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처음으로 너와 떨어진 오늘.
엄마와 함께 같은 공간에서 50분의 시간을 보낸 지 3일, 이젠 엄마 없이 50분을 보내야 하는 유은. 엄마에게서 떨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꿈에도 모른 채, 아침에 일어나서 스스로 어린이집 가방을 싸고 있었다. 그녀에게 어린이집은 마치 키즈카페와 같은, 놀거리가 많이 있는 곳, 엄마와 함께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곳이겠지.
신나게 킥보드를 타고 어린이집에 도착해서, 반 입구에 서서 유은이에게 인사를 했다.
“유은아, 엄마가 집에 가서 딸기 사탕 가지고 올게, 선생님이랑 친구들이랑 잘 놀고 있어~”
주변은 다른 친구들로 인해 이미 눈물바다가 되어있었고, 들어가는 순간부터 무언가가 잘못되었음을 인지한 유은이 역시 울기 시작했다.
“엄마 가지 마, 엄마 가지 마, 엄마 보고 싶어... 엄마 보고 싶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유은아, 사랑해, 엄마가 조금 있다가 데리러 올게.”하고 뽀뽀해 주고선 뒤돌아서 나왔다. 내 아이의 울음소리가 건물 밖에까지 들리는데 차마 발걸음을 뗄 수가 없어서 문 앞을 서성였지만, 그 조차도 부질없음을 깨닫고 집으로 향했다.
자유? 그런 것을 아직 느낄 단계가 아니었다. 나도 처음 겪어보는 상황에 마음이 불편했고, 처음으로 엄마에게서 떨어져서 불안해할 유은이가 신경 쓰였다. 집에 도착해 화장실에 갔다가 커피 한 잔 내려 마시면서 다이어리 정리를 하니, 이내 갈 시간이 되었다. 그 와중에 같은 반 엄마들 카톡방에 먼저 도착한 엄마의 카톡이 왔다.
‘다들 어디세요? 지금 우리 반 아이들 문 앞에 서서 울고불고 난리가 났어요.’
어린이집까지 가는 길이 멀게만 느껴졌다. 유은이가 많이 울 거라고 예상했고, 마음도 단단히 먹었지만 그걸 지키는 게 쉽지 않았다. 부랴부랴 반에 도착하니 유은이는 선생님께 안겨서 눈물콧물 범벅이 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나를 보자마자 안심한 표정으로 와락 안겼다.
“유은아, 엄마가 없어진 줄 알고 많이 놀랐어?“하고 물으니 ”응...“하고 대답하는 딸.
나에게는 그저 커피 한 잔 마시는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너에게는 세상이 멈춘 것 같은 시간이었겠지. 평생 느껴보지 못했을 불안함에 공포스럽기도 한, 그렇게 힘든 시간이었겠지.
집에서 챙겨 온 막대사탕 하나를 쥐어주며 말했다. “유은아, 많이 힘들었지? 엄마가 다시 데리러 왔지? 엄마는 유은이만 두고 절대 어디 안 가. 사랑해.” 딸을 꼭 안아주었다.
그렇게 유은이는 진정이 되었고, 집 앞 놀이터에서 놀다가 들어와 점심을 먹고, 낮잠 자려고 누워서 물어봤다.
“유은아, 어린이집에서 뭐 했어?”
블록놀이, 찰흙놀이, 그림 그리기 같은 대답을 할 줄 알았다. 하지만 처음 유은이가 한 말은...
“엄마 가지 마, 엄마 가지 마, 했어. 눈물 났어. 으앙 하고 울었어.”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세상에 나온 지 고작 23개월 밖에 되지 않은 이 작은 생명에게 얼마나 힘든 시간이었을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유은아, 엄마가 유은이 혼자 두고 가서 미안해, 유은이 불안하게 해서 미안해.”하고 꼭 안아주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너를 사랑하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것, 자꾸 설명해 주는 것. 얼마만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는 몰라도, 최대한 노력하는 것.
많이 충격적이었을 오늘이기에, 최대한 옆에서, 눈에 보이도록, 최선을 다해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어린이집 자체가 싫은 건 아닌지, 선생님과 놀았던 얘기도 해주고 내일도 갈까? 물으니 가겠다고 대답도 했다.
엄마는 오늘도 기도한다.
‘하나님, 우리 유은이가 엄마가 눈앞에 보이지 않아도 사라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세요. 엄마가 언제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세요. 떨어져 있는 동안 마음이 불안하지 않고 평안하게 해 주세요.’
많이 많이 사랑해, 우리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