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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는마음 Jun 29. 2023

어린이집 적응기 3

적응하기란 산 넘어 산이구나.

“유은아, 엄마랑 약속 하나만 할까? 밥 먹기 싫으면 안 먹어도 되는데, 밥 딱 한 번만 먹고 오자, 알겠지? 몇 번?” “밥 한 번.”

주말 동안 유은이와 식판에 밥 먹기 연습을 하고, 메뉴 알아보기도 했다. 하지만 약속과 노력이 무색하게도 유은이는 역시나 이틀 내내 밥을 먹지 않았다.

그래, 하루 만에 좋아지지는 않겠지, 스트레스 주지 말자, 조바심 내지 말자.

아침에 주는 죽도 먹고 싶지 않아 하기에, 혹시나 점심때까지 배가 고플까 봐 집에서 든든히 먹이고, 빵도 가방에 넣어 등원시켰다.

선생님과 상의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참 감사하게 선생님께서도 유은이가 먹기 싫다고 하면 강요하지 않으시고, 그냥 놀게 두시고, 천천히 익숙해지게 해 주셨다.


그렇게 점심 먹기를 시도한 지 4일 차가 되었고, 이제는 낮잠이라는 미션까지 생겨버렸다. 점심 먹는 문제도 해결된 것이 아닌데 낮잠이라니.. 산 넘어 산이구나.

애착인형이나 이불이 도움이 된다고 하셨지만, 유은이의 애착은 내 머리카락이라 함께 보낼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항상 내 머리카락을 만지면서 잠드는 딸이 과연 그냥 잠들 수 있을까? 싶었지만, 선생님이나 주변의 얘기를 들어봐도 적응하면 친구 따라서 다 잔다고 하길래, 그냥 선생님께 맡기기로 마음먹었다.

밤잠 평균 10시간 정도 자는, 잠이 별로 많은 편이 아니기에 혹시나 졸리지 않으면 자지 않고 그냥 놀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오늘은 김에 밥 싸서 한 번만 먹으라고 집에서 먹는 김을 가방에 넣어서 어린이집에 보냈다.

하원시간에 맞춰 데리러 가니,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셨다.

오늘은 유은이가 놀 때 김에 밥을 싸주니 한 두 개씩 먹다가, 밥과 반찬에 관심을 가지고 먹기 시작해서 한 그릇 다 먹었다고. 진짜 막혔던 것이 뚫리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낮잠도 안 잘 줄 알았는데, 선생님께 안겨서 한 시간을 잤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유은이가 얼마나 대견하고 기특한지... 잠은 안 자도 되니까, 제발 밥이라도 먹었으면 하고 생각했는데 밥을 먹고 잠까지 잤다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있나?


그렇게 입이 열린 유은이는, 그다음부터 데리러 가면 선생님께서 항상 칭찬해 주셨다.

“어머니, 유은이가 점심 시간 되면 ‘유은이 이제 앉아서 밥 먹어야지’하고 자리에 앉아요. 먹는 자세도 제일 좋아요.”

“어머니, 오늘도 한 그릇 다 먹었어요. 유은이가 제일 빨리 먹었어요.”

너도 그렇게 조금씩 엄마가 없는 시간을 감당해나가고 있구나... 고마워,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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