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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아 Mar 08. 2024

운 좋은 한스

지식과 지혜는 무관하다


동화 운 좋은 한스는 많은 사람들이 아는 바보이야기다. 


한스는 7년 동안 열심히 일한 품삯으로 금덩이를 받고 집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무거운 금덩어리를 들고 걷는 것이 힘들어지자 말을 타고 가는 사람이 부러워지고 그의 말과 자신의 금덩어리를 바꾸고는 너무나 행복해한다. 그러나 말에서 떨어지자 말을 원망하게 되고 지나가는 농부의 소와 자신의 말을 바꾸고 기쁨에 넘친다. 소가 줄 버터와 치즈 우유를 생각한 기쁨도 잠시.  그 소가 목마른 한스에게 우유를 줄 수 없는 늙은 소임을 알게 되자 이내 푸줏간 주인의 돼지와 바꾼다. 돼지고기와 소시지를 먹을 생각에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한스는 자신의 선택이 언제나 자신의 소망대로 이루어졌다고 즐거워한다. 기분 나쁜 일도 언제나 좋은 일로 변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거위의 주인을 만나게 된다. 도둑맞은 돼지로 오해받으면 잡혀간다는 거위주인의 말에 돼지를 가진 근심을 거위와 바꾼다. 대신 거위가 줄 고기와 깃털베개를 상상하며 좋은 선택이라고 자부한다. 그다음에 칼갈이를 만나 숯돌과 거위를 바꾼다. 돈을 잘 번다는 칼갈이의 말을 믿었다. 금덩이가 결국 무거운 돌덩이로 변했는데도 한스는 자신이 일요일의 아이처럼 행운을 타고났다고 생각하며 기쁨에 넘친다. 그러나 무거운 돌덩이를 우물가에 놓고 쉬다가 그만 실수로 우물 안에 빠뜨리고 만다. 그 순간 한스는 무릎을 꿇고 신에게 눈물을 흘리며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자책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실수라는 방법으로 짐이 되었던 무거운 돌에서 해방시켜 주시다니!" 하며 홀가분한 마음으로 집으로 뛰어간다.      




이토록 어리석을 수가!  춤추며 뛰어가는 한스의 뒷모습을 상상하며 내 것도 아닌 금덩어리가 아깝고, 바보 같은 한스가 답답해서 가슴이 터질 지경이다. 그러나 그 답답한 가슴이 시간이 지날수록 한스가 아닌  나 자신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운 좋은 한스. 한스는 자신의 모든 선택을 행운이라 여기고 진심으로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이다. 남들의 눈에는  어리석은 선택이지만 한스에게는 모든 선택이 절망에서 희망과 즐거움을 주는 행복이 되었다. 매 순간 자신에게 닥친 어려움을 그때그때 해결해 줄 모든 것에 감사하며 그것만이 그 순간에는 최고의 기쁨이 된다. 결과적으로는 7년 동안 일한 대가는 다 날리고 빈털터리로 집으로 뛰어가면서도 너무나 행복해하는 한스. 한스는 그 모든 선택에서 스스로를 어리석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선택이 어려운 까닭은 그것이 최선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느 누구도 일부러 차선이나 최악을 선택하지는 않는다. 그것이 자신을 위해서라면 특히나. 그러나  모든 선택에서 승자가 되지는 못한다. 최고의 선택에는 후회나 아쉬움이 그림자처럼 붙어있다.  당장은 어떤 오점도 티끌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완벽한 선택이라 할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밤처럼 그 그림자는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이 동화의 제목이 행복한 한스가 아니라 운 좋은 한스라는 점은 무슨 의미일까 

한스의 선택은 우리의 기준에는 점점 나빠지고 있다. 물질적으로 대등한 교환이 아니지만 한스의 기준은 물질이 아니라 자신의 만족이었다. 자신에게 최고의 만족을 준다면 최고의 선택이 된다고 믿는다. 그래서 자신은 항상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바보한스는 가장 지혜로운 사람이다. 사람들은 한스를 이용했지만 한스에게는 그것이 중요하지 않았다. 그래서 원망도 분노도 애당초 없었을까. 자신의 잘못인 실수마저도 자책하지 않고 감사하는 한스는 진정 지혜로운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식이 오히려 지혜의 장애물이 될 수 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너무 현명해서 행복하지 못한 것 일수도 있다.  너무 셈을 잘해서 불행한지도 모른다. 지식과 지혜는 철저히 무관하다.  행복은 이런 것이 아닐까.  세상의 기준으로 최고인 금덩어리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어떤 최악의 상황에서도 감사할 이유를 알아볼 수 있고 진정으로 기뻐하는 것,  그것이 행복이라면 우리는 행복하지 않은 순간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는 그것을 행복이라고 믿지 않기에 끝없이 행복에 목마를지도 모른다. 한잔의 행복의 물을 들고서 끝없는 갈증을 느끼는 것이다.   설령 우리가 생각하는 그 어떤 최악의 상황도  운 좋은 한스에게는 다른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순간에도 감사할 것이 있다는 것을 운 좋은 한스는 알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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