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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대체교사가 뭔데요?

알 것 같으면서도 물어보게 되는 질. 문.

by 유우미


조만간 파견 강사로 나가기 이전에 한 번 더 배재대학교 부속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때마침 원주에서의 여행을 마치고(교회에서 주최하는 수련회를 다녀왔어요) 집에 돌아온 지 하루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바로 다음날과 그다음 날, 이틀만 와서 도와줄 수 없겠냐는 원장님의 전화였습니다. 비록 몸은 피곤했지만 집에서 어린이집까지 꽤 거리가 있어 늘 고민은 됐지만 전 "알겠습니다"라고 답변을 보냈습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남편과 아이가 외출할 수 있도록 준비를 다 해놓고 전 그렇게 8시 10분쯤 배재대학교로 향했습니다. 세종에서 대전까지의 출퇴근 길은 한 마디로 정의 내릴 수 없었습니다. 겪어본 사람만이 얘기할 수 있듯 아니 너무 일찍부터 부지런 떨며 출근하는 건 아닐까 싶었는데 이제서 이해가 되는 순간일뿐였습니다. 그렇게 달리고 달려 도착했던 나의 잠시 잠깐의 직장, 그곳에서 또다시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때마침 제가 맡았던 아이들의 반은 방학 기간였는데? 일하시는 부모님들이 많아서인지 그럼에도 나온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상황였습니다. 크게 수업준비를 해도 되진 않았지만 그저 아이들 관심사에 맞춰 함께 어울리며 놀이에 참여했을뿐였습니다. 조금은 어색할 수도 있었을 텐데 아이들은 몇 번 얼굴을 비췄던 선생님이라는 걸 단번에 알고는 크게 거부감 없이 다가왔습니다. 그중 한 명은 바로 제 무릎에 앉더니 '엄마'라고까지 말하는 것였습니다.(너무 사랑스러워)




그렇게 이틀을 아이들과 즐겁게 생활하고 헤어졌습니다. 그런데 그 중간중간 제게 말을 걸어오시는 선생님들이 계셨습니다.


어린이집에서 직접 고용하는 대체교사 말고 각 지역의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고용해 지원 나오는 대체교사 선생님도 있는데 때마침 제가 일하기로 약속했던 그날에 그분도 함께 나오게 된 상황였습니다. 저보다 젊은 분이셨고 올해 4월부터 대체교사로 일하게 되었다면서 (육아종합지원센터 소속 대체교사 선생님께서) 직접 고용 대체교사는 어떤 것 같냐며 물으시는 것이었습니다. 하는 업무가 크게 달라 보이진 않았지만 제가 그 선생님을 바라봤을 때 그분께는 있지만 제게는 없는 것이 보였습니다. 또 반대로 그분께는 없지만 제게는 있는 것 또한 보였다고나 할까요?


바로 그분은 어딘가에 소속되어 그곳에서 지시해야 하는 것들을 철저히 따르며 일해야 했고 저는 어린이집 원장님의 업무 지시에만 맞춰 일하면 되는 상황였습니다. 그분은 소속된 곳에서의 서류를 작성해야 했고 그곳에서 세운 원칙? 즉 짜인 매뉴얼에 맞게 업무를 했는지 안 했는지를 체크해야 했고, 다른 한 편으론 원장님을 비롯한 배정된 어린이집에서의 수많은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모습였습니다.

반면 제게도 그러한 비슷함의 책임감은 존재하지만 무엇인가를 써야 하고 체크해야 하는 서류에선 완전히 자유로웠고 매뉴얼에 맞춰 정확히 계산식의 일이 아닌 그저 그 어린이집에서 요구하는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가장 돋보이는 모습일 뿐였습니다.


