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 프시케 그리고 푸른 수염의 아내
이브, 프시케 그리고 푸른 수염의 아내?
다들 생소한 노래 제목에 놀랐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이 노래를 아직 모르는 사람도 제목을 봤을 때부터 어딘가 신기한 제목이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누군가는 애니메이션 제목 같다고도 하더라고요.
반면, 저처럼 생각한 사람도 있을 겁니다.
음악에 철학이나 문학이 예술적으로 결합된 걸 좋아하는 것에 진심인 사람들이라면 아마도요.
저는 '이브, 프시케 그리고 푸른 수염의 아내'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너무 신선하고 재미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는 중독적인 비트와 소름 끼치게 멋있는 그 안무들의 조화가 너무 좋다고 생각했죠.
역시 하이브는 음악을 정말 잘 뽑아낸다고 생각했어요.
여기서 말하는 하이브(HYBE)는 방탄소년단(BTS), 르세라핌(LE SSERAFIM),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세븐틴 등을 소속 아티스트로 두고 있는 기획사를 말합니다.
아무튼 물론 그중에서는 가사가 제일 좋았습니다. 그 가사가 의미하는 바도요.
그래서 이 글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브, 프시케 그리고 푸른 수염의 아내라니 문학과 철학에 진심인 저는 너무나 신날 수밖에 없었어요.
이 세 인물의 공통점은 ‘금기를 깬 여성들’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우선 이 글에서는 그 금기를 깬 세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곡 설명이 궁금하다면 다음 글도 봐주세요!)
금기라니!
너무 재미있는 주제와 소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금기는 이러한 사전적 정의를 담고 있습니다.
영어로는 'taboo'라고도 표기합니다.
더 강하게 표현하면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
또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것”.
정도로 알아두면 이해가 빠를 것 같네요.
아무튼 ‘금기’라니, 아이돌 노래에서 다루기 힘든 소재인 건 분명하죠.
그래서 더 신선하고 관심이 가게 된 것 같아요.
이제 그 이야기를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로 들어가기 위해서,
이브, 프시케 그리고 푸른 수염의 아내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고자 합니다.
우선, ‘이브’는 꽤나 유명한 인물이죠.
성경에 나오는 최초의 여성으로, ‘하와’라고도 불립니다.
인류의 시초인 아담과 이브가 사탄의 유혹에 넘어가게 되어 선악과를 따먹는 금기를 저지른 내용에 나오는 인물로 익히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이브는 하느님이 먹지 말라고 한 선악과를 먹고 유한한 수명이라는 벌을 받아 아담과 함께 에덴동산으로 추방당하게 되는 인물입니다.
선악과를 먹게 됨으로써 금기를 깨게 된 거죠.
그다음은 ‘프시케’입니다.
프시케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사랑의 신 에로스의 연인입니다.
그리스로마신화의 내용에 따르면,
프시케는 지나친 호기심으로 인해 에로스와의 사랑이 파국을 맞고 죽음과 같은 잠에 빠졌으나
에로스가 제우스에게 빌어 잠에서 깨어나고 불멸의 여신이 되었다고 서술되어 있습니다.
영어로는 ‘사이키(psyche)'라고 불리는 프시케는 신의 반열에 오른 인간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어느 왕의 딸이라고만 알려진 프시케는 너무 아름다워서 그 정도가 인간으로도 생각하지 못할 정도였다고 해요.
그 이유로 프시케를 여신으로 숭배하거나 쉽게 청혼하는 사람들이 많자, 프시케의 아버지는 신탁에 조언을 구하게 됩니다.
그런데 신탁은 프시케를 신부로 단장해 암벽에 버리면 무서운 괴물이 나타나 그녀의 신랑이 될 것이라 말하죠. 왕은 그대로 이행하게 됩니다.
게다가 미의 여신인 아프로디테가 프시케를 질투하여 자신의 아들 에로스를 시켜 프시케를 가장 추한 남자와 사랑에 빠지게 하라고 시킨다는 뒷이야기도 있다고 해요.
이를 따르려고 했던 에로스가 오히려 프시케를 보고 사랑에 빠져, 그게 프시케의 아버지에게 전달한 말도 안 되는 신탁이었다고 합니다.
그 신탁의 추한 남자이자 괴물이 에로스였던 거죠.
프시케의 내용은 길었지만, 여기서 금기의 내용이 나옵니다.
