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기 아이들의 뇌 발달에 유튜브나 영상 매체가 얼마나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연구를 통해서 이미 다양하게 입증된 상태다. 앞서 언급했듯이 무지의 영역은 생각보다 무섭다. 김대식 교수가 쓴 ‘12세 전에 완성하는 뇌과학 독서법’에 따르면 인간의 성장기에는 이른바 뇌 발달이 급격히 진행되는 ‘결정적 시기’라는 게 존재한다. 이 결정적 시기는 통상 태어난 직후부터 12세 전후 시기까지를 의미하는데, 이 시기에 인간의 뇌는 급격히 성장할 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 형성된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고 한다.
일종의 경로 의존성이 생기면서 태어나서 12세까지 형성된 뇌 구조는 12세 이후에 변경하려고 해도 잘 바뀌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를 테면 찰흙으로 인형을 만든다고 할 때, 물을 묻혀서 이리저리 모양을 만든 후에 말리는 과정을 거쳐서 완성을 시키곤 하는데 바로 이 말리는 시간이 결정적 시기인 셈이다. 물이 흠뻑 젖은 상태에서 찰흙은 이리저리 모양을 변형시키기 쉽지만 대략 30분 정도가 지난 후부터는 공기 중에서 마르기 시작한다. 각자 만들고 싶은 모양을 초반부터 계획한 대로 만들면 좋겠지만, 중간에 마음이 바뀔 경우엔 재차 물을 묻혀 모양을 변형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변형에도 마지노선이 있는 셈이다. 예를 들어, 이미 공기 중에 20분가량 노출된 찰흙의 경우엔 절반 이상 말라서 고정된 형태로 자리를 잡게 되는데 이때 억지로 모양 변형을 시도하다간 자칫 찰흙 모형 자체가 망가질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
비슷한 논리로 보면 우리 뇌 또한 성장이 완성되는 특성 시기가 있는 셈이다. 특히 뇌 세포의 경우 인간은 태어난 직후부터 그 숫자가 늘어나긴 하지만 신경세포 수 자체가 엄청나게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각 신경세포들의 연결망이 촘촘해지면서 뇌가 발달하는 형태를 지니고 있다. 바로 이 연결망이 촘촘해지면서 뇌의 시냅스 회로 밀도가 가장 크다고 보는 연령대가 대략 10살 안팎이라고 뇌 과학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그 이후 오히려 12살이 된 이후엔 시냅스 숫자가 조금씩 줄어들게 된다. 그래서 ‘공부에도 때가 있다’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문제는 바로 뇌가 이렇게 급격히 성장하는 시기에 요즘 아이들은 대부분 유튜브와 TV 등 영상 매체를 너무나 쉽게 접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런 의문을 던질 수 있다. 뇌 발달은 뇌 발달이고, 영상은 영상이지 뇌 발달과 영상 매체가 무슨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인가. 오히려 영상 매체를 통해 여러 가지 지식과 정보를 접하면 그것도 하나의 공부가 되지 않겠냐는 반문이 있을 수 있다.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이미 수많은 전문가들이 이런 질문에 수차례 답을 했다는 사실에 내심 놀랐다. 단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전문가들이 남긴 직언들은 상업적인 목소리에 파묻혀 잘 드러나지 않고 있을 뿐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린 아이들의 뇌 발달에 영상 매체는 아주 큰 악영향을 준다고 한다. 뇌는 현대 인간의 뇌와 고대 인간의 뇌가 별반 다르지 않다. 인간의 뇌는 원시적인 영역, 그러니까 보거나 듣는 영역의 신경세포들에 대해선 이미 완성된 상태로 태어난다. 뇌 자체가 글자보다 영상을 보는 걸 더 좋아하도록 만들어진 셈이다. 영상을 보는 것은 이미 갖춰진 능력을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뇌 입장에선 더 편한 활동이다.
안타깝지만 우리 뇌에는 글자를 읽는 능력은 없다. 글자를 읽는 것은 애당초 갖춘 능력이 아니기 때문에 인위적인 연습을 통해 길러야 한다는 의미다. 뇌 과학자들은 그래서 이구동성으로 강조한다. 글자를 읽은 후에 그 문자를 보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기능, 우리 뇌를 더 힘들게 하는 게 바로 신경세포들을 뻗어나가게 하는 지름길이라고. 예를 들어 ‘나무’라는 글자를 보고 한글을 모르는 외국인들은 아무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 한국어를 배운 사람들은 ‘나무’라는 글자를 보는 순간, 갈색 가지에 초록색 잎이 달려있는 식물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이게 바로 우리 뇌 속에 있는 신경세포들의 연결망이 만들어 낸 통합 결과물이다.
뇌 신경세포 연결망을 도로라고 가정하면, 바로 이런 도로들을 넓히고 다져야 하는 시기에 도로를 방치고 이미 태초에 존재하는 강물만 이용해 다니면 어떻게 될까. 도로는 얼마 지나지 않아 풀이 무성하게 자라고, 어느새 아무도 다니지 않는 길이 되면서 길의 존재 자체도 사라져 버릴 가능성이 높다. 마찬가지다. 우리 뇌의 신경세포를 사용하지 않으면, 효율적인 선택을 추구하는 하는 뇌는 글자를 읽는 기능을 굳이 발달시키지 않게 된다. 유튜브나 영상 매체처럼 태초에 존재하는 강물만 이용하게 되면 독서를 통해 발달시킬 수 있는 육지의 도로는 없어지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