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저녁, 콜을 잡았다. 벤츠였다. 손님은 멋지게 차려입었다. 나와 비슷한 나이의 젊은 차주였다. 차를 타고 시트를 조정하려 했지만 시트조정기가 없었다. 어떻게 하는 줄 몰라서 손님에게 물어보니 약간 불안한 목소리로 차문에 있는 조정기로 조절하는 거라 설명해 준다. 기어를 잡고 출발하려 하니 이번에도 기어가 없었다. 다시 한번 물어보니 와이퍼를 조절하는 곳에 기어 조종대가 있다고 알려준다. 친절은 없지만 일의 목적을 위해 답답함을 느끼며 상세히 알려주는 태도가 ENTJ로서 내가 하는 행동과 비슷했다. 벤츠라는 차, 두 번의 당황과 손님의 태도에 주눅 들었다. 그래도 ENTJ가 누구인가 첫째도 일 둘째도 일이다. 마음 따윈 개의치 않고 해야 할 일을 하는 데 집중하는 사람이 아닌가. 출발하기 전 손님의 '아 나 형 불안한데 운전 얼마나 해봤어요'라는 멘트에도 자차는 따로 있고 1년 정도 해보았다고 했다. 적은 편에 속할지는 모르나 그래도 아해 생초짜는 아니라는 의미로 딱 잘라 말했다. 자동차 패널에 손님이 찍어준 구글 내비게이션을 따라 이동하기 시작했다.
아, 그런데 길을 두 번이나 잘못 었고 정지해야 될 때를 놓쳐 손님이 정지하라고 말해서 급제동을 했다. 반복된 실수에 나도 모르게 변명을 했다. "너무 죄송합니다. 오늘 7건이나 했는데 이런 적이 처음인데" 그러자 손님은 내게 "뭐라 하는 게 아니잖아요, 알려주는 거잖아요"라고 해서 "네 알죠 알죠 아 너무 죄송해서.."라고 하였다.
변명이나 하고 전혀 ENTJ 같지 않았다. 부끄러웠다. 이 것은 내 실력에 대한 부끄러움이다. 첫째로 손님을 불안하게 했다는 것, 둘째로 손님이 불안하고 있는 상태에서도 제대로 운행을 못했다는 점이었다.
해결방법은 간단할 지도 모른다. 하나. 유튜브에서 외제차들의 좌석세팅/기어에 대한 영상을 보고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것 둘. 손님이 틀어준 구글 내비게이션에 익숙해지는 것 또는 나의 내비게이션을 사용한다 양해를 구했어야 됐다는 것.
실력이 안돼도 먹고살아야 하기에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던 내가 가여워지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