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_이 감정은 뭘까?
bgm - The Monkees - Daydream Believer
(BGM을 꼭 플레이하시고 보시면 더 좋습니다^^)
LA에서 배 타고 한 달 걸린다고 했던 드림백이 여행이 끝난 한 달 후 드디어 우리 집 앞에. 이 서비스는 주로 미국 유학생이나 이민자들이 한국에 들어올 때 이용하는 것인데, 여행으로 미국에 간 우리가 이 서비스를 이용할지 정말 정말 몰랐다. 미국과 캐나다의 9개 도시를, 특히 오렌지가 잘 자라는 따뜻한 미국 캘리포니아와 겨울왕국 같다는 엄청 추운 캐나다의 뉴브론즈윅을 여행해야 하는 우리는 변화무쌍한 날씨에 대비할 만반의 짐 6개로 인천 공항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LA 도착 후 앞으로도 11번의 비행기를 더 타야만 했기에 새로 산 신애의 빨강이 캐리어는 여행 시작점인 LA에서 이별을 하기로. (빨강아 그래도 넌 미국 도착하는 태그 스티커는 붙여봤으니 너무 서운해하지 말길^^)
한 달간의 미국 캐나다 여행이 끝난 후 리얼 라이프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미국에서 보내신"으로 시작된 문자 메시지는 끝나버린 여행의 아쉬움과 시차로 힘들어했던 나에게 연말정산처럼 생각지도 못한 보너스 같은 기쁨이 되었다.
'우리의 빨강 캐리어는 이제야 여행이 끝났구나.'
캐리어 안에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산 기념품과 선물 그리고 빨랫감과 여행 서바이벌에서 패배한 옷 가지들이 들어있었다. 기다렸던 나의 마지막 즐거움이 태평양을 건너 엄청난 시간을 지나 드디어 우리 집 앞에 도착한 것이다.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었기에 나는 이 여행의 끝을 의미하는 빨강이 캐리어를 맞이할 수 없었다. 그래서 택배 기사님의 도착 문자를 확인하자마자 아내에게 현관문 앞에 놓인 드림백 사진을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미국에서 직구할 때 주문한 제품이 올 때도 엄청 기다리고, 주문한 것이 맞게 왔을까? 사이즈는 맞을까? 등등 즐거운 고민을 했지만, 이번에는 왠지 달랐다.
보고 싶던 친구를 만나는 기분이라고 할까?
정말 사고 싶었던 맥북을 램 업그레이드 때문에 추가 공장주문을 해야 해서 한 참을 기다린 후 받았을 때 느낌이라고 할까?
아니면 올지는 알고 있지만, 오지 않았으면 하는 입영 통지서를 받은 느낌이라고 할까?
뭐라 딱 설명하기 어려운 나의 다양한 감정들이 샘솟았다.
그때, 여행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는 나에게 "이제 정말 여행이 끝났어. 그러니 너의 일상을 충실히 살아"
라고 말하는 것 같기도.
빵빵한 빨강이 캐리어를 여는 순간, 어릴 적 삼촌들이 선물로 준 과자 선물세트를 열고 내가 좋아하는 과자와 캔디가 가득해서 엄청 신이 난 것처럼 캐리어에서 나오는 반가운 선물들과 추억들을 맞이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구매한 물건과 LA다저스 후드티, 각종 여행 물품들을 보면서 다시금 그때가 새록새록 떠올랐다.
여행 이후 다시 일상을 바쁘게 살고 있는 나에게 다시 미국 여행 초기 시점으로 돌려주는 것 같았다.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고 하던데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대학원 수업에서 한 교수님께서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하셨다. 프러포즈를 어디서 하셨나요?
그 학생은 자신의 프러포즈 장소를 말하였고, 교수님은 그곳이 프러포즈라는 특별한 경험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다른, 자신만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고 말하셨다. 그 말씀대로 특별한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스토리가 생기고 감정의 변화가 이끌어 내지는 것 같다.
나는 빨강이 캐리어 안에 있던 빨래와 옷가지를 정리하면서 여행 때의 추억이 소환이 되는 것을 느꼈다.
빨래를 하면 그때의 체취와 얼룩은 사라지겠지만, 나에게 남은 여행의 특별한 경험은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여행에서 부친 캐리어 하나가 도착한 것뿐인데, 이 감정은 간단하게 설명하기 어렵다.
여행 후 다시 일상을 살고 있는 나에게 "그때의 특별한 경험과 그때의 감정을 잊지 마"라고 하는 것 같다.
그래, 잊지 않으려고 이 글을 쓰는 거야.
(지금 나 누구랑 대화하는 거니 ^^)
(호기심 많은) 궁금이와 (스케줄을 맞추려고 엄청 재촉한다고 아내가 붙여준) 재촉이가 느낀 특별한 경험을
<러브 액츄얼리>처럼 재구성해보고자 한다.
싱가포르 - 미국 - 캐나다에 깃발(pin)을 꽂았던 그 시점으로 Go G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