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이색 경험, 제주 데이트 코스, 제주 가족여행으로 강추
에디터 ZE / 여행 칼럼니스트, Instagram @zezewisdom
물에서 놀 수 있다면 어디든지, 무엇이든지!
프리다이빙, 레저, 여행, 페스티벌, 오픈워터 수영에 대한 글을 씁니다.
안녕하세요, 에디터 졔입니다. 오랜만에 브런치 게시글로 돌아왔어요.
겨울이 되었는데, 워터레포츠를 즐기는 우리 구독자님들은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다른 스포츠를 즐기거나, 수영장에 꾸준히 출석하며 겨울을 나고 있을 것 같은데
이번에는 물과 관련된 이색 경험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제주도 여행 계획이 있다?
오마카세를 좋아한다?
공연을 좋아한다?
가족 / 친구 / 연인과 색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다?
그렇다면 제주에서 꼭 가셔야하는 곳이 있습니다!
제주 해녀 마을의 실제 해녀들이 만든 공연 다이닝, '해녀의 부엌'!
국내 최초의 '제주 해녀 다이닝'
공연과 이야기, 뷔페식 식사로 구성된 특별한 경험이다.
약 140분 동안 즐길 수 있는 활동으로, 프로그램은 공연 > 해산물 스토리 > 식사 > 해녀와의 대화 로 구성되어 있다.
제주 해녀 마을인 '종달리'의 최고령 해녀 두 분을 비롯해 실제 해녀들이 직접 음식을 해주시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감상부터 간단히 말하자면,
공연은 보는 동안 세 번이나 눈물이 글썽일 만큼 감동적이었고,
해산물 스토리는 해녀와 제주가 다시 보일 만큼 유익했고,
식사는 이렇게 귀한 음식을 이렇게 맘껏 먹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후했고,
해녀와의 대화는 너무나도 귀해 이런 시간을 갖게해준 '해녀의 부엌'에게 감사했다.
공간
다른 후기들은 프로그램의 첫 순서인 공연부터 리뷰했겠지? 하지만 나는 이 곳에 도착한 순간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바로 건물, 즉 공간. 종달리 어촌계에서 과거 해녀들이 일하던 공간을 그대로 업사이클링해 멋진 공연장 및 레스토랑으로 바꿔놓았다. 세월이 묻은 시멘트 벽에 그물과 조명이 입혀지니 해녀들의 세상 속으로 빠져든 것 같았다.
가운데 공간에서 공연이 이루어지고, 이를 두른 테이블에서 식사를 한다
제주에 오기 전에 우리들의 블루스를 봤었는데, 우리들이 블루스에도 이런 건물이 나온다.
이 해녀들이 일하는 이 공간이 공연장이 된 거다
천장에 달린 조명도 그물을 활용하여 만들었다. 이런 디테일함, 너무 좋다..! (콧김 쉬익)
벽에는 해녀들의 이름이 쓰인 주황색 부이가 붙어있다. 해녀들의 생명줄, 이 주황색 부이는 '테왁'이라고 한다. 참고로 제주도에서는 꾸준히 해녀 지원 사업을 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지원해주는 물품이 고무 잠수복과 이 주황색 테왁이다. 테왁이 주황색인 이유는 수면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색이기 때문. 제주는 해녀를 소중히 생각하고, 그들이 안전하게 물질을 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고민하며 이와 같은 지원을 하고 있다. 해녀의 부엌 공연 또한 제주의 해녀 사랑이 깃들어 세상에 나올 수 있었겠지.
공연
모든 사람들이 착석하면 해녀의 부엌 프로그램은 공연으로 막을 연다. 종달리 최고령 해녀, 이야기는 92세 춘옥 할머니가 소녀일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소녀 춘옥의 꿈은 무엇이었는지, 어쩌다 해녀가 되었는지, 해녀로서의 삶은 어떠했는지를 들을 수 있는 공연이다.
