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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나 Jan 01. 2024

우리는 동거 중입니다

크고 작은 다툼의 연속 이러다 우리 결혼 못하는 거 아닐까?

결혼 허락을 받고 상견례를 마치고 새로운 직장에 면접을 봤다. 면접을 보고 그다음 주 바로 출근을 하라고 한다. 양가에 허락을 받고 동거를 시작했다. 출근 일정이 너무 촉박해서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30년을 엄마아빠 그늘에서 있었던 지라 독립하고 싶은 마음도 컸었는데 이렇게 갑작스레 떠날지는 몰랐다. 남편과의 동거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일단 우리는 서로가 같이 사는 것에 적응해야 다. 나는 처음으로 하는 타 지역에서의 삶이 낯설고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직장 또한 이전에 다니던 곳과 분위기도 많이 다르고 일도 새로 배워야 했기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모든 게 다 낯설고 불편하고 힘들었다. 남편은 독립을 한지 꽤 되었고 자립심도 강하고 깔끔하고 본인만의 삶의 규칙이 잘 만들어져 있는 사람이다. 남편만의 살림 규칙이 있었고 나와는 스타일이 너무 달랐다. 나는 몰아서 청소하는 편이고 남편은 그때그때 바로바로 정리해야 하는 성격이다.  그리고 남편은 새벽형 인간이고 나는 올빼미형이었다. 새벽 5시 출근하기 전에 걸레질을 한다. 깜짝 놀랐다. 남편이 이렇게 부지런하고 깔끔하니 내가 하는 건 다 어설프고 불안해 보였던 것이다. 연애를 할 때는 마냥 좋았는데 같이 살아보니 서로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이때부터 우리의 피 터지는 싸움이 시작되었다. 나는 아직 모든 게 적응이 되지 않으니 시간이 필요했고 조금씩 맞춰갈 테니 잔소리를 줄여달라 했고, 남편은 자기가 다 준비해놓은 곳에 몸만 들어와서 사는데 뭐가 그리 힘드냐고 내 마음을 너무 몰라 주는 것이다. 연애할 때 세상에서 가장 다정하던 남자친구였는데!!! 세상에 세상에 이런 잔소리쟁이는 처음이다. 울 엄마 아빠는 정말 잔소리를 안 하고 나를 키웠기에 이 잔소리가 적응이 안 된다. 남편은 잔소리를 멈추지 못하고 나는 그 잔소리에 지치고 화가 쌓이고 그렇게 어느 날 나는 폭발하고 우리는 소리를 지르며 싸웠다. (그날 이후로 지금까지 그렇게 소리 지르며 싸운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날 서로 피곤하고 정말 예민했고 서로가 지지 않겠노라 이기겠노라 완전 무장하고 전투에 참전한 장군 모드였다. 치열하게 싸우고 나는 집을 나갔다. 이 남자 타 지역 아무도 없는 데서 내가 집을 나갔는데 전화도 없고 찾으러 나오지도 않는다. 나는 갈 곳이 없었기에 울면서 엄마한테 전화를 하고 동네 몇 바퀴를 돌다가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와!!! 코를 쿨쿨 골며 자고 있는 것이다. 너무너무너무 미웠고 내일 눈뜨면 짐 싸서 사직서 쓰고 대구 가야지 하는 마음뿐이었다. 자는 남편의 머리를 한대 쥐어 박고 거실 소파에서 잤다. 그리고 우리는 극적인 화해를 했고 그 뒤로는 서로 많이 조심하게 되었다. 크고 작은 다툼은 계속되었고 그러면서 서로가 무엇을 싫어하는지 알게 되었고 한 발씩 양보하게 되었다. 아마 우리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계속 싸웠더라면 결혼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서로가 조금씩 맞춰지며 우리는 평화를 찾았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2014년 1월 우리는 결혼을 했다.


동거하길 참 잘했다. 혼 못할 뻔한 큰 위기는 있었지만 우리는 현명하게 잘 맞춰갔다. 아, 그리고 최근에 안 사실인데 남편은 내가 타지에서 아는 사람도 없고 멀리 못 갈 걸 알았기에 맘편히 잤다고 하는데.. 음.... 너무했어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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