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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지호 Jun 26. 2023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분석 및 해설

그래, 바로 이게 애니메이션 영화지.



            시작하기에 앞서.          



   리뷰? 글쎄, 굳이 원한다면 이 영화는 "훌륭하다" 정도 작성할 수 있을 것 같다. 소니가 다년간 쌓아온 스파이더맨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영화를 보는 내내 당신을 스파이더맨인 것 처럼 느끼게 한다. 극장에서 보는 것? 물론 추천이다. 광고 따위가 아니라 스크린 위에 펼쳐지는 이 영화의 모든 장면들은 어두컴컴한 밀실 속 번쩍이는 화면으로 감상해야 비로소 완성된다. 좋은 영화일수록 리뷰 보다는 해석이 동반된다. 그 만큼 영화의 단점보다 장점이 많았고 그러한 장점의 근거가 되는 장면들에 들어 있는 수 많은 이야기들을 쏟아낼 시간조차 부족하다. 따라서 이 글은 영화 리뷰 보다는 영화 해설에 가까울 것 같다.



애니메이션 오락 영화에는 해설, 해석이 필요가 없다고? 천만의 말씀.


오락영화이고 킬링타임 영화라 불리는 영화라 할 지라도 쇼트와 쇼트, 씬과 씬을 넘어서 넓게는 극중 등장하는 모든 시청각적 요소들이 병립하고 대치되며 만들어지는 이야기의 흐름인 플롯(plot)이 존재한다. 그런 요소들이 모여 플롯이 되기 까지의 다양한 표현 수단은 영화 미디어 뿐만 아니라 문학 전반을 아우르는 골조가 되며 모든 이야기를 '서사화'시키는 적극적인 수단이 된다. 즉 문자를 영상화 하는 과정이며, 더욱이 시공간에 제약을 받지 않는 애니메이션은 그런 과정이 궁극적으로 표현될 수 있는 장르이다.


아래의 이야기는 서사를 이해하고 미디어 예술을 관찰하며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의 산물이며 영화 제작자의 발언에 의거한 실질적 근거들보다는, 관객임과 동시에 평론하고자 하는 자의 자세로 해당 영화 속 해설의 여지가 필요한 부분과  이해하고 나면 더욱 흥미롭게 곱씹어 볼 수 있는 장면들, 그리고 영화의 줄거리와 주제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포인트, 요소들을 나열해 두었다. 전부 소위 우리가 말하는 뇌피셜의 향연이며, 그저 당신의 무릎을 '탁' 치게 할 만한 요소가 하나라도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따라서 영화 향후의 줄거리나 카메오 등의 소위 '떡밥'이라 불리는 요소에는 집중하지 않으며,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되어 있다.


지금부터 오프닝부터 엔딩 까지 제작진들이 거미줄처럼 엮어 놓은 이야기를 찬찬히 풀어보자.






            첫 번째 포인트 - 수미상관 형식          


작품의 시작과 끝이 동일하거나 비슷한 형태를 유지하는 경우를 수미상관 형식이라 부른다. 이 영화도 수미상관 형식을 따르고 있다. 영화는 그웬의 드럼 소리를 시각화 하면서 그 오프닝을 알린다. 소리는 곧 연주가 되며 나아가 그웬이 자신의 지난 일생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되는데,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반영하듯 다른 밴드 인물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독주를 하기 시작하며 그 독주 마저도 완전히 끝마치지 못한다. 외톨이라는 자신의 모습을 밴드에서 어울리지 못하고 독주하는 자신의 모습으로 표현하는데, 해당 영화의 엔딩 장면에서 그웬이 자신이 모은 인물 단체를 밴드라고 표현한다는 것, 마음에 맞는 밴드가 없어서 이들을 소집했다고 표현하는 것은 분명 흥미로운 지점이다. 동시에 오프닝에선 어설프게 멈춰지는 드럼 소리로 연주가 종료되지만 엔딩 장면에의 삽입곡은 그웬이 연주했던 똑같은 노래가 삽입되며 완벽하게 완주 된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지만 주었다는 대사가 다시 한번 반복된다는 점 또한 수미상관 형식의 근거가 된다.

https://youtu.be/bLjS8iateHE




            두 번째 포인트 -  백지 같은 아이, 마일스 모랄레스, 그리고 양자택일의 문제.          