한 마디로 제가 하는 대체교사는 딱 정해져 있는 업무가 아닌 기본적인 것을 하긴 하되 언제든 제 업무의 모양은 보조교사의 업무가 될 수도 있고 주교사의 업무가 될 수도 있고 때론 연장반 교사의 업무까지 될 수 있음을 직감적으로 느꼈고 있는 그대로 얘기해 줬습니다. 말 그대로 다방면에서 찾게 될 때 그저 움직여줄 수 있는 그런 교사?라는 기분에 어쩌면 맞은편에 앉아있던 육아종의 대체교사가 볼 땐 꽤나 자유로워 보였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날짜를 교사가 정하고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일 수 있겠지만(육아종은 배정을 해주시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전 어린 자녀를 위해 일부의 시간은 빼놓는 거라 그만큼 고정된 수익을 받을 수는 없다는 것이 단점이 되면 될 수도 있겠지만요.(사실 제겐 단점조차 되지는 않습니다)

즉 무엇을 목표로 일하느냐에 따라 대체교사란 직업도 육아종과 직접고용이란 고용방식의 다름으로 참 많은 것들이 달라질 수 있음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 날, 오전 일과를 마치고 아이들을 재우고 나서 한숨 돌리던 차에 한 보조교사 선생님이 제게 말을 거셨습니다. 오전 10시쯤 왔다가 2시쯤 퇴근하는 오전보조교사 선생님이셨습니다. 몇 번을 마주치긴 했지만 한 번도 제게 말씀하신 적은 없었기에 그저 성향이 크게 드러나진 않고 조용조용한 선생님일 거라 생각했는데 먼저 말을 거셨을 땐 눈빛이 달라 보였습니다.


"그런데 대체교사는 어때요?"라고 질문을 던지시고는 제게 객관적인 답변을 듣고 싶어 하셨습니다. 전 날 육아종 대체교사분께 이야기했던 것처럼,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짧게 일하긴 어려워(오전만 일하는 게 아니 5시까지 근무) 선생님처럼 매일은 못하고 아주 가끔씩만 일하게 되는 직업 같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자신은 어린 자녀가 있기에 정말 상황이 되는 날만 일하게 되는 어떤 프리랜서의 자유로움을 장점이라 말할 순 있다, 하지만 그만큼 큰 수익을 바라고 일할 순 없으니 그저 교사로서의 감각을 잊지 않으려 하는 것 같기도 하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렇기에 어떤 것을 목표로 추구하느냐에 따라 이 직업은 장점과 단점이 단점과 장점이 될 수도 있는 그런 역할의 직업 같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보조교사 선생님 역시 내게도 어린 자녀가 있다면서 사실 지금 하고 있는 이 보조교사의 업무 역시 쉽지 않을 때 많다고 이야기하시는 것였습니다. 사실 자신 역시 작년 1년은 오전 보조교사로 근무를 해봤기에 어떠한 고충을 느끼고 계신지 대충 짐작이 간다고 말씀드리자 서로 많은 얘길 하진 않았지만 많은 것들이 공감과 위로 속에서 대화가 마쳤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틀간 하루는 육아종합지원센터의 대체교사로부터 또 다음날은 오전 보조교사로부터 자신의 역할 '원장님 직접 채용 대체교사'란 직업이 누군가에겐 관심의 대상 호기심의 직업이 돼 보일 수도 있겠구나란 생각에 신기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저 자신에게 지금 딱 어울릴만한 자리를 찾아 그저 내 나름의 최선으로 일했을 뿐인데 누군가에겐 이 자리가 자신의 자리가 되면 어떨까 고민할 수도 있는 자리란 생각에 조금 더 이러한 고용시스템이 활성화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단순히 육아종합지원센터 소속만이 아닌 저와 같이 비슷한 상황 속 보육교사들에게 때마다 혹은 가까이 위치하고 있어 바로 가서 일할 수 있는 어린이집들을 소개 및 연결시켜 주는? 머릿속으로는 그려지는데 아직은 현실 가능성이 미지수인 그런 시스템 언젠간 이뤄질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순간였습니다.


읽어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주부터 나가게 되는 파견강사(보조교사) 이야기 또 풍성한 보따리에 담아 갖고 오겠습니다.




현재 세종은 육아종에서의 직접 고용 대체교사 시스템은 잘 갖춰져 있지만 원장님 재량의 직접 고용 대체교사는 각종 육아 카페, 세종시 카페 안에서 급하게 아르바이트식으로 구한다는 구인공고가 올라오는 게 전부입니다. 반면 대전은 육아종 홈페이지 안에서 직접 고용해 배치 및 관리해 주는 계약직 대체교사와 원장님 직접 고용이라는 대체교사 탭이 따로 나뉘어 있어 두 가지의 루트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시점이니, 이에 관심 있으신 분들(특히 자격증은 있는데 정규직은 아직 어려운 상황, 애매모호한 상황이신 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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