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중독의 가장 큰 폐해는 아이가 독서와 멀어진다는 점이다. 어느 부모나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영역들이 있다. 영상 매체에 빠져들다 보면 자연스럽게 글자를 읽는 것에 대한 흥미가 떨어진다. 어떤 사람들은 정보를 왜 굳이 책으로만 얻어야 하냐며 반문하기도 한다. 유튜브나 TV를 통해서도 충분히 좋은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기회도 있는데 왜 유독 책을 통한 지식 습득만이 최선인 것처럼 말을 하느냐는 지적이다. 사실 나도 뇌 과학에 대해 완전히 무지했을 때만 해도 이런 질문을 들으면 난감했다.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주장이라고 생각해서 딱히 반박할 논리가 떠오르지 않았다.
이 역시 무지의 영역은 이토록 무서운 단면 중 하나다. 책과 영상 매체가 뇌 발달에 영향을 주는 구체적인 사례를 모르면 저렇게 된다. 지금도 뇌 과학 전문가 수준은 아니지만, 적어도 뇌와 관련된 서적을 10권 정도 읽고 나선 완전히 생각이 변했다. 아니 지식을 습득한 이후에야 제대로 현실을 이해하게 됐고, 깨달음을 얻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어른들은 유튜브 중독인 아이들이 단순히 화려한 영상 매체가 무미건조한 활자보다 더 재미가 있어서 보는 것처럼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겉으로 드러난 현상에 대한 추정일뿐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게 아니다.
인지신경과학자인 매리언 울프 교수의 저서 ‘책 읽는 뇌’에 따르면, 우리 뇌는 문양과 활자를 정확하게 구분한다. 다시 말해 외국인들이 봤을 때 한글은 알파벳에 비해서 직각으로 이어진 모양이 많은 하나의 그림에 불과하지만, 한글을 배운 우리나라 국민들이 볼 때는 의미를 상징하는 하나의 기호다. 의미 있는 연속체와 의미가 없는 연속체를 봤을 때 우리 뇌의 반응을 비교해보면, 그 반응이 확연히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외국어들, 그러니까 아무 의미가 없거나 혹은 없어 보이는 글자를 봤을 때는 뇌의 후두엽에 있는 시각 영역 중 일부만 활성화된다. 반면, 의미가 있는 또는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글자를 보게 되면 뇌 신경세포의 활동이 급격히 증가하게 된다.
이게 바로 단순히 재미가 있고 없고의 차원을 떠나 영상 매체를 멀리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다. 단순 재미는 그것을 즐기다가 나중에 인위적인 절제를 통해서라도 방향을 돌리면 된다. 그러나 이 경우엔 상황이 다르다. 뇌가 성장하고 있는 시기에 뇌에 악영향을 주는 요인을 장시간 노출하게 되면 결국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되는 셈이다. 나중에 깨닫고 아무리 제 자리로 돌아오려고 해도 이미 ‘결정적 시기’에 변형된 뇌는 원상 복구가 불가능하다. 라이터 불로 태우는 바람에 모양이 변형된 플라스틱이 아무리 재차 열을 가해도 원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아이들은 통상 생후 18개월만 지나도 세상 모든 것에 이름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한다. 대뇌 측두엽은 청각 언어 프로세스에 개입하는데, 우리가 어떤 소리를 듣고 단어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복숭아’라는 소리를 들었을 경우, 먼저 뇌 속에선 그것이 복숭아라는 소리가 의미를 지닌 단어란 점을 인지한다. 이후 그동안 뇌가 기억하고 있는 복숭아의 모양을 떠올리게 된다. 청각과 시각의 2개 이상 체계를 결합해 순식간에 새로운 것으로 구성하는 역할을 뇌가 수행하고 있다는 의미다. 뇌 성장기에 영상 매체를 자주 그리고 장시간 노출하는 행동은 바로 이런 복합 기능을 수행하는 뇌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아이들은 한 마디로 편하게 영상만 보는 걸 추구할 뿐, 더 이상 힘들게 글자를 읽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