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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람순 Apr 22. 2023

소개팅 상대가 전투기 조종사라고?

나는 서울특별시에 살고 남자친구는 강릉시에 살아요.

대학 졸업 후 바로 취직하지 않았다. 좀 더 전문성을 갖기 위해 사회복지시설에서 1년간 수련생활을 시작했다. 정신건강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었다. 나를 포함해서 총 3명의 여자 동기들이 수련생활을 함께 했다. 1년간 가족들보다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았던 우리였다. 수련을 왜 받게 되었는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동기생 두 명은 남자친구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남자친구가 없었다. "아 저는 작년에 헤어져서 남자친구가 없어요."


"선생님 소개팅 받으실래요?" 얼마  수련생 동기가 소개팅을 주선해 주었다. 소개팅 받을 상대는 전투기 조종사였다. 흔한 직업은 아니었다. 에어쇼로 전투기를   접한 적은 있었지만  일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나는 서울에 사는데 상대방은 강릉에 거주하며 일한다고 했다. 만약 사귀게 된다면 서울 - 강릉 장거리 연애였다.  만나기도 전에 '자주   없는데 괜찮을까?' 걱정이 앞섰. 하지만 제복에 대한 로망이 있던 나는 상대가 어떤 사람일지 궁금했다.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1년간 수련생활을 버티기 위해서라도 남자친구가 있어야만   같았다.


2013 4 그와 나 종각역 근처에서 처음 만났다.  그는 군인이라서 그런지 듬직하고 다부진 체구였다. 예쁜 양식점에서 파스타 2개 시켰. 주변 술집에서 맥주도 마셨다. 사는 곳은 달랐지만 25살 동갑이었던 우리는 제법 대화가 통했다. 남녀 관계가 아니더라도 첫 만남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처음 봤을지라도 대화가 잘되는 상대가 있는 반면에 불편해서 당장 피하고 싶은 상대가 있지 않은가. 나와 잘 맞는 사람, 나와는 결이 다른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만남부터 그와는 왠지 계속 보게   같았다.


첫 번째, 두 번째 만남 이후 세 번째 만남을 약속했다. 그는 오늘 만남을 기대하라고 했다. 고백이라도 하는 건가. 우습게도 고백받았을 때를 대비해서 짧은 카드를 써서 데이트 장소에 나갔다. 그런데 데이트가 거의 끝나가는데도 그는 고백의 '고'자도 꺼낼 기색이 없어 보였다. 집으로 들어가려 하는데 갑자기 그가  손목을 잡더니 '우리 사귈까?' 하고 고백했다. 나는 주섬주섬 썼던 카드를 찾아 그에게 주고 냅다 집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우리 연애는 시작되었다. 4 봄이라는 계절도 우리가 만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인기가 식을 줄 모르던 <벚꽃 엔딩> 노래를 함께 들을  있어서 좋았다. (이제 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그는 30~40 소개팅 끝에 성공한 거라고 한다. 내가 사람 한 명 살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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