주인공 마일스 모랄레스의 대학 진학을 위해 학교에서 상담을 받는 장면에서의 대사는 영화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전달해주고 있다. 상담 자리에서 마일스의 부모는 "사람들마다 개개인의 우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 우주는 자신만의 이야기가 된다. 마일즈의 이야기는 하얀 백지와도 같다." 라는 이야기를 듣게된다. 핀잔을 주는 선생의 단순한 개그 씬 처럼 보이는 이 장면은 마일스의 존재를 의미하는 장면이자 선생이 지어낸 이야기로 자신의 미래를 교정하려는 모습 까지도 영화를 관통하는 모든 이야기의 은유가 된다.

백지는 종이가 하얗기에 의미를 둘 수 있다. 아무것도 쓰여져 있지 않기 때문에 그 무엇이든 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남의 손으로 써선 안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듯 한 이 장면 또한 영화의 이해를 돕는 장면이다.


또한 선생은 현재와 미래 둘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이는 또 다른 스파이더우먼인 '제시카 드류'의 대사에서도 반복된다.

중후반부 마일스를 추격하는 장면에서 드류는 이미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을 내렸으며 스파이더 소사이어티의 다른 인물들도 그런 선택을 내린지 오래인 것 처럼 보인다.  이들은 모두 현재를 포기하고 미래를 선택했으며 그러한 선택의 근거로 드류는 마일스를 잡길 망설이는 그웬에게 '미래만 바라보라' 라고 말한다. 양자택일의 문제점은 필연적으로 한 쪽이 버려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스파이더 소사이어티에 순응하고 살아가는 자들은 현재를 포기하고 미래를 선택한 자들이다. 이러한 과정이야 말로 스파이더맨으로 살아가기에 필수적인 것이 이 사회의 규율이다. 이 선택은 어떠한 악에 의해 강요된 것이 아니라 이 또한 선이 존재함을 믿는 자들이 택한 방법이라는 것도 스파이더맨이라는 존재, 나아가 사회가 말하는 슈퍼 히어로에 대한 애석한 현실이다. 역시, 영화 속 다른 스파이더맨들이자 백지에 미래라는 선택을 작성한 자들은 마일스에게 같은 행위를 요구한다. 하지만 마일스는 양자택일이라는 문제 자체에 질문을 던진다. 선생과 대화할 때에도 그는 현재와 미래를 둘 다 선택하겠다고 말하며 개인과 사회 둘중 하나만 구할 수 밖에 없다는 질문에도 둘 다 구할 수 있다 말한다. 자신의 이름은 마일스 모랄레스 라는것. 이러한 나 또한 스파이더맨이라는 것 까지 모두 백지는 자신의 것이고 또 자신의 이야기는 자신만이 쓸 수 있다는 의미이다. 양자택일이 아닌 공존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이름 아래에 자행되는 강요에 대한 저항이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의 주된 이야기가 된다.



            세번째 포인트 - You missed a spot!          


스팟은 이 영화의 메인 빌런처럼 보인다. 일단은 말이다. 자신을 마일스의 호적수, 아치 네메시스라 부르며 후에는 자신과 자신의 가족들에게 직접적으로 해를 끼칠 수 있는 존재로의 각성을 일궈냈다. 스팟이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자신과 마일스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이다. 자신이 스파이더맨을 만들었고 스파이더맨이 자신을 만들었다는 장면과 두 인물이 병립되어 묘사되는 장면은 의도된 미장센으로 보인다.(또한 영화 속에서 프라울러의 존재와 마일스의 존재에 대한 설명으로 스팟의 각성 장면이 이용되기도 한다.)


'spot'이라는 단어는 단순히 그의 외형에서 미루어 보았을 때 '점' 이라는 단어로 해석할 수 있지만 '오점' 이라는 의미 또한 가지고 있다. 'You miss a spot' 이라는 관용구는 무언가 중요한 것을 놓쳤을 때에 사용되며 일이 틀어질 만한 오점이 발견되어 경고하는 의미로도 사용되는 영어권 국가의 관용구이다. 영화 속 마일스의 정체를 말하는 미겔의 대사에서 둘 간의 흥미로운 상관관계를 찾아볼 수 있는데 첫번째는 이 둘 또한 정해진 규율이나 규칙과 상관 없이 자신의 의지대로 차원을 마음대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며 두번째는 시종일관 영화 속 등장하는 모든 비공식 사건의 주체는 스팟 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마일스의 존재라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는 변칙자, anomany로 표현되는데 spot이 의미하는 오점 과도 비슷한 의미를 가진다. 이 둘은 병렬되는 의미를 가진 존재라고 볼 수 있겠다. 변칙자의 존재가 선악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 누구든 시작점이 될 수 있으며 이 둘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영화는 스팟을 통해 표현했다.




