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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 Oct 22. 2024

근묵자흑(近墨者黑)

가까울 근, 먹 묵, 놈 자, 검을 흑

어려서 엄마 손에 이끌려 서예학원에 갔습니다. 주에 5, 5년을 녀서인지, 묵향이  좋습니다. 벼루에 맑은 물을 붓고 먹으로 부드럽게 갈아 내어 만드는 그 과정이 좋아요. 마치 성당 안에 울리는 엄숙한 찬송가 같아서, 절에서 느끼는 고즈넉한   같아서  자체로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근묵자흑이라는 사자성어는 초등학교 3학년 즈음에 배웠습니다. 먹을 가까이하는 자는 검어진다는 뜻으로 나쁜 사람과 가깝게 지내면 나쁜 버릇에 물들기 쉽다는 의미지요. 당시 나이에도 그것은 이해가  됐습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옷에는 빨래를 해도 지워지지 않는 먹물이 이곳저곳에 묻어 있었거든요. 다만 먹을 가까이하지 말라는 듯한 말은  조금 의아했습니다.   꼬마가 이해하기에는 어려웠 봐요.


"먹을 가까이하는 사람을 멀리하라고?"

"우리 학원에는 좋은 형도 있고, 친구도 있고. 게다가 원장님은 진짜 훌륭하신 분인데..."

"학교 선생님도  학원에 다니시는데.  서예를 하는 사람을 멀리 하라고 하지?"


물론 지금은 주변 환경 사람 얼마나 쉽게 동요시키는  알고 있습니다. 부정적인 생각과 질투 같은 감정이 얼마나 빠르게  퍼지는지 또한 충분히 고 있지요. 그러나 '근묵자흑' 여전히 제겐  어려운 사자성어입니다. 어떤 기준과 어떤 색이 나에게 맞는 기준인지, 색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신선한 공기와 따스한 햇살을 머금고 있는 사람을 알고 있습니다. 욕설이나 나쁜 말을 했을 때 그 말을 듣는  첫 사람은 바로 자신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알려준 사람이죠. 그의 주변에 있으면 마음이 참 편안합니다. 그 자신이 원래 밝은 성격인 데다가, 늘 주변 사람들을 편안하게 대해주기 때문입니다. 한 번은 공원에 갔다가 버려진 쓰레기를 주으며 환하게 웃는 그에게 뭘 그렇게 까지 하냐고 물은 적이 있어요.


"아이들이 다칠 수도 있고, 뭐 깨끗하면 누구나 놀기에도 더 좋잖아요. 근데 사실은 이렇게 하면 내 기분이 더 좋아요. 좋잖아요. 나도 좋고. 남들도 좋고."

 

언젠가부터 그의 생각과 말투를 좇고 있습니다. 그것이 나와 남을 모두 웃음 짓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거든요. 그의 마음과 말투를 따라 하다 보면 제 얼굴이 조금은 더 밝아지지 않을까요?


링컨 대통령은 40세가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태어났을 때의 얼굴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살아온 내면을 의미하는 것이겠죠. 사실 바라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조금  나이를 먹었을  누군가에게 “새로 님  밝게 늙었어요.”라 말을 듣고 싶어요. 어치피 생길 주름인데 시기나 질투, 분노로 만들어진 주름은 갖고 싶지 않거든요.


근묵자흑이든 근주자적이든.

앞으로도 좋은 사람의 모습들은 많이 따라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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