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하는 반경이 점점 커져간다.
정말 적응이 될까? 걱정했던 것이 무색하게도 유은이는 점점 어린이집에 적응을 하고 있었다.
애착인 엄마의 머리카락이 없이도 낮잠을 잘 수 있게 되었고, 거부하던 밥도 간식도 골고루 잘 먹는다고 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다음 관문이 기다리고 있었다.
유은이가 처음에는 집을 나서서 어린이집에 도착하면 문 앞에서 가기 싫다고 울었는데 다음 날에는 어린이집이 보이는 건널목에서 울고, 그다음 날에는 어린이집에 가는 길에 울고, 그다음엔 문 밖을 나서기 전에 울고, 끝내는 아침에 눈 뜨자마자 가기 싫다고 울기 시작했다.
거부하는 반경이 점점 커지더니 결국 아침마다 우는 아이 달래는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어떻게 하면 이 아이를 잘 달래서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을까, 너무 고민이 돼서 친한 언니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봤다.
언니 아들은 올해 5살인데, 아직도 매일 아침이면 가기 싫다고 한다며.. 우리도 학교 가기 싫은 것처럼, 아이들도 똑같지 않을까? 라며 너무 마음 쓰지 말라고 그랬다.
그래.... 우리도 일하러 가기 싫은데, 이제 막 두 돌 된 이 아이가 얼마나 엄마에게서 떨어지기 싫을까. 그 마음을 인정하니 나도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유은아, 오늘은 뭐가 제일 재미있었어?”
“엄마 보고 싶어서 울었어. “
유은이에게는 그 어떤 놀이보다 엄마가 보고 싶어서 슬펐던 마음이 가장 기억에 남는 듯했다. 어떻게 하면 그 마음을 조금 덜어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매일 하원 후에 마트에 데려갔다.
“오늘 어린이집에 잘 갔다 와서 엄마가 사주는 거야~”라고 얘기하며 유은이가 먹고 싶어 하는 과자를 사서 집에 가는 길에 벤치에 앉아서 먹었다.
등원할 때면 항상 얘기했다. 오늘 하원하고 엄마랑 어디 어디 가자, 무엇 무엇 하자, 또는 뭐 하고 싶은지, 어떤 과자를 먹고 싶은지 묻기도 했다.
오징어집, 감자깡, 새우깡, 포스틱, 자갈치, 뽀로로과자, 뽀로로주스, 사탕 등.... 유은이에게 하원 후에 재미있는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놀이터도 빠짐없이 가고, 집에서 촉감놀이도 하고, 키즈카페에 가기도 하고.. 최선을 다해 놀아줬다.
그리고 자기 전에 물어봤다.
“유은아, 엄마랑 떨어지기 싫어서 어린이집에 가기 싫은 거야? “
“응.. 엄마 보고 싶어. 엄마랑 같이 놀고 싶어. “
“우리 유은이 엄마랑 놀고 싶어서 어린이집에 가기 싫구나~ 잘 참고 어린이집에 가는 것 정말 멋지다! 그래도 아침에 일어나서 아빠가 없으면(아빠가 회사 가는 날엔) 어린이집에 가는 거야~“
“어린이집 안가~”
“ㅋㅋㅋ 가야지~ 내일도 하원하고 재미있게 놀자!”
매일 반복하는 말, 언젠간 너에게 와닿는 날이 오길 바라며...
그렇게 아침에 떨어지기는 조금 힘들어도 어린이집에서 재미있는 경험, 하원 후에 맛있는 보상과 놀이를 계속해서 반복했더니 어느 날엔가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머니 오늘은 유은이가 ‘유은이 이제 안 울 거야~’라고 했어요! 그리고 진짜 안 울었어요. 칭찬 많이 해주세요! “
기특하다 우리 딸. 매일 가기 싫다는 말은 입에 붙어있지만 이제 눈물은 줄었구나.
그렇게 적응해가고 있었다. 이제 남은 다음 관문은? 선생님이 보내주시는 사진에 보면 활동할 때 항상 메고 있는 어린이집 가방..
그 가방 언제쯤 내려놓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