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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핫 Mar 15. 2023

1. 신랑지망생입니다.

안정적인 탱탱볼과 함께.

평범한 로망.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가 요즘 내 최대 관심사이다.


바로 '결혼'이다. 결혼은 현실이야!라고 누가 내게 소리치는 것 만 같다. 익히 들어 귀에 익었다. 그래, 내 집 장만조차 어렵다는 시대에 로망 운운하기엔 팔자 좋다는 말을 들어도 어느 정도 수긍은 된다.


그래도, 그럼에도 나는 평범한 로망을 꿈꾼다. 그도 그럴 게, 내게 그런 꿈을 꾸도록 만들어주는 사람이 생겼다.




만난 기간은 1년이 조금 넘었다.


우스운 시간일지 모르겠지만, 내게 그 무게감은 다르다. 어느 커플에게 물어도 같은 대답일지 모르지만! 정말 다르다. '우리 집이 제일 싸고 좋아'라고 들린다면 그게 맞다. 정말이다! 내가 여자친구를 만나게 된 것은 추웠던 겨울의 끝자락, 2월이었다.


우연한 계기로 그녀와 친해진 나는 일정을 잡고, 식당을 알아보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약속장소로 향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려고 했지만, 막상 마주하니 웬걸.. 입어 얼어붙고 말았다.


아, 한 손에 들 정도지만 꽤 긴 연애들을 이미 해왔건만. 바보가 되는 건 한순간이더라. 그래도 꽤나 즐거운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건 나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였다. 첫 만남 이후 연락이 끊겼다. 그때의 자괴감이란.. (스쳐가는 오만가지의 생각.)


여자친구는 그때의 일을 회상하며 말하곤 한다. '나는 그때 이성으로 생각하고 오빠를 만난 게 아니었으니까~'. 그때의 내 마음을 여러분이 볼 수 있었다면 꽤나 얄미운 대사라고 생각할 것이다. 물론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고 말고.


어찌 됐든 우리는 한 달 만에 다시 만났고, 그렇게 사귀게 되었다. 지난 일은 또 차차 풀어가도록 하자. 신랑 되려면 아직 멀고 험하다.


이 사람은 알수록 신기하다. 여전히 신기하고 재밌다. 꽤나 알고 지냈는데도 어디로 튈지 모르겠다. 통통 튀는 사람. 실제로 신나는 일이 있으면 통통 튀어 오르곤 하는데, 그 모습이 마치 탱탱볼 같다.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고무공. 가만히 보고 있으면 귀엽다.


이는 내가 느끼는 그녀의 큰 장점인데, 아마 본인은 모르지 않을까 싶다.




결혼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특정할 수 없다. 너무나도 많은 것들이 있다. 하나 확실한 것은 '이 사람이라면 평범한 로망을 함께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든 유일한 사람이다. '언젠가는 헤어지겠지'라는 흔한 결말 스토리가 생각나지 않았다.


꿈틀거리는 무언가가 나를 결심으로 이르게 했다. 나는 이 꿈틀거리는 감정이 무엇인가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안정감'이었다.


안정적인 탱탱볼. 이 역시 안 어울리는 두 단어. 무슨 말인고 하면, 내가 생각하는 범위 내에서 튀어 오르는 사람. 예의, 배려, 사고방식 등등. 내 범위, 내 선에서 밖으로 넘지 않는 사람.


여러분은 그런 사람 흔하다고 생각할까? 내 기준에는 아니었다. 쉽게 말해 인간성이 갖춰진 사람이었다. 안정적이며, 때로는 변덕스러운. 이 점이 참 귀엽고 사랑스럽기에, 나는 로망이 생겼다고 느낀다.


어제 먹고 싶다던 샤브샤브는 온데간데없이 떡볶이를 먹고 있는 나를 발견했을 때, 나는 그 상황이 마냥 웃겼다. 내 기분이 이해가 되려나?


아무튼, 나는 그런 사람과의 로망을 위해 글을 쓰기로 했다. 이 과정은 아마 기나긴 여정이 될 것이다. 그래도 '신랑지망생'의 첫걸음이고 싶다.


현실적인 면과 이상적인 면, 두 가지 모두 가질 수 있고 싶다. 설령 그것이 욕심이라 할지라도. 나는 그 욕심을 지척에 두고 이를 원동력 삼으며 나아가고자 한다.


언젠가 이 글을 읽은 당신이 '이 집이 가장 싸고 좋은 게 맞긴 했네~' 라며 수긍할 수 있을 때까지.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우리'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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