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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GAZINE JEBI May 16. 2024

전설의 공연을 담는 방법

MBC의 메탈리카 2006년 내한 공연 영상

단연코 아티스트 덕질의 근본은 ‘콘서트 관람’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콘서트 티켓팅, 참 어렵다.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라이브를 공연장에서 직접 보기 위해 PC방에 모여서 찰나의 순간을 노리지만 포도알조차 보지 못하고 티켓은 이미 몇 초 만에 매진된다. 필자도 종종 동생의 부탁으로 콘서트 예매를 하곤 한다. (동생은 엔시티의 팬이다) 매번 수강신청의 기운을 모아서 열심히 시도해보지만 마음처럼 잘 되지 않는다.


아쉬운대로 공연 현장 영상들을 유튜브에서 찾아보곤 한다. 아티스트의 라이브 음성과 팬들의 열광이 어우러진 공연 영상들을 보고 있으면 잠시나마 그 뜨거운 현장 속에 있는 듯하다.


필자는 메탈리카(Metallica)를 매우 좋아한다. 메탈리카는 1981년 결성된 헤비 메탈 밴드로, 그래미 어워드를 8번 수상한 레전드 그룹이다. 이들이 맹렬하게 쏟아내는 밴드 사운드와 화려한 기타 솔로를 듣고 있으면 도파민이 가득 분비되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활동한 지 벌써 40년이 훌쩍 넘었고, 멤버들의 나이가 60대에 접어들다 보니, 예전만큼의 엄청난 퍼포먼스를 기대하기 어렵다. 물론 지금도 내한 공연을 간절히 바라는 필자이지만, 예전의 활발했던 메탈리카의 퍼포먼스를 보기 위해 라이브 공연 영상들을 자주 본다. 그 중 감히 전설로 생각하는 영상이 있다. 바로 메탈리카의 ‘2006년 내한 공연’ 영상이다.


메탈리카는 현재까지 4번의 내한 공연을 진행하였는데, 그 중 2006년 8월 15일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진행된 ‘Escape From the Studio ‘06’ 공연은 3집 Master of Puppets 발매 20주년을 기념하는 투어였다. 그렇기에 Master of Puppets가 10년 만에 완곡으로 연주되었으며, 1986년 작곡 이래 봉인되어 있던 Orion이 처음으로 완곡으로 연주되었다. 메탈리카의 역대 콘서트 중에서 라이브로 쉽게 들을 수 없는 곡들이 수록된 공연으로 유명하다.


당시 MBC에서 해당 공연 실황을 촬영하여 9월 9일에 방송하였는데, 당시 흔치 않았던 HD 화질과 현장감이 생생히 담긴 연출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메탈리카 라이브 실황 영상이다. 박현호 당시 예능 PD가 해당 공연의 연출을 담당하였으며, 본인 또한 PD 초창기 출퇴근 길에 차 창문을 열고 메탈리카의 음악을 크게 틀어놓을 만큼 소위 ‘락 덕후’였다. 그래서 공연 녹화 의뢰가 들어오자마자 고민도 없이 바로 수락하였다고 한다.


과정은 쉽지 않았다. 촬영 의뢰를 받을 당시 공연 날짜와 셋리스트 등 공연과 관련된 아무 사전 정보가 없었기에, 공연 촬영에 대한 대비가 매우 어려웠다. 그래서 박현호 PD는 MP3에 메탈리카의 모든 앨범을 넣고 수능 공부를 하는 느낌으로 한 달 내내 노래를 들었다고 한다. 이후 공연 불과 3일 전에 일본 SUMMER SONIC 페스티벌에 직접 가서 메탈리카의 공연을 실제로 처음 보고 각종 촬영 기법들을 참고하였다. 심지어 공연 당일 한 시간 반 전에 겨우 셋리스트를 넘겨받았기 때문에 남은 시간 동안 모든 곡들에 대한 촬영 요소들을 아주 빠르게 체크해야 했다.


“어떻게 현장의 느낌을 살릴까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제가 하고 싶었던 건 뭐냐 하면, 아티스트 뒤로 잡히는 관객의 리액션이거든요.”

- 박현호 PD


촉박하게, 그러나 철저하게 준비했던 공연 촬영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메탈리카의 폭발적인 에너지, 그리고 관객들의 뜨거운 리액션이 합쳐져 엄청난 시너지를 만들어낸 공연 현장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관객들도 배경으로 다 잡히도록 연출하였다. 특히 한국 관객 특유의 ‘떼창’이 적절한 음량으로 녹아 들어있는데, 특히 Master of Puppets의 기타 솔로 부분 떼창 장면을 보면 그 현장 분위기에 흡수되고 싶은 감정이 절로 든다.


“우리 지미집으로 풀샷을 찍고 있는데, ‘내가 무슨 거대한 파도 안에 들어와 있구나’하는 느낌 … 진짜 메탈리카에 푹 빠져 있고, 그 기운에 흡수되어 있는 상황이었던 거죠.”

- 박현호 PD


MBC는 9월 9일 심야에 HD 영상으로 공연 실황을 방송하였다. 해당 방송은 유튜브에 재업로드되어 시청할 수 있다. 2006년 영상이 1080p로 담겨져 있는 영상이 흔치 않기에 그때의 분위기를 느끼고자 하는 메탈리카의 팬들의 댓글이 지금까지 꾸준히 달리고 있다. 당시의 뜨거운 공연 열기를 유튜브에서 확인해보자. 방 안에서 땀 흘리며 고개를 흔드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자기가 살아온 아주 중요한 의미있는 순간에 함께했던 아티스트를 끝까지 사랑하고, 그들과 함께 나이 들어가고, 같이 성장해가는 이런 경험들을 많이 하시는 게 참 좋지 않은가...”

- 박현호 PD


음악이든 영화든 누구나 ‘덕질’하는 것이 하나쯤 있기 마련이다. 좋아하는 분야에 우리는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으며, 대상에 한없이 가까워지려고 한다. 오랜 세월 동안 메탈리카의 팬으로써 그들을 응원하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엄청난 공연 실황을 찍은 박현호 PD처럼, 이들에 대한 애정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덕질의 최고 지향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덕질의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글 l 곽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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