90세 해녀 춘옥 할머니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 배우님.
처음부터 엄청난 연기와 발성으로 사람들을 공연 속 춘옥할머니의 옆으로 끌어다 놓는다. 해맑고 당차고 꿈많고 처절하던 소녀 춘옥의 이야기를 소녀의 목소리로 연기해 더욱 절절하고 딱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처녀 춘옥. 어쩔 수 없이 해녀가 되고, 가장이 된 그녀의 이야기 부분에서 두 번 울었다.
그리고 마지막, 90세 춘옥 할머니의 마무리. 이 때 진짜 눈물이 참을 수 없이 흘렀다. 따흐흑....
빨리 불이 꺼져서 닦을 수 있었지 안그러면 화려한 조명 아래에서 함무니... 하고 엉엉 울뻔....
스포가 될까봐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지만, 짧은 러닝타임에 해녀 할머니의 삶과 애환을 담았다.
또한 공간과 조명을 효과적으로 쓴 점이 인상 깊었다. 예를 들어, 위험한 바다에서 물질하는 연기를 할 때에는 일렁이는 파란 조명을 쓰고, 공연장 내 창고(?)의 단을 활용해 수영하는 안무를 하시는데 그 창의력과 연출력이 대단했다.
소녀의 꿈, 가장의 책임감, 해녀의 삶과 문화, 공연의 창의적인 연출까지... 나는 애인과 갔었지만, 가족이 와도 참 좋았겠다 싶었던 공연이었다. (실제로 할아버지, 어머니, 손녀 이렇게 3대가 같이 온 가족 테이블도 왕왕 있었고, 나이 많은 부모님을 모시고 온 어른들도 많았다.)
해녀 할머니의 해산물 설명회
공연이 끝나면 해산물 설명회가 열린다!
공연의 내용이 다소 무겁다보니 바로 식사로 이어지기엔 조금 난감(?)하지 않을까 했는데 해녀 할머니와 배우님이 나오셔서 요리를 준비하는 동안 해산물 설명을 해주신다. 그런데 해녀 할머니와 배우님의 쿵짝이 너무 귀여워서 직전 공연의 무게감을 삭 환기시키고 싱싱한 해산물을 직접 회치면서 설명해주시는데, 입맛이 싹 돌게 한다. (이렇게 천재적인 구성이 있나!)
물질한 뿔소라를 들고 직접 설명해주시는 모습이다. 뿔소라의 생김새, 뿔소라가 제주와 해녀에 가지는 의미, 뿔소라에 대한 해녀 썰을 풀고나면! 진짜로 이 뿔소라를 손질해주신다 ㅋㅋㅋㅋㅋ
막 이 딱딱한 뿔소라 껍질에서 뿔소라를 어떻게 꺼낼까요오~? 뭘로 꺼낼까요오~? 하니까 사람들이 막 웅성웅성 뭐지 포크?? 웅성웅성 갈고리??? 하는데 함모니께서 너무 인자하시게 "망치~!"하면서 테이블 밑에서 진짜 망치를 꺼내신다..! (두둥)
그리고 진짜로 그 망치로 냅다 뿔소라 뚝배기를 깨서..!
이렇게 뿔소라 회를 쳐주신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켘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이 회는 다 같이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사람이 먹을 수 있다. 공연 끝났을 때에는 숙연하던 사람들 전부 이 땐 군침 흘리면서 진심으로 가위바위보하고 진심으로 아쉬워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외에도 군소라는 식재료도 설명해주셨다. 삼척에서 다이빙할 때 우연히 군소 보고 건드렸다가, 보라색 피가 나오는 거 보고 호에에엑 이거 독 아니야 하고 도망간 적이 있는데 그 군소를 세세히 설명해주시니 너무 재미있었다! 군소는 바다 속에서 보면 소를 닮아서 군'소'가 되었고, 구수하게 맛있는데 이걸 제주 방언으로 '배지근'한 맛이라고 하며, 어어엄청 크고 말려서도 먹고 무침으로도 먹는다는 설명을 들으니 침이 꼴깍꼴깍 넘어갔다.
