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tz Hansen|덴마크가 만든 조용한 디자인

브랜드는 어떻게 삶을 말하는가 – 3부. 마음을 치유하는 공간

by 서여름


덴마크가 만든 조용한 디자인


어떤 공간은 들어서는 순간 사람의 말이 줄어든다.

눈에 띄는 것이 없어서가 아니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미 충분하다는 느낌이 먼저 전해지기 때문이다.


프리츠 한센의 가구가 놓인 공간이 그렇다. 이곳에서 디자인은 시선을 붙잡기보다 시선을 놓아준다.



디자인이 아니라, 태도에 가까운 것


프리츠 한센은 ‘잘 만든 가구’를 앞세우는 브랜드가 아니다.

이들의 질문은 늘 비슷한 방향을 향해 있다.


이 물건은 얼마나 오래 사용될 수 있는가.
얼마나 조용히 사람 곁에 머물 수 있는가.


여기서 디자인은 형태 아니라 태도의 문제가 된다. 눈에 띄기 위해 바뀌는 디자인이 아니라, 시간을 견디기 위해 남는 디자인.




눈에 띄지 않게, 그러나 사라지지 않게



프리츠 한센의 가구는 공간의 중심에 서려하지 않는다.

존재를 주장하기보다 사람의 움직임과 시선이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내버려 둔다.


그래서 이 가구들은 사진 속에서는 배경처럼 보이고, 실제 공간에서는 이상할 만큼 오래 남는다.


유행을 설명하지 않고, 자신을 증명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Tobias Jacobsen의 디자인 언어


토비아스 야콥센의 작업은 덴마크 디자인이 왜 ‘조용하다’고불리는지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준다. 그의 가구에는 장식적인 제스처가 거의 없다.


대신 남아 있는 것은 비례, 구조, 그리고 쓰임이다.


처음에는 인상적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없어지면 곤란한 존재가 된다.


이 디자인은 사람의 삶 속으로 천천히 스며드는 방식으로 남는다.



덴마크 디자인이 말하는 지속성



덴마크 디자인의 전통은 화려함보다 지속성을 선택해 왔다.


오래 쓰일 수 있는가.
다음 세대에도 어색하지 않은가.

공간을 압도하지는 않는가.


프리츠 한센은 이 질문들을 매 시즌 새로 던지기보다 한 방향으로 오래 유지해 온 브랜드다.


그래서 이 가구들은 새롭기보다 신뢰에 가깝다.


공간을 치유한다는 것



마음을 치유하는 공간은 무언가를 더해주는 곳이 아니다.

오히려 덜 요구하는 공간에 가깝다.


프리츠 한센의 가구는 사람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이렇게 살아라”라고 지시하지 않고,
“이렇게 보여야 한다”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여기 앉아도 괜찮다는
조건을 남겨둘 뿐이다.



좋은 디자인은 공간을 바꾸지 않는다.
대신 그 공간에서 사람이 머무는 방식을 조용히 바꾼다.




브랜드는 삶을 어떻게 말하는가



어떤 브랜드는 삶에 대해 말하려고 애쓴다.

가치와 철학을 문장으로 설명하고, 우리가 무엇을 선택해야하는지 끊임없이 설득한다.


그러나 프리츠 한센이 보여주는 방식은 다르다.

이 브랜드는 삶에 대해 거의 말하지 않는다.

대신 말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를 만든다.



의자를 통해, 테이블의 높이를 통해,
공간에 남겨진 여백을 통해.


삶은 설명보다 조건에 가까울 때가 많다.

프리츠 한센은 삶을 정의하지 않는다.


다만 그 삶이 가능해지는 조건을
아주 오래, 같은 방향으로 다듬어 왔다.


그래서 이 브랜드는 삶을 말하기보다 삶이 드러나도록 물러난다.


브랜드가 앞에 서지 않을 때,

사람은 비로소

자기 속도로 앉고, 생각하고, 머문다.


브랜드가 삶을 말하는 가장 정직한 방식은 어쩌면,

삶이 말을 시작하도록 조용히 자리를 내어주는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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