            네번째 포인트 - 공동체(family) 라는 이름의 둥지, 날개를 피지 못하는 아이(kid).          


영화를 보면 가장 잘 나타나는 부분은 가족이란 무엇인가 에 대한 질문이다. 가족을 최우선적으로 여기는 마일스의 어머니 '리오'는 마일스가 넓은 세상에 나가는 것을 걱정하고 만류하려 한다. 그웬의 아버지는 자신이 딸의 정체를 알게 되면서도 경찰 됨에 있어 공권력을 이행하려 한다. 스파이더 소사이어티라 불리는 사회는 공식 설정(canon event)이라는 한가지 이념 아래에 임무를 수행하는 수평적인 집단보단 수직적인 집단 처럼 느껴진다. 영화 속 등장하는 가족들 대부분은 가족 속 공동체 일원됨에 있어 당연히 이행되어야 하는 절대적 규칙이 있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에 대한 묘사가 나타난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변하게 되는 방식이다.


비약적으로 넓게 보면 모든 장면은 어른과 아이의 이야기로도 느낄 수 있다. 극중 미겔은 끊임없이 마일스와 그웬을 kid라 부른다. Kid를 단순 한글로 번역했을 때는 아이, 꼬마와 같은 언어로 치환되지만 실질적으로 어른이 상대를 kid라 부를 때에는 낮잡아 보는 의미가 함유되어 있다. 아직 철들지 않았고, 철들지 않았기에 세속된 사회에 속하지 못하는 자들을 말하는 것 처럼 사용되며, 그러한 발언에는 상대를 비하함과 동시에 억압하려는 의도 또한 들어있다. 재미있는 것은 스파이더펑크, '호비 브라운'은 kid 중의 kid인 갓난아이를 보고 "혁명가" 라 표현하고 스파이더 소사이어티를 "둥지" 라고 말한다는 점이다. 어쩌면 아이의 그런 순수함, 사회 깊숙히 담궈지지 않고 수면 위를 가볍게 날아다니는 아이들이야 말로 역설적이게도 사회를 바꿀 수 있는 혁명가가 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 아이들을 가족이라는 이름의 둥지에 가둬두고 날개를 펴지 못하게 하는 것 또한 어른이 할 수 있는 최악의 일 중 하나인 것이다.



날개를 펴게 두어라 라고 조언하는 마일스의 이야기, 이후 마일스의 가족이 세상에 나가 큰 일을 하고싶어하는 아들이 걱정되고 그 세상이 그리 다정하지만은 않지만, 너가 어딜 가던 함께 할 거라는 이야기. 어딜 가더라도 너가 그 곳에 있지 말아야 할 이유란 없다는 이야기가 마일스가 스파이더 소사이어티에서 겪게 되는 일들과 상반된다는 점. 그웬의 아버지가 처음에 내렸던 선택과 이후에 내리는 선택이 다르다는 점 등 모든 것들이 가족의 가치라는 것은 단순히 육체적으로 함께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영화는 말한다. 정형화된 가족의 틀이라는 것은 없기 때문에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이고 이 아이가 날개를 피게 도와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특정한 아이에 맞는 특정한 육아법 또한 존재하지 않고 좋은 아빠가 되는 책 따위 없다는걸 극의 후반 갓난아이를 두고 이야기를 나누는 피터 부부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이란 무엇인지 상기시켜 준다.



            다섯번째 포인트 - 그웬이 동경하는 드류, 마일스가 동경하는 호비.          