그리고 대망의 식사!!!!
싱싱한 해산물 이야기로 사람들을 그렇게 애타게 되면, 식사가 준비된다! 나는 해녀 오마카세라고 해서 귀한 해산물을 하나씩 내어줄 줄 알았다. 그런데?!?!?
할머니들은 그런거 없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할마카세 = 뷔페임ㅋㅋㅋㅋㅋㅋ 앞에서 설명한 귀한 군소는 물론 제주에서 난 돔베고기, 신선한 채소들, 할머니들이 만든 느낌 낭낭한 사이드 메뉴까짘ㅋㅋㅋㅋ 다 그냥ㅋㅋㅋㅋㅋ 항아리에 담아주니까 원하는 만큼 가져다 먹어 이런 느낌ㅋㅋㅋ!
역시 할머니들은 꼬맹이들을 배고프게 하지 않는다
그래서 진짜 잔뜩 담아왔닼ㅋㅋㅋㅋ
음식 하나하나 정성이 가득했고, 너무 신선했다.
그리고 화려하거나 기교있는 음식이 아니고, 담백하고 정말 할머니가 해준 것 같은 음식이었다.
이게 제주 여행을 시작하며 처음 먹은 식사였는데, 해녀의 부엌 하나로 이미 이 여행은 성공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추천하는 당근 식혜랑 청귤 에이드!
음료는 뷔페랑 별개로 주문해야하는데, 이 또한 꼭 추가하길 추천한다.
해녀와의 이야기
식사까지 마치면 해녀 할머니에게 직접 궁금한 질문을 할 수 있다.
공연 시작 전에 입장하면 테이블에 아래와 같은 팜플렛이 놓여있는데,
팜플렛 마지막 장에는 춘옥할머니에게 궁금한 걸 적을 수 있는 질문지가 있다.
그러면 공연 시작 전부터 식사 시간 까지 질문지에 궁금한 것을 적고, 마지막에 배우님께서 이를 걷어가시면 테왁 그물에 이를 모아 뽑기를 한다!
그러면 배우님과 할머니가 질문지를 랜덤으로 뽑으면서 답변을 해주신다.
이야기와 맛있는 식사와 더불어 소통까지 할 수 있는 경험이라니.... 이런 천재적인 구성 뭐냐구...
서울에서도 보기 힘든 좋은 공연을 제주에서 하니 정말 값진 시간이었다.
감사할 만큼 좋았던 공연!
그게 나의 총평이다.
미디어에서는 보기 힘든 살아 있는 이야기를 최고령 해녀할머니에게 직접 들을 수 있었고,
공간, 연출, 구성까지 모두 의미가 담겨있었다.
식사의 본질인 음식들도 완벽했을 뿐더라 할머니 인심까지 느낄 수 있었는데다가
마지막으로 소통까지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 것.
해녀의 부엌에게 감사했다.
비단 문화를 향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진심으로 해녀 문화에 관심과 존경심이 생겼고,
이들의 터전인 제주에도 애정이 생기더라.
구성, 스토리텔링, 메시지 모두 좋았기에 다음에는 가족을 데리고 가고 싶었다.
할머니 할아버지도 생각났고, 엄마 아빠도, 그리고 어린 동생도. (나랑 내 동생 나이 차이 16세)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가 생각나는 그런 시간.
제주에 간다면 꼭꼭 찾아가길 바란다.
해녀의 마을 종달리에 있는 해녀의 부엌으로!
해녀의 부엌 홈페이지:
위치: 제주 제주시 구좌읍 해맞이해안로 2265 (제주도 북동쪽)
운영일시: 매주 목, 금, 토, 일 / 런치: 12:00 , 디너: 17:30
러닝타임: 140분
가격: 1인 59000원
예약 방법: 네이버 예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