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캐그니는 전설적인 갱스터 연기를 펼친 위대한 배우로 회자된다. 특히 긴 호흡 속에 빠르게 치고 들어가는 말투와 거기서 느껴지는 특유의 경쾌한 리듬, 그리고 강단 있는 악센트는 그의 대사에 일순 몰입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테크닉이다. 이러한 특색 있는 대사 처리는 그가 어떤 인물을 연기한다기보다 그 인물에 밀착된 제임스 캐그니 자신을 연기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공공의 적>, <더럽혀진 얼굴의 천사들>, <포효하는 20년대>, <화이트 히트> 등에 이르기까지 그가 연기한 전설적인 갱스터들은 처해 있는 상황이나 성격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어쩐지 유사한 인물처럼 보인다. 그 이유는 제임스 캐그니 특유의 대사 처리와 위압적이면서도 여유로운 표정 연기가 그 바탕을 이루기 때문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특색이 그의 소년스러운 낭만성과 결부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소년스러운 낭만성은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갱스터 전문 배우 에드워드 G. 로빈슨이나 30년대부터 50년대까지 갱스터 필름과 필름 느와르에서 독자적인 위상을 뽐냈던 험프리 보가트와의 극명한 차별점이다.
그래서 그는 공공의 적이라 할 수 있는 갱스터를 연기하는데도 그를 온전히 미워할 수 없고 응원할 수도 없는 딜레마의 상태로 관객을 몰고 간다. 어떤 면에서 이러한 사태는 그 당시 갱스터에 대한 미국인들의 심리와도 맞닿아 있다. 당시 존 딜린저, 보니 파커, 클라이드 배로우, 프리티 보이 플로이드, 알 카포네를 비롯한 거목들은 사회의 절대악과 다름없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수많은 시민에게 존경의 대상이자 영웅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러한 시대적 아이러니는 위에 기술한 것처럼 제임스 캐그니의 연기를 관람하는 관객들에게도 동일하게 주어진다. 말하자면 제임스 캐그니는 작품 안에서 한 인물의 입체적 면모뿐 아니라 당시의 시대적 아이러니까지 연기로 끌어왔다고 할 수 있다. 제임스 캐그니의 갱스터 연기를 본다는 건 당시 미국인의 심정이 되어 보는 것과 같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