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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 수임 Apr 03. 2024

우리는 외계인이 되었다, 달의 계곡에서!

은퇴 여교수의 남미유목민여행기(5)

                  

                                                                 

‘누가 붙인 이름인가, 달의 계곡(Valle de la Luna)!’

“와~~, 우리 불시착했네. 달에 왔어”

달의 분화구와 같은, 입이 떡 벌어지는 거대한 계곡의 형태가 우리를 외계인으로 만들었다.

‘그래, 내 심장을 뛰게 하는 건 바로 이거야. 내가 여행을 꿈꾸는 이유지!’

    

우유니 사막 지역을 지나 볼리비아 국경을 넘어 칠레로 입국하였다. 도착지는 달의 계곡이 있는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이다. 이곳은 잉카 시대 이전부터 있었던 칠레에서 가장 오래된 마을이라고 한다. 사막기후라 비가 거의 안 와서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곳이다. 이 사막마을에는 옷의 스타일에서부터 여유로움을 잔뜩 걸친 여행객들이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마치 슬로비디오를 보는 것 같은 독특한 걸음걸이로 ~~. 매력적인 도시다.

    

우리는 짐을 풀자마자 달의 계곡 투어를 위해 출발하였다. 아타카마사막 입구에서부터 사막의 건조함으로 입술과 콧속이 바싹 말랐다. 울퉁불퉁 돌투성이 길을 따라 걸어 숨이 거칠어지는 순간 갑자기 파노라마 뷰가 눈앞에 펼쳐졌다. 웅장하면서 압도적이었다. 아주 짧은 찰나, 정적이 흐르며  모두 말을 잃었다.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넘어서는 순간이랄까?

‘여기는 어디? 나는 누구?’    

  

앞에 보이는 것은 독특한 지형으로 끝없이 펼쳐진 황야와 산맥이었다. 바람과 물에 의해 풍파를 견디면서 생긴 다양한 형태의 조각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 가장 감동을 주는 곳은 로마의 원형경기장처럼 둥근 형태로 파인 안피테아트로(Amphitheater)이다. 멀리서 바라본 원형의 계곡은 마치 달 표면처럼 풀 한 포기 없는 황량함과 인상적인 색과 질감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모습들은 마치 우리가 달에 착륙한 아폴로 11호의 우주비행사가 된 듯한 착각이 들게 하였다.

     

수만 년 전 이 지역은 바다 밑에서 융기하고 물이 증발하며 형성된 소금사막이다. 모래언덕에서 보니 붉은 계곡 사이로 눈이 온 것처럼 소금 결정들이 내려앉았다. 빛을 받아 반짝이는 광경은 사막에 보석 가루를 뿌려놓은 듯 신비로웠다. 우리는 달의 표면을 탐험하듯이 1시간 정도 트레킹하였다. 거대한 계곡을 산책하자니 기묘한 형상의 돌들을 보게 된다.

그중에서 세월이 빚어낸 작품 ‘세 마리아’(Las Tres Marias) 상 앞에서 우리는 한참을 머물렀다.

“여러분, 마리아상 같은가요? 착한 사람에게만 기도하는 모습이 보인다는 속설이 있는데^^“

가이드는 우리에게 잘 관찰하도록 재촉하였다. 기도하는 모습이라는 마리아상을 앞뒤로 둘러보며  모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일행은 갑론을박하다가 뾰족하게 하늘을 향해 있는 형태가 기도하는 모습으로 상상하게 만든다고 결론을 내렸다. 트레킹 중에 마주치는 거대한 바위들은 우리를 둘러싸며 나를 작은 존재로 만들었다.

      

세월이 빚어 낸 조각 '세마리아 상'

투어의 엔딩은 사막의 일몰이다. 해 지는 시각에 맞추어 언덕을 달려 차를 멈추었다. 코요테 바위라고 하는 최고의 선셋 포인트라 한다. 세계에서 여행 온 많은 남녀노소가 각자 일몰을 감상하기 위해 자리를 잡았다. 젊은 연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석양을 바라보는 모습이 부럽기도 했다. 시시각각 붉게 물들이며 변하는 굴곡진 계곡은 어느 화가의 색감보다 아름답고 풍요롭다. 신이 만들어 내는 예술을 어찌 인간이 흉내 낼 수 있을까?


마지막 피를 토하듯 지평선에 내려앉는 태양을 바라보며 새로운 풍경으로 설렜던 가슴을 진정시킨다.      

가끔 여행을 즐기는 나에게 묻는 사람들이 있다.

“여행에서 남는 건 무엇인가요?”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풍경,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 새로운 열정으로 채워진 나를 만나요!”     

원형경기장처럼 둥근 형태로 파인 안피테아트로(Amphitheater)를 배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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