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것은 어렵다.
사실 여기엔 숨겨진 말이 있다.
(남에게 보여주려는) 글을 쓰는 것이 어려운 것이다.
나만 보는 일기장에 오늘 있었던 일이나 그로 인해 느꼈던 나의 감정을 줄줄 써 내려가는 것은 어렵지 않다.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나만 보는, 나의 속마음을 누구에게도 들킬 일 없는 비밀이 보장된 일기장에 쓰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이 본다고 생각하면 그때부터 얘기는 달라진다.
책을 읽고 쓰는 독후감이든, 내 생각을 두서없이 적는 일기장이든, 생생한 여행기든, 그때부터 글 쓰는 게 어려워진다.
띄어쓰기나 맞춤법 같은 형식적인 것도 신경 쓰이기 마련이지만 내용은 더더욱 쓰기가 힘들다.
막힘없이 글을 쓰던 나는 어디로 가고, 버퍼링이 걸린 로봇처럼 쓰다가 멈췄다가를 반복한다.
혹여나 나를 아는 사람이 내가 쓴 글을 볼까 봐 부끄럽기도 하지만 생판 모르는 남이 본다고 해도 내 얘기를 솔직하게 쓰는 일은 망설여지는 일이다.
언젠가부터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었다.
꽤 오래전부터 그런 마음을 품었지만 당장 나에겐 그럴 시간이 없었다. (핑계다.)
학생일 땐 공부를 해야 했고, 대학생일 땐 취업준비를 해야 했고, 취업을 하고 나서는 적응을 해야 했다.
그렇게 미루고 미루었다.
항상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잔뜩 읽으며, 글을 쓰는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만 해왔다.
그리고 어느새 나는 서른이 되었다.
서른이 되니 더 이상 하고 싶은 일을 미루면서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시작을 미루기만 했는데 이러다가는 영영 시작도 못 해보고 내 삶이 이대로 끝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올초, 2024년은 나에게 '도전, 변화, 그리고 성장'의 해가 될 거라고 정했다.
생각만 많은 나에게 이것저것 일을 벌여보고, 일단 시작하는 도전의 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으로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삶.
일단 뭐든지 하면서 성장하는 내 모습.
그런 의미에서 2024년 8월, 드디어 브런치에 첫 글을 쓰고 있다.
막상 나만의 개인 일기장이 아닌 공개된 곳에 글을 쓰려니 생각보다 더 힘이 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뭐가 됐든 일단 계속 쓸 것이다.
글쓰기는 용기의 문제라고 한다.
직접 써보니 왜 그런지 알겠다.
내 글이 어딘가 부끄럽고 어색하게 느껴진다.
아직은 내가 쓴 글이 부끄러운 나지만 계속 쓰다 보면 이것도 익숙해질 것이다.
그러니 일단은 계속해서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