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만나는 연애를 선호하지 않는다. 그런 연애를 해본 적도 없다. 내 시간과 내 삶이 꼭 필요한 사람이다. 그래서 남편과의 장거리 연애는 애틋했지만 좋았다. 매일매일 통화도 하고 카톡으로 연락도 하니 멀어도 늘 가까이 있는 것 같았다. 여태 했던 연애 와는 달리 다정다감하고 매일 사랑한다고 예쁘다는 말을 해주는 남편이 너무 좋았다.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마음이 충만했고 행복했다. 만나면 그저 행복한 시간이었다. 남편이 대구 오기도 하고 가끔은 나도 울산으로 가기도 하면서 그렇게 연애를 했다. 우리는 서로를 많이 아는 듯 많이 알지 못했다.
나의 20대는 너무 힘들었기에 나는 빨리 결혼을 하고 싶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무모하고 어이없는 생각이지만 결혼을 현실 도피처로 생각했다. 연애를 하며 남편은 본인이 35살이 되었을 때 조금 더 안정되면 결혼하고 싶다고 했지만 나는 빨리 결혼하고 싶고 결혼 빨리 안 할 거면 우리 관계 좀 더 생각해 보자고 했다. 그럼 고민을 오래 할 줄 알았는데 곧 형이 결혼할 것 같으니 형 결혼 하고 나면 우리도 결혼하자고 하는 것이다. 이 남자나 추진력 무엇?! 그렇게 우리는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결혼을 결심하게 되었다. 다행히 우리는 운이 좋게도 너무 행복하게 잘 살고 있지만 생각해 보면 정말 무모했던 우리다. 장거리 연애라 서로에 대해 알아갈 시간도 많이 부족했었는데 그저 사랑에 눈이 멀었지.
남편은 연애를 하며 종종 본인은 결혼을 해도 아기를 낳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를 했는데 그 얘기를 흘려 들었다. 이 또한 참 무모했다. 결혼 전에 충분히 대화하고 확실하게 합의를 봤어야 했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지금 한마음 한뜻이 되었지만 확실히 합의를 하지 않고 결혼한 탓에 신혼 때 다툼도 꽤 있었다. 나는 그냥 하는 말이겠거니 그래도 애기 생기면 낳겠지.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다.
그냥 그렇게 우리는 뜨겁게 사랑하고 연애를 하며 지냈고 2013년 봄 아주버님과 형님 결혼식 이후 우리도 결혼 준비를 시작했다. 결혼 준비를 하며 나는 울산으로 이직 준비를 했고 생각보다 빨리 울산에 직장을 구하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