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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정 Dec 14. 2024

음악을 통해 내 마음과 대화하기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 Opinion | 음악


 음악은 단시간에 한 사람을 푹 빠지게 만든다. 시각과 청각 모두를 제공하는 영화나 드라마와 달리 음악은 청각에 초점을 맞춘다. 귀로 들려오는 소리에, 그 소리를 내는 목소리에, 그 목소리로 담은 가사에 집중한다. 그리고 혼자만의 상상을 해 본다. 이 음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일까. 숨은 의미가 무엇일까. 나의 시선으로 음악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긴다.

 

 음악은 내 마음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품고 있는 모든 마음을 주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없으니 마음과 닮은 음악을 찾는다. 그리고 그 음악을 들으며 말하지 못했던, 또는 오래 묵혀서 어느새 무덤덤해진 마음과 이야기를 나눈다. 마주하기 어려워 회피하기에 급급했던 마음과 대면하며 그 마음을 이해한다. 그리고 음악이 끝날 때쯤 그 마음과 인사한다. 잘 가라는 마음으로.

 

 이번 글은 힘들었던 마음을 털어버리는 데 도움을 준 노래에 대해 써 보려고 한다.






악뮤 - FREEDOM

 누구나 꿈꾸는 자유로운 삶. 삶을 살아가는 데 만나는 크고 작은 무수한 제한, 나를 얽매는 모든 압박을 벗어나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적이 있을 것이다. 좁은 생활 반경을 넘어 더 큰 세상을 자유롭게 누비는 삶을 꿈 꾼 적도 있을 거다. 하지만 현실에선 이루기 어려운 삶이기에 언제나 자유에 대한 갈증과 갈망을 느끼며 살아간다.

 

 이런 감정이 찾아올 때 나는 악뮤의 [FREEDOM]으로 해소한다. 평가하는 사회, 그 사회가 바라보는 시선을 잠시 잊고, 눈치 보지 않는 세상을 그려본다. 그리고 가진 것은 없지만 마음의 자유와 여유를 얻은 삶은 어떠할지 머릿속으로 그리며 이 노래를 듣는다.


옷 없이 걷고 싶어
아무 상관없이 시선
부끄러운지도 모르는 어릴 때로 돌아가서
집 없이 살고 싶어
온 세계를 누비며
두 눈에 담은 것도 없이 방에 갇혀있긴 싫어
(중략)
길 없이 걷고싶어 잠자리를 따라서
나의 발자국이 그 곳에 처음 찍히도록
돈 없이 살고 싶어 온 세상을 가지며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두 손을 비우고 싶어





악뮤 - 후라이의 꿈

 어린 시절부터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이에 대해 대부분 직업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선생님, 변호사, 의사 등 누구나 존경할 만한 멋진 직업을 말하곤 했다. 어렸던 그 당시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꿈을 직업과 같은 존재로 여겼는지 모르겠다. 꿈이라는 건 기준도 정답도 없기에 무궁무진하다. 추상적이어도 행복한 삶, 근심과 걱정이 없는 삶이 꿈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회에서 바라는 꿈은 그런 것이 아니다. 미래를 위한 멋진 로드맵 같은 꿈을 원한다. 당연히 그 꿈도 좋은 꿈이다. 다만, 이 같은 꿈을 꾸지 않는 것을 잘못으로 바라보고 꿈을 강요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내 꿈은 이게 아닌데 다른 사람들이 모두 그 꿈을 꾼다고 같은 꿈을 가질 필요는 없다.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꿈이 있을 수 있고, 천천히 꿈을 이루고 있는 중일 수도 있다. 아니면, 꿈을 찾는 과정에 놓여있거나 아예 꿈이 없을 수도 있다.

 

 우린 언제나 꿈을 갖고 있어야 했다. 꿈이 없는 삶은 문제 있는 삶처럼 보였다. 하지만 저마다 다른 가치관을 가졌기에 꿈의 형태도, 삶을 살아가는 방식과 속도도 모두 다르다. 나의 계절이 조금 일찍, 또는 늦게 찾아올 수 있다. 분명한 건 언젠간 도착한다는 것이다.


