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멜라닌>, 하승민 저
"내 피부는 파랗고 엄마는 베트남 사람이다. 어느 쪽이 더 문제인지 모르겠다."
제29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이라는 하승민 작가의 <멜라닌> 은 작품의 첫머리에서부터 자기 존재에 대한 대담한 문제를 제기하며 시작된다. 주인공 재일은 파란 피부를 가진 '소수인종' 으로 패싱 되는 존재이며, 한국인 아버지와 베트남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사람이기도 하다. 자신의 피부와 어머니의 출신 국가를 둘러싼 한국 사회의 차별과 멸시를 견디다 못한 그는 가족 자체의 미국 이주를 계획하게 되나, 그 과정 속에 어머니가 고향 벹남으로 종적을 감춘다. 미국 이주 이후 재일의 삶은 역사적 삶을 관통하는 재현적 삶에 가깝다. 테러, 총기사건, 탄핵 등 풍파와도 같은 삶의 급류 속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재일은 마모되기는커녕 오히려 단단해지는 듯 보인다.
이 작품이 그렇다. 차별과 혐오를 주제로 한다 해서 주인공이 마냥 주눅 들어있다기보다는 그 반대라 하는 것이 적합하겠다. "존재하는 것이 저항하는 것이다. To exist is to resist." 라는 말마따나 작품 속 재일은 현존하는 삶으로서 자신을 옥죄는 규범의 폭력에 대담히 맞서고자 한다. 작품은 주류 경계 속에 함께하고자 애쓰는 이들을 끊임없이 경계 밖으로 밀어내는 규범적 폭력을 현실과 환상을 오가며 재현한다. 파란 피부와 혼혈이라는 점이 삶을 방해하는 그 어떤 은유로 끝나기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재 자체로 세상에 맞서는 삶을 살아내는 재일의 모습이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한겨레출판으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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