을 준비하고 있었다. 시골에서 자란 그녀와 그는 외국에 나간 경험이라고는 전무하였다. 가능한지도 모르고 그냥 막연한 꿈이었다. 하지만 회사에 다니면서 틈틈이 준비하여, 그는 입학허가를 받았다. 그가 90년 가을 학기에 맞추어서 떠나야 했다. 하지만 그녀는 아이 임신 마지막 달이라 비행기를 타는 것이 허락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여고 국어선생으로 근무하고 있었던 그녀는 한 학년을 마저 끝내주고 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다음 해 3월,  그녀는 6개월 된 딸 함께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신혼여행 때 제주도 가는 비행기를 탄 이후로 국제선을 처음이었다. 델타 비행기였고, 한국인들보다는 외국인들이 많았다.  그녀는 분유를 넣은 병과 그 세척을 위한 도구들이 든 가방을 가지고 탔다. 아이에게 우유를 주려고 핫 워터를 부탁했다. 지금 생각하니 warm water라고 해야 하는데 hot이라고 하니 승무원이 이상한지 몇 번 반복해서 묻더니 hot water를 가져다주었다. 그 뜨거운 물을 받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았다. 물이 어느 정도 식은 후 분유를 넣은 병을 꺼내려 가방을 열자  마늘 향이 코를 간질렀다. 한국에서는 전혀 인식하지 못했던 향인데... 그때 그녀는 알았다. 그녀가 한국을 떠나고 있음을.


포틀랜드에서 달라스, 그리고 오스틴을 6개월 된 딸을 안고 가는 여정을 육체적으로 힘들었다. 하지만 새로운 삶이 그녀의 앞에 펼쳐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 당시 그녀의 삶의 키워드는 미국이었다. '너 미국 간다고?' '미국 가니 좋겠다' '미국 유학생 부인들 힘들다던데' 등등 나를 보는 사람들이 건네는 인사에는 반드시 미국이란 단어가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숨은 키워드가 하나 있었다. 아이/육아였다.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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