나도 꾸물꾸물 말고 꿈을 찾으래
어서 남의 꿈을 빌려 꾸기라도 해
내게 강요하지 말아요 이건 내 길이 아닌걸
내밀지 말아요 너의 구겨진 꿈을
난 차라리 흘러갈래
모두 높은 곳을 우러러볼 때
난 내 물결을 따라
Flow flow along flow along my way
(중략)
아무도 꿈이 없는 자에겐 기회를 주지 않아
하긴 무슨 기회가 어울릴지도 모를 거야
무시 말아 줘요 하고 싶은 게 없는걸
왜 그렇게 봐 난 죄지은 게 아닌데





잔나비 - 꿈과 책과 힘과 벽

 잔나비 노래는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을 때 함께 했던 노래이다. 그중 가장 많이 들었던 노래가 [꿈과 책과 힘과 벽]이다. 그래서 들을 때마다 더욱 애틋하게 느껴진다. 작은방 안에서 고민의 나날이 지속되고, 이동하는 지하철 안에서도 그 고민이 계속 이어졌던 날. 누군가에게 말하지 못해 속으로 이야기했던 날. 이 노래로 위안을 삼았다.


 아직 세상을 알지 못했던 밝은 어린 시절, 야망 있는 큰 꿈을 가지라는 주변 사람들의 말을 따랐다. 어느새 어른이 되어 버린 나이, 커져가는 나이처럼 삶의 무게도 커졌다. 무게에 짓눌린 채 바라본 어린 시절의 꿈은 현실과 달랐다. 누구보다 멋지고 당당하게 살고 있을 것 같았던 어른의 삶은 생각보다 외롭고 차가웠다. 너무 많은 걸 알아버린 탓일까? 굴러가는 낙엽만 봐도 꺄르르 웃던 학창 시절과 달리 어른이 된 지금은 웃음의 빈도가 적어졌다.

 

 보이는 나이와 몸은 어른이 되었지만 보이지 않는 내면은 아직 어른이 안 되었나 보다. 그래도 아직 남아있는 어린 시절 순수함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희망을 주는 것 같다. 다시 꿈꿀 수 있는 용기를 갖고, 언젠간 진정한 어른이 되어 있을 모습을 그리며 열심히 살아간다.


우리는 우리는
어째서
어른이 된 걸까
하루하루가 참 무거운 짐이야
더는 못 갈 거야
꿈과 책과 힘과 벽 사이를
눈치 보기에 바쁜 나날들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무책임한 격언 따위에
저 바다를 호령하는 거야
어처구니없던 나의 어린 꿈
가질 수 없음을 알게 되던 날
두드러기처럼 돋은 심술이
끝내 그 이름 더럽히고 말았네
(중략)
자고 나면 괜찮아질 거야
하루는 더 어른이 될 테니





잔나비 - 슬픔이여 안녕

 중의적 의미를 지닌 [슬픔이여 안녕]. 슬픔이 찾아왔을 때, 오랜 시간이 흘러 슬픔이 사라져 갈 때 모두 '안녕'을 말할 수 있다. 이 노래는 슬픔을 성숙하게 다루는 자세를 알려준다. 슬픔에 얽매이지 말고 그 슬픔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것. 슬픔이 있는 자리를 계속 맴돌지 말 것. 애써 그 자리를 치우려 하지 말고 그대로 내버려 둘 것. 그리고 나의 길을 계속 걸어나가고, 문득 그 슬픔이 떠오를 때 가끔 먼발치에서 뒤돌아 보기만 할 것. 이것이 슬픔에 지배당하지 않는 방법이다.

 

 이때 중요한 건 슬프다고 행복과 멀어지려 하며 안 된다. 행복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계속 행복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슬픔이 남긴 흔적이 행복으로 채워질 수 있기에.


