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리컨, 앵무새, 나츠코의 산실 <주관적>
키리코는 '와라와라'를 성숙시켜 인간으로 환생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환생을 위해 하늘로 떠가는 '와라와라'들을 방해하는 것이 바로 펠리컨이다. 그러나 작중에서 한 펠리컨이 죽어가면서 던지는 말이 참, 나 자신을 반성하게 만들었다. 펠리컨은 '와라와라'를 방해하게끔 설계된 것이다. 세계의 절대자에 의해 만들어진 거스를 수 없는 것. 본능에 의해, 마치 우리가 숨을 쉬어야 살 수 있는 것처럼.
그러니까 펠리컨을 악역이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지극히 인간의 입장에서는, 펠리컨이 인간의 환생을 방해하는 나쁜 존재인 게 당연하다. 그러나 세계의 가치관이나 펠리컨의 가치관에서 보면, '와라와라'에 대한 섭취는 그저 살아가는 행동, 지극히 자연스러운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작중에서 앵무새는 아기를 가진 인간은 먹지 않는다고 했다. 다른 말로는, 그렇지 않은 인간을 먹어치운다는 말이 된다. 앵무새는 인간이 신에게 접근하는 것을 막는 존재다. 그렇지만 아기를 가진 인간이 신계로 온다는 말은 장차 신계의 신 자리를 물려받을 후계를 가졌다는 걸 의미하기에, 막지 않는다. 앵무새의 사회를 만들어낸 신의 후손이기에 건드리지 못하는 것이다.
*작중에서 마히로의 엄마도 입덧으로 꽤나 고생했다고 한다. 나츠코 역시 꽤나 고생하다가 신계의 산실로 스스로 들어간 걸 보면, 마히로의 엄마 역시도 신계의 산실을 방문하여 마히로를 출산했을 가능성이 있다. 꽤 오랜 기간 사라졌을 텐데, 마히로의 아버지가 부인의 실종과 부재를 모를 수 있었을까? 하고 의문을 가지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데, 마히로의 출산 시점 역시도 전쟁이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마히로의 세계 평형을 유지하는 신적인 존재는 그때부터 이미 노쇠하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전쟁 중인 사회에서 마히로의 아버지는 꽤 오래 자리를 비웠을 지도 모른다. 차출이었든, 본인의 사업을 위해서였든.
산실에 들어가도록 허가된 존재는 아기를 가진 인간이다. '아기'는 '미래의 절대자'를 상징한다. 그렇기에 마히로가 산실에 들어가서 산모인 나츠코를 꺼내오려고 한 행동은, '미래의 절대자'이자 '세계들을 총괄하는 신'의 탄생을 막은 행위로 볼 수 있다. 신계의 입장에서는, 신계를 몰락시키려고 한 대단히 위험한 행위로 보여지는 것이다.
*신계는 다음 신으로 마히로를 낙점하고 계속 신계를 유지하길 바랐다. 만약, 마히로가 그 자리에 앉을 능력이 되지 않았다면, 아마 다음 후보는 나츠코의 아이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