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방랑기]그들을 자극해선 안 돼! 바르셀로나 02

소매치기보다 무서운 거리의 무법자들

태양의 나라에서 마주한 두 번째 시련, 소매치기보다 무서운 거리의 무법자들들들

드디어 마주한 진짜 바르셀로나!(공항에서의 당황스러움은 공항버스에서 첫 발을 내딛음과 동시에 날려버렸다.) 덥지도 춥지도 습하지도 않은 보송보송한 날씨, 뚜벅이 여행자에게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조건이었다. 바르셀로나가 왜 ‘태양의 도시’로 불리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가을임에도 불구하고 선글라스 없인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빛이 이글거리 던 도시. 좀 더 입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반짝 반짝이 아니라 ‘왁!!!!!!!’ 이 정도랄까. 여름이 아님을 그저 감사해야 했던 순간이었다.


'오전엔 런던, 오후엔 바르셀로나', 글로만 보면 너무나 멋진 일정이지만, 사실 오전 내내 제대로 된 빛 한 점 보지 못하다가 엄청난 자연채광을 만나니 눈부심에 실명할 뻔했다고 친구들에게 너스레를 떨었었다. 정말 눈부심에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다. 런던이 아무리 맑다고 한들 바르셀로나에 비할 바가 아니라는 것을 첫 발을 디딘 1초 만에 알게 된 것이다. 과연 태양의 나라.


반짝반짝을 넘어 악!!! 소리 날 정도의 눈부심을 자랑하던 바르셀로나. 시련이 다가오고 있음을 체감하지 못하고 그저 눈부심에 감탄하며 낯선 도시에서의 여행자 모드에 심취했었다.
눈이 부신 와중에도 유난히 영롱해 보이던 삼성! 괜스레 애국심이 솟아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쾌적한 날씨의 멋진 도시일지라도 특정 생물 겁쟁이 여행자에게 완벽한 곳은 없다. 특히 여행자도 거주자도 반기는 조건이라면 거리의 무법자들에게도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비둘기!!!! 실제 바르셀로나는 그들이 터전으로 뿌리내리기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 수많은 관광객이 오가며 맛있는 것들을 이래저래 흩날리고(?) 큰 추위 없이 따뜻한 빛이 환영하는 도시. 비둘기는 나 만큼이나(?) 날씨 좋은 ‘도시’에 최적화된 생물이기에 만나고 싶지 않아도 그들과 나의 동선이 겹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해야 했다.


실제로 유럽여행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소매치기나 집시단뿐만 아니라 여행 내도록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새떼의 습격이었다. 유럽인들은 광장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광장은 세계 각국에서 몰려온 관광객들에게 찬사를 받는다. 그리고 모든 광장엔 언제나 새떼가 매서운 눈으로 관광객들을 노려보고 있다. 그들은 마치 우리가 그들의 구역에 침법 한 침략자인 것처럼 매섭게 노려보기도 한다.


여길 통과 하면 숙소와 바로 연결되지만 절대 여길 통과할 수 없는 겁쟁이 여행자.


나는 바르셀로나에서 만난 첫 광장, 카탈루냐 광장(Plaça de Catalunya)에서 혹시 비둘기가 땅에서 태어나 고대로 자라나는 것이 아닐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밭에 씨를 뿌린 것처럼 징그럽게 많은 비둘기들이 움직이지 않고 구구 소리만 내는 걸 완벽하게 설명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관광객들이 떨어뜨린 각종 음식물 부스러기가 원인인지 아니면 누군가 몰래 투척한 먹이 때문인지 태생적으로 ‘이동’이라는 걸 해본 적이 없어 보였다.


날지도 않고 가만히 서서 고개만 까딱까닥 움직이거나 구구구구구 소리를 낼 뿐이었다(나는 잘 움직이지도 않는 그들이 왜 그렇게 무서운 걸까). 물론 새떼는 자극만 하지 않으면 공격하지 않는다. 다만 ‘자극’이라는 것이 우리의 기준과 다를 뿐이다. 예를 들어 달콤한 아이스크림, 고소한 감자튀김과 각종 음식들은 물론 우리가 느끼지도 못할 사소한 움직임까지 그들의 심기를 건드리기에 충분한 요소들이다.


선생님!!!!! 제발 그 당당한 발걸음을 멈춰주세요ㅠㅠ 울부짖고 싶었던 순간이다.


내 몸에 주렁주렁 매달린 크고 작은 가방들과 24인치 캐리어를 이고 지고 비둘기 밭을 피해 저 멀리 돌고 돌고 또 돌고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 캐리어 끄는 소리와 내 움직임이 거리의 무법자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해서다. 소매치기는 주의를 기울이면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지만, 비둘기는 내가 조심한다고 해서 마주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언제 어디서 나를 공격할지 모르니 최대한 비둘기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소매치기보다 더 무서운 거리의 무법자들을 피해 가까운 길을 돌고 돌아 숙소로 가는 길. 바르셀로나 여행을 시작도 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3일은 있었던 것 같은 여독이 올라오고 있었다.


거리의 무법자만 없다면 붐비는 곳을 더 좋아한다. 예쁜 날씨, 얘쁜 거리 그리고 유쾌한 발걸음 모든 것이 즐거워서인지 돌고 돌아 가는 길이 나쁘지 않았다. 힘은 들었지만.
이글이글 강렬한 태양에 놀란 피부를 얼른 진정시키고, 여행자를 위한 친절한 웰컴푸드도 한 껏 즐겨보았다. 무법자들을 피해 도착한 파라다이스 :)


아직 본격적인 여행은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이미 바르셀로나에서 느낄 모든 피로를 한 번에 다 느낀 듯한 날이었다. 실제로 아직 오전입니다만!?



도시 노동자의 유럽 방랑기 바르셀로나 2편
소매치기보다 무서운 거리의 무법자들. 끝.


본격적인 바르셀로나 여행, 3편의 시작점. '소매치기를 조심해!'
작가의 이전글[유럽 방랑기] 보랏빛 가우디 나이트, 바르셀로나 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