슬픔은 손 흔들며
오는 건지 가는 건지
저 어디쯤에 서 있을 텐데
"이봐 젊은 친구야
잃어버린 것들은 잃어버린 그 자리에
가끔 뒤 돌아 보면은
슬픔 아는 빛으로 피어-"
나는 나를 미워하고
그런 내가 또 좋아지고
자꾸만 아른대는
행복이란 단어들에
몸서리 친 적이 있어요
(중략)
바람 불었고 눈 비 날렸고
한 계절 꽃도 피웠고 안녕 안녕
구름 하얗고 하늘 파랗고
한 시절 나는 자랐고 안녕 안녕





크러쉬 - Alone

 어딘가 마음 한구석이 외로운 날. 지금처럼 추운 날, 또는 한 해가 마무리되는 날이면 외로움은 불현듯 찾아올 수 있다. 이때 마음을 위로해 주는 노래를 들으면 좋다. 크러쉬의 [Alone]처럼.

 

 버스 안에서 헛헛한 마음에 들었던 이 노래는 참으로 포근했다. 힘이 들어간 몸을 풀고 버스 의자에 몸을 기댄 채 이어폰을 껴 눈을 감으며 이 노래를 들었다. 가사 한 줄 한 줄 누군가를 위로하는 진심이 전해져 마음이 안온해졌다. 서정적인 멜로디와 온기가 느껴지는 가사는 귀에 속삭이며 마음을 어루만져 줬다. 외로운 마음을 따뜻한 이 노래로 계속 채우고 싶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로해 주기 위한 크러쉬의 마음이 잘 담긴 노래라고 생각했다. 나 또한 고마운 위로를 받았기에.


내가 널 꽉 안아 줄게
혼자라고 느낄 때 그 어떤 어둠이 우릴 삼켜도
감싸 줄게 늘 그 자리에 서서 너 외롭지 않게
여기 있어 편히 울어도 돼
너무도 거친 바람에 나 괴로워할 때
그 작은 어깨가 내겐 커다란 나무였어
(중략)
짙은 파도 몰여와 너의 마음 부서져 내릴 때
이제는 기대도 돼 열 번의 겨울이 우릴 삼켜도
감싸 줄게 살결이 닿아 있어 너 외롭지 않게
슬퍼할 일만 가득해도
그곳에 함께해
내게 기대 편히 울어도 돼





크러쉬 - SKIP

 열심히 자신의 길을 잘 찾아가는 주위 사람들을 보며 느끼는 뒤처짐과 위축감. 이는 걱정과 불안으로 깊은 생각에 잠기게 만든다. 작게 시작한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엉키고 설키고, 복잡한 생각은 고민의 크기를 크게 부풀린다. 오랫동안 생각을 해도 문제가 풀리지 않을 때, 단순하게 생각해서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를 대하는 무거운 마음가짐이 오히려 문제를 어렵게 만든 것이다.

 

 그럴 땐, 크러쉬의 [SKIP]을 들으면 좋다. 생각이 많은 나를 끈적한 진흑 같은 생각에서 꺼내주는 노래이다. 통통 튀는 멜로디는 무거운 마음과 생각을 한층 가볍게 만들어 준다. 어둡지 않은 노래 분위기와 단순함을 추구하는 가사가 심각해 보였던 고민을 사소하게 만들어 준다. 단순한 생각에서 오는 마음의 여유, 그 여유에서 오는 유연한 사고를 통해 삶을 조금 편하게 살수 있길 바라며 이 노래를 재생한다.


뭐 때문에 이 악물고서
살아가야 하는지 Everyday
사람들은 각자 바삐 살아가는데
그 속에 어울리지도 않는 날 보는 게
(중략)
정지 화면에 날 가둬두기엔
남은 Story가 더 많아 Everyday
복잡한 건 SKIP 해
원래 사는 건 단순해질 때 쉽대
말처럼 쉽지 않을 거란 걸 잘 알지만
어제 같은 오늘이 와도
Make it a good day, the day
멀리
아무도 날 찾을 수 없게 멀리
떠나고 싶어
걱정들이 머릴 수놓아서
소심해버렸네 Everyday




 음악이 없는 삶은 적막하다. BGM, OST가 없는 영화처럼 어딘가 부족한듯 무미건조 하다. 고된 일을 할 때 노동요를 듣듯이, 음악은 팍팍한 삶을 토닥여 주기도 생기를 한 스푼 넣어주기도 한다. 내 마음을 마주하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음악을 찾고 들어보길 바란다.










※ 본 글은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로서 직접 작성한 글입니다.


[ 아트인사이트 원문 ]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3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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