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결혼 원정기 (4)

자유로운 영혼의 여자와 집돌이 남자의 결혼이야기

by 사소

그래도 이 쯤에서 느낀게 있었다.

"우리 둘이라면, 그래도 잘 할수 있을것 같아!"




어떻게 보면 용감했고, 다르게 보면 무모했다.

늘 생각은 쉬웠고 실행은 어려웠다.

플래너가 '알아서' 해줄거라는 기대와는 달리, 플래너가 추천해준 업체들을 토대로 내가 다시 알아봐야 하는 구조였다.

스, 드, 메 모두 추천해준 업체들의 후기, 분위기, 스타일 등을 분석하여 발표자료 마냥 PPT로 정리했다.


"세상에 이런것도 할 줄 아는 사람이었어?"

예랑은 놀라며 나에게 말했다. 나는 나의 한번뿐인 결혼에 뭐가 그렇게 손해보기가 싫었던지,

그렇게나 단단하게 장단점을 분석해내갔다.


1. 스튜디오

사실 베뉴 말고는 스튜디오에 대한 기대치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그래도 너무 저럼한 느낌은 안들었으면 좋겠고, 자연스러운 우리의 모습과 그리너리한 배경이 우리가 원하는 스타일이었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H,M,M 의 유명한 스튜디오가 있었지만 예산적인 면에서는 단연 제외대상이었다.

그러던 중 플래너님께서 추천해주신 A 스튜디오를 알게되었다.

비교적 신생업체였지만, 자연스러운 분위기와 무려 노을공원에서의 스냅 사진의 느낌도 낼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작가지정 없이도 훌륭한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스튜디오를 정하고 난 뒤에는 스튜디오에 어올릴만한 소품들을 고르는게 주된 업무였다.

하고싶은 컨셉사진, 포즈사진, 분위기 등을 종합하여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나"는 어떤 표정을 잘짓는지,

예랑은 어떤표정을 잘 짓는지 등을 분석해 또 PPT를 작성했다.


정말로 다행인건 단 한번도 예랑이 같이 고민해주지 않은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 느낀건 "내"가 아니라 "우리가" 되는 과정이었다.

(참고로 우리는 결혼 준비 중 단 한번도 싸운적이 없었다. 아마도..?)


2. 메이크업(드레스는 결혼준비의 가장 큰 부분이라고 생각되어 추후 작성할 예정이다.)

메이크업은 정말 고르기 힘들었다. 우선, 웬만한 웨딩 메이크업은 대부분 비슷한 분위기였고(청초 또는 화려)

나는 원래의 메이크업 스타일 또한 강하지 않은걸 좋아하는 취향이라, 청초한 분위기의 가게들 중 고르게 되었다.

여기서 메이크업 샵을 고르면 끝날줄 알았으나, 원장, 부원장, 실장 등 다양한 직급의 담당자들을 또 다시 분석해야했다. 각자의 메이크업 스타일이 달랐고, 그 중간 지점을 찾기가 힘들었다.

마음에 드는 담당자를 찾으면 금새 예약이 차버리고 말았다. 그러다 두번째로 마음에 들었던 담당자를 지정하여 예약했다.

(나도 구분 못하는데, 예랑은 이 과정에서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어쩌면 당연한걸지도?)


이게 바로 든든한 내 편이 되어가는 과정인가? 생각하며 하루 하루 그저 막연하기만 한 결혼준비를

하나씩 해치워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또 다시, 우리가 잘 하고 있는건지 흑우가 되어가는건 아닌지 틈틈히 확인하였고

꼼꼼한 예랑 역시 예산 엑셀파일을 정리하며 우리의 예상 지출금액을 수정하고 또 수정하고 있었다.


"우리 제법 합이 잘 맞잖아?"

"P라더니! 완전 잘 하네?"

조금 웃기겠지만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손뼉을 함께 맞대며 다음 스텝을 준비하고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나의 결혼 원정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