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을 위한 혼잣말과 반성
오랜만에 브런치에 들어왔다.
왜 글을 못 썼을까.
글을 쓸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왜 여력이 없었을까.
몸 상태가 계속 좋지 않았고 내 상황이 달라졌는데 그 변화에 내 마음이 못 따라갔었기 때문이다.
머릿속 어딘가에는 계속 어떻게든 글을 써야 된다는 생각이 있었고(한국어로 글을 못썼을 뿐, 모어인 일본어로는 틈틈이 쓰긴 했지만) 조금 몸이 괜찮아지니 계속 글쓰기를 미루고 있는 내가 조금씩 싫어졌다.
몸이 안 좋아도 상황이 바뀌어도 내가 하고자 하는 것, 되고자 하는 것에는 변화가 없었을 텐데 왜 나는 그 목표들에게서 계속 멀어지고 있을까.
매일 그 생각을 하고 자신을 한심하게 생각하고... 남의 시선만 신경을 쓴 것 같다.
(이런 부분도 변화가 없어서 나답다는 생각이 든다)
이럴 때는 그냥 다시 쓸 수밖에 없다. 다시 쓸 수 있다고 믿고 컴퓨터 앞에 앉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브런치를 열었다.
너무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다시 써본다.
요즘 라디오에서 자주 들은 일본어 표현이 있다. 원래 중국에서 전해진 말이다.
禍福は糾える縄の如し(화와 복은 마치 꼬아 놓은 새끼와 같다.)
말 그대로 인생에 좋은 일과 안 좋은 일은 표리일체이며 한쪽이 한쪽의 원인이나 계기가 되기도 한다.
지금이 좋다고 방심하지 말고, 또 지금이 좋지 않다고 절망할 필요도 없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 말은 삶의 기복을 생각했을 때 정말 맞는 말이다 싶지만 나는 하나 더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바로 "화"쪽을 너무 크게 보는 경향이 있거나 "화"는 "화"로 보되 "복"은 "복"으로 보지 않을 때가 있다는 것이다.
사실은 "복"이 더 크고 그 상황을 조금 더 즐겨도 되는데 말이다(어차피 "화"가 올 타이밍도 있으니).
그렇게 과도한 불안과 우울감으로 인생을 바라본 결과 완성되는 건 비뚤어진, 앞뒤 균형이 맞지 않은 삶이다.
그건 이 속담이 시사하는 바가 아닐 테니. 더 단순하게 받아들여야겠다.
여기까지 써보고... 아무래도 글을 정기적으로 쓰러 와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빈도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한국어로 쓰는 건 그저 힘들 뿐이라는 생각으로 피해왔지만(이것도 어떻게 보면 "복"도 함께 있는데도 보지 못한 걸까), 그리고 실제로 모어보다는 힘들지만 그래도 나만의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낸 것 같아 기분이 괜찮다.
알 법했을 일도 다시 배우고 몇 번째일지 모를 재시작을 하려 한다...
그런 나를 얼마든지 탓하고 한숨 쉴 수 있지만 다음에 올 "복"을 위해 일단은 참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