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오늘도 너에 대해서 알아가고 있다.
“우리 진짜 데이트할 수 있는 거야? 브런치 먹으러 가자!”
남편이 연차를 쓴 금요일, 유은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잠깐동안 우리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유은이도 나와 떨어진 첫째 날은 힘들었지만 그 뒤 이틀은 울지 않고 시간을 잘 보냈다고 했으니 어쩌면 조금은 안심하고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브런치를 먹으러 갔다.
출산을 한 뒤부터는 한 번도 둘이서 데이트를 해 본 적이 없는 남편과 나, 벌써 2년의 시간이다. 양가 부모님들도 다른 도시에 계셔서 잠깐 맡길 데가 없어 둘이서 시간을 가진 적이 없었는데 이런 날이 오다니!
이렇게 여유롭게 밥을 먹어도 되는 건가? 집중하면서 밥을 먹을 수 있다니... 그동안 잊고 있었던 일상에 감격하며 커피까지 마시고 유은이를 데리러 갔다.
가는 내내 궁금한 것들이 가득했다. 오늘은 울지 않았을까? 재미있게 놀았을까? 처음으로 점심을 먹는 날인데, 밥은 잘 먹었을까? 어떤 반찬을 잘 먹었을까? 그리고 어린이집에 도착해서 유은이의 얼굴을 보는 순간, 모든 질문에 답을 받은 것 같았다. ‘오늘은 많이 울었구나!’
아니나 다를까, 선생님께서 유은이가 오늘은 많이 울었다고 하시며, 진정된 지 20분 정도밖에 안 됐고 밥도 먹지 않았다고 하셨다. 50분의 시간만 보내는 것과는 달리 오늘은 시간이 길어졌고, 밥까지 먹는 상황이 유은이에게 많이 낯설었나 보다.
‘역시 변화에 예민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필요한 유은이에게는 어린이집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은 미션이 되겠구나..’
집에 가는 길에 유은이에게 물었다.
“유은아 밥은 왜 안 먹었어?”
“밥 안 먹었어. 아빠 엄마 같이 먹고 싶었어.“
생각지도 못했다. 평소에 먹는 것으로 힘들게 한 적이 없었던 유은이기에, 으레 잘 먹을 것이라여겼나보다. 그제야 유은이가 아기였을 때, 내가 잠시 자리를 비우고 남편이 분유를 먹이면 잘 먹지 않았던 일이 생각났다. 어쩌면 어린이집에서 밥을 먹지 않았던 것도 그런 성향의 연장이 아닐까.. 엄마가 아닌 다른 사람이 주는 음식이, 불편한 환경에서 밥을 먹어야 한다는 사실이 입을 닫게 하는 걸까.
“유은아 뭐 먹고 싶어?” “만둣국!”
집에 와서 부랴부랴 만둣국을 끓여 밥에 말아주니 밥을 안 먹고 어떻게 버텼는지 궁금할 정도로 게눈 감추듯이 비워냈다. 집에선 잘 먹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동시에 남편과 둘 다 마음이 좋지 않았다. 서로 “어쩔 수 없지..”라고 얘기하면서도 우리가 즐거워했던 시간만큼 딸이 힘들어했을 시간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졌다.
어떻게 하면 밥을 먹게 할 수 있을까, 너무 고민이 됐다. 어린이집에서 밥을 먹지 않고 왔을 때, 집에서 밥을 주는 게 맞는 걸까? 그렇게 되면 혹시나 유은이가 어린이집에서 먹지 않아도 집에서 먹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계속 안 먹고 오면 어쩌지? 그렇다고 굶고 온 아이를 계속 굶길 수도 없고...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도저히 나 혼자서는 해결방법이 없어서 유치원 선생님이었던 남편의 여동생(유은이 고모)에게 SOS를 요청했다.
유은이는 예민한 성향의 아이라 처음 접하는 환경이 스트레스가 될 수 있으니, 최대한 집에서 그것에 대비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해 주었다. 유은이가 나중에 ‘엄마랑 이렇게 해봤지!’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1. 집에서도 어린이집에서 사용하는 똑같은 식판에 밥 먹어보기.
2. 식단표를 미리 알려주고, 사진이나 설명을 통해 새로운 메뉴나 식재료에 익숙해지도록 하기.
3. 미션처럼 조금씩 늘려가기, 첫 째 날에는 밥 한 번 먹고 오기, 두 번째 날에는 밥이랑 반찬 먹고 오기, 이런 식으로.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유은이가 약속한 대로 행했을 때 칭찬 백번 해주기. 약속을 지키고 그것에 성취감을 느끼는 ‘반장’의 타입이라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래, 유은아. 우리 한 번 해보자! 엄마가 또 힘내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머리를 써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