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악도, 캐비어로 만든 알탕

오컬트 매니아로서 아쉬움이 너무 많아 간만에 드는 펜

by 작은대

허술하다, 마치 공갈빵처럼


<삼악도>의 초반부에는 설명이 많이 나온다. 오직 설명만이 가득하다고 보아도 될 정도로 세계관에 대한 전달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그렇게 많은 분량을 설명에 할애했음에도 독자가 가지게 될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은 없다. 예를 들자면, 작중의 주요 종교인 '삼선도'의 어원에 대한 설명은 아예 없으며, '삼선도'의 역사적인 배경과 일본/ 대한민국 양국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지나가듯 빠르게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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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작품 내내 어색한 발음. 일본의 종교에 초점을 맞춘 만큼, 작중 등장인물들은 모두 일본어를 능숙하게 하는 설정을 가진다. 그러나 인물들의 발음은 몹시도 어색하다. 국어책까지는 아니지만 충분히 어색함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이다. 그러면서도 일본어를 전공했다는 설정도 있으며 일본에서 생활했던 인물이라는 설정도 놓지 않았다. 심지어 한국어 대사도 몹시도 빠른 편이라 집중하지 않으면 알아듣기 힘들었던 대사들도 있었다. 뭉개지는 발음도 더러 있었는데 왜 다시 찍지 않고 그대로 쓴 건지는 정말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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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회수하지 않은 연출들이 너무 많다. 예를 들자면 마을의 분위기를 설명하는 장면에서 나온 것들, 쥐들을 매달아놓는 설정 같은 것이나 가면을 쓰고 춤을 추는 사람의 존재. 작품이 끝날 때까지 전혀 다뤄지지 않았다. 이것들을 모두 열린 결말이나 맥거핀으로써 연출한 것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그 수가 무척 많기 때문이다. 영화의 분위기를 조금 괴이하게 만들기 위한, 억지로 끼워넣은 것으로 의심될 정도이다. 조금 유치한 점은 마을이 정말 괴이하다는 것을 배우의 입을 빌려 굳이 언급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삼악도>는 독자가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고, 계속해서 무엇은 이렇다-하는 설명을 머리에 주입하는 방식의 전개가 이어진다.


셋째, 결말을 이해할 수 없다. 결말부에는 등장인물 하나를 중심인 씬들이 이어지는데, 그로테스크하고 피가 낭자한 연출은 오컬트 특유의 느낌을 잘 드러냈지만, 결국 '말하고자 하는 바'를 놓쳤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사건을 극복한 인물이 장소를 벗어나 이동하는 것, 그것이 결국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독자에게 결말의 해석을 남겨주는 '열린 결말'이 아니라,
독자에게 결말을 떠넘기는 '결말 강제 양도'에 가까웠다.



필요없는 인물 하나, 영화를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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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중에는 촬영감독 역인 인물이 나온다. 중년의 남자인데 매번 투정을 부리고 주인공에게 틱틱대는 역할이다. 그런데 이 인물의 존재 자체가 작품의 분위기를 망친다. 개그를 통한 분위기 환기용도 아니고 매번 주인공의 의견에 과하다 싶을 정도로 태클을 걸며, 모든 일에 불만을 가지는 동시에 갑자기 억지 텐션으로 욕을 하기도 한다. 전형적인 악덕 상사이지만, 일도 제대로 못하면서 눈치까지 없다. 진지하고 심각한 분위기의 씬에서도 이 인물이 입을 여는 것을 통해 몰입을 깬다. 방송국 감독이라는 놈이 잠입 때 동네방네 소리를 지르며 장소에 들어간다니. 현실적으로 전혀 말이 되지 않는다. 이는 독자들로서 하여금 분노보다는 불편을 느끼게 한다. 언급했듯 이 불편감은 작품의 초반부터 말미까지 이어진다.


캐비어로 만든 알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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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소재는 몹시 참신하다고 생각한다. 일본과 한국을 넘나드는 사이비 종교에 주목하였다는 점에서. 그리고 후반부의 연출 역시 나쁘지 않았다. 한국 오컬트 영화에서는 보기 힘든 잔혹한 장면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많은 한국 오컬트 영화의 한계점을 극복하지 못했고 오히려 그 문제점들을 모두 가진 영화라고 볼 수 있겠다. 이를테면 점프스케어(갑툭튀)를 남발하는 것. 그래서 보는 내내 이렇게 했다면 더 나았을 걸, 이라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몹시 많았다. 조금 심하게 말한다면, 캐비어로 만든 알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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