프시케는 직접 만나보니 괴물은 그래도 아닐 거라 생각한 신랑의 얼굴을 못 보는 것이었어요.
프시케가 에로스의 얼굴을 보려고 하면 영영 그를 잃게 될 것이라 경고했죠.
잘 지내던 프시케는 가족이 그리워져, 자신이 살아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잠시 가족에게 다녀옵니다.
하지만 행복해 보이는 프시케에게 언니들이 질투심이 생겨, 그래도 신랑 얼굴을 봐야 하는 거 아니냐고 의심을 하게 만들죠.
그렇게 프시케는 몰래 남편의 얼굴을 보게 됩니다.
그런데 세상에나, 너무나도 아름다운 모습을 한 소년인 사랑의 신 에로스였던 거예요.
넋 놓고 그의 얼굴을 보던 프시케는 비추던 등불의 촛농을 떨어뜨려 잠에서 깬 에로스는 그대로 사라지게 됩니다.
이후의 이야기가 더 있지만 금기를 깬 여성이라는 게 이해가 되는 내용이죠.
마지막으로는 ‘푸른 수염의 아내’입니다.
아무래도 제일 궁금한 내용이었을 거예요.
가장 알려져 있지 않고, 이름조차 없는 게 더욱 호기심을 불러왔을 거예요.
푸른 수염이라는 별명을 가진 귀족 남자가 있었습니다.
정말 별명대로 푸른 수염을 가진 사람이었어요.
그는 결혼을 여러 번 했지만 그의 아내들이 다 실종된, 누가 봐도 이상한 전적을 가지고 있었죠.
그러다 또 어떤 집의 막내딸과 결혼을 하게 되는데,
푸른 수염은 아내에게 큰 성의 모든 다른 문은 열어도 되는데 지하실 구석의 작은 한 방만 열지 말라고 합니다.
막내딸은 푸른 수염이 집을 비웠을 때 찾아온 언니의 꼬드김으로 문을 열고 맙니다.
그곳에는 실종된 푸른 수염의 예전 아내들이 있었죠.
시체가 된 모습으로 말입니다.
막내딸은 깜짝 놀라며 문을 곧바로 닫았지만,
놀라 떨어진 열쇠에 묻은 시체의 피가 지워지지 않아 들키게 되었죠.
푸른 수염의 전 아내들도 이 금기를 지키지 않아 모두 살해된 것이었는데
막내딸도 죽음을 당할 뻔하지만
원래 오기로 했던 자신의 오빠들이 구해주어 푸른 수염을 죽이고, 본인은 죽음을 면하게 되죠.
이처럼 세 여성은 금기를 깨고 새로운 길을 열어 결국은 또 다른 세계와 결말을 도달하게 되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브’는 현재의 인간이 유한한 삶을 가지게 된 것을 그리고 있고
‘프시케’는 그 이후의 이야기로, 결국 에로스를 다시 만나 불사의 여신이 되어 쾌락의 여신 볼룹타스를 낳기도 했으며
‘푸른 수염의 아내’는 연쇄 살인마인 푸른 수염을 죽이면서, 앞으로의 살인을 막고 전 재산을 가지게 된 결말을 맞이하죠.
현재의 인간이 유한한 삶을 가지게 된 것에
무한의 삶을 가지는 것보다 장점이 많다고 생각하면
결론은 어찌 됐든 모두 더 나은 결말이라는 거죠.
길고 긴 이야기였지만
르세라핌의 이야기는 이를 담고 있습니다.
금기를 깨고 더 앞으로 나아가 성장하는 여성의 이야기
장애물을 박차고 멋짐을 드러내며 성장하는 걸그룹의 이야기라, 흔히 볼 수 없는 주제라 더 재미있습니다.
<이브, 프시케 그리고 푸른 수염의 아내>
라는 긴 제목이 시사하는 바도 너무 재밌죠.
선악, 금기, 경계, 성장 등과 관련된 이야기라니!
철학적인 이야기를 문학적으로 나타내어 예술로 풀어내는,
르세라핌의 <이브, 프시케 그리고 푸른 수염의 아내>였습니다.
다음 내용에서는 르세라핌의 ‘이브, 프시케 그리고 푸른 수염의 아내’의 곡, 뮤비 분석과 금기에 대한 르세라핌의 시각을 다루어 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