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는 미국의 작가 캐서린 쿡 브릭스(Katharine Cook Briggs)와 그의 딸 이사벨 브릭스 마이어스(Isabel Briggs Myers)가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의 이론을 쌔빠지게 연구하여 만들어낸 성격 지표다. 칼 융의 이론 또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기 보다는 철학과 주관이 개입되어 있다. 어쨌든 일반인이 오랜 기간 수고를 거쳐 만들어낸 도구이지, 심리학계의 거물이 전문적으로 만들어 낸 도구가 아니다. 일반인의 노력을 폄훼하는 것은 아니다만, 일반인의 노력을 전문가와 동급으로 쳐주는 순간 전문가의 위상에 똥물을 들이붓는 것과 매한가지다.
사람의 성격은 수없이 많은 실타래가 엉켜있듯 복합적이다. 자기객관화와 메타인지 능력이 그만큼 중요한 이유다. 어려운 길은 대개 본능적으로 몸이 거부한다. 하지만 몇십개의 문항을 체크하기만 하면 내 성격을 16가지 중 1가지로 알려준다. 친절한 설명과 파생되어 나온 온갖 MBTI 궁합, 관상, 식성, 진로 등등 너무나도 쉽고 재밌게 떠먹여 준다. 얼마나 쉽고 간편한가. 본능에 이끌려 빠져든다.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나와 반대의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도 '아 너는 I라서(F라서, P라서 등..) 그렇구나' 라며 이해하는 정서는 긍정적으로 퍼진 것 같다. 예전에 비하면 내성적이거나 감정적이거나 무뚝뚝하거나 덜렁거리는 사람들에 대해 서로 이해하는 문화가 MBTI의 유행 덕에 만들어졌다고 본다.
하지만 스스로의 노력 없이 입 벌리고 있으면 누군가 떠먹여주는 달콤한 유사과학과 같기 때문에, 사람에 대해 쉽게 생각하고 결론 내리려는 본능에 짐승같이 이끌리게 되면 어느새 과몰입러가 된다.
세계 인구는 80억 명이지, 16명이 아니다. 나는 MBTI로는 INTJ지만, 나는 INTJ가 아니라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