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뉴월의 새벽 출근을 좋아한다. 잠든 도심의 고요함 속 칠흑 같은 어둠이 걷히고 동이 터오를 때. 새벽과 아침이 공존하는 바로 그 시간이 좋다. 침묵을 깨는 새 울음소리와 가라앉은 차가운 공기 틈 사이로 흩날리는 꽃향기는 나의 몽롱한 정신을 일깨워준다.
꽃향기에 취해 버스 정류장이 아닌 꽃향기를 따라 길을 걷는다. 벚나무, 철쭉, 영산홍, 개나리, 회양목, 버드나무, 느티나무 등 아무리 살펴봐도 이 향기의 근원지를 알 수 없었다. 잠시 거리에 멈춰서 긴 호흡을 들이마신 뒤 뱉었다. 문득 뇌리 스치듯 한 나무가 떠올랐다.
“찔레꽃!”
찔레나무는 가시를 가지고 있어 만지면 찔린다는 의미다. 낙엽 지는 키 작은 나무로 높이 2~4m로 자라며 나무껍질은 회갈색으로 나이를 먹을수록 불규칙하게 떨어진다. 어긋나는 작은 잎 5~9장을 가졌으며 끝이 뾰족하다. 꽃은 5~6월에 나뭇가지 끝에서 하얀 꽃 혹은 연한 분홍색을 가진 양성화 꽃이 핀다. 꽃은 지름 2~3.5cm이며, 꽃잎은 끝이 오목하다. 꽃이 필 때는 꽃이 뒤로 젖혀진다.
우리나라 산지 어느 곳을 가더라도 양지바른 곳이라면 쉽게 관찰할 수 있지만, 도심에서는 정원수로 눈에 띄게 심어야 하기에 여러 줄기를 한 포기로 식재한다. 성장도 빠르고 맹아력도 좋아 현장 환경에 맞게 가지치기를 해준다.
장미 재배용 대목
우리나라 시중에 유통되는 장미는 대부분 야생찔레나무를 대목으로 번식시킨다. 하지만, 야생찔레는 줄기에 가시가 있어 관리하기 까다롭고 무엇보다 생육이 부진하다. 옆나라 일본은 줄기에 가시가 없는 찔레를 선별하여 활용하며 우리나라도 가시 없는 질레를 육성하여 1990년에 농가에 보급했다.
시중에 유통되는 장미는 크게 꽃다발을 만드는 절화용 장미 그리고 정원 식재용 장미로 나눌 수 있다. 두 경우 모두 찔레를 대목으로 이용하나 상황에 따른 차이는 분명하다. 예를 들어, 찔레를 대목으로 사용했을 시 강한 수세와 많은 절화를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꽃 형태와 색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절화 재배용 대목으로 이용되지 않고 정원용 보급 장미 대목으로 이용했으나 요즘은 환경 적응을 잘하고 병충해 저항성이 있는 찔레 품종을 개발하여 이용한다.
추신.
올해는 꽃이 다 졌지만 내년에 한 번 찔레꽃 향을 맡아보면 어떨까요?
<자료 출처>
<장미 대목 정보 출처>
http://m.rda.go.kr/mobile/img/video/pdf/ros_031201.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