그웬은 드류를 동경하고 마일스는 호비를 동경하는 것 처럼 영화에서 묘사된다. 그웬이 드류를 처음 보고 넋을 놓아 자신을 입양해 달라는 유머스러운 대사가 등장하고 마일스가 호비의 마스크 벗은 모습을 보자 마스크 아래의 모습이 더 멋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둥 이 두 쌍의 그룹은 명백한 대조와 대비를 이룬다. 이 둘 모두 스파이더 소사이어티에 속하나 드류는 체제에 순응하는 모습을, 호비는 체제에 호의적이지 않으며 이내 반항하는 모습 으로 그려진다. 이러한 두 인물의 모습은 명백히 그웬과 마일스의 행보와 동일하다.


그웬은 소사이어티에 속하나 완벽히 자의에 의해 선택된 것이 아니며 결국 체제에 어느정도 순응하는 모습을 보인다. 결국 그러한 체제의 권력을 이행하는 역할이 되고 드류의 명령을 전적으로 이행하려 한다. 호비는 그의 말마따나 모든 체제와 스테레오타입에 굴복하지 않는 자체를 유지하고 스파이더맨의 본질을 깨달을 수 있도록 마일스를 도와주며 탈출하는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해준다. 필자는 호비가 마치 kid가 아니게 된 마일스의 모습을 보는 듯 했다. 드류의 심정 변화 또한 그웬과 일맥상통하게 이어진다는 점 또한 더 이상 kid가 아닌 그웬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 두 쌍의 그룹을 비교하며 영화를 관람하는 것도 추천한다.



            여섯번째 포인트 - 상승과 하강의 이야기. 영화의 가장 큰 은유.          



미디어 예술을 해석할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 중 하나는 인물의 신체적 이동이 은유하는 의미가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이 영화에서 마일스가 상승하고 하강하는 장면 또한 그 일관된 규칙과 내포된 의미가 담겨있다고 해석했다.


이 영화에서 마일스가 끊임없이 반복하는 가장 큰 동작은 바로 "상승"과 "하강"이다. 상승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공간으로의 수직적 이동을 표현하는 단어임과 동시에 숙어로 사용될 때에는 성공과 고양, 고취 등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나 하강은 반대로 실패, 직위의 추락, 몰락 등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올라간다' 와 '떨어진다' 로도 쓸 수 있지만 분명한 것은 '떨어진다' 와 '내려간다' 는 의미가 다르다는 것이다. 떨어진다는 것은 주로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 없이 추락하게 되는 불가항력에 휘말린 상황에 사용하게 되지만 내려간다는 것은 본인의 의지로 높은 곳에서 아래로의 공간 이동을 꾀하는 순간이다. (Falling 과 Going down 을 생각하면 쉽다.)



마일스가 상승하여 이동하는 공간들은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규정된 사회, 가족이라는 둥지의 공간이다. 파티를 벌이는 옥상에서 가족과 다투게 되는 마일스, 거꾸로 메달려 스파이더 소사이어티의 본부 꼭대기로 향하는 엘레베이터를 타고, 모두를 피해 달로 향하는 여객선의 선채에 매달려 있기 까지.


마일스가 하강하는, 즉 내려가는 순간은 공식 설정(canon event)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되는 순간이나 그 순간을 야기하는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웬을 따라 포탈에 들어가기 까지에는 그가 끊임없이 건물 옥상에서 하강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게 도착한 뭄바튼이라는 가상의 도시에서 만난 스파이더 인디아, '파비트르 프라바카르' 의 공식 설정에 영향을 주는 구조 활동인 '싱 경감'을 구할 때 하강하는 모습, 스파이더 소사이어티에서 자신을 따라오는 모든 자들을 따돌리기 위해 높은 곳으로 상승한 이후 자신은 뛰어내리는 장면 마저도 이 은유의 적합한 장면들이 된다. 스파이더 소사이어티의 모든 인물들을 한 자리로 모아놓고 자신은 뛰어내려 유유히 탈출하는 장면은 마치 정형화된 사회의 강물에 던지는 돌멩이 처럼 느껴진다. 그 돌멩이가 강물에 떨어져 만들어 내는 파동이 모이고 모여 물결이 되고 파도가 되는 과정을 그리는 순간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영화는 상승과 하강의 이동을 영리하게 만들어냈다.




또 한가지 흥미로운 지점은 그웬과 마일스가 거꾸로 매달려 있는 순간이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둘은 거꾸로 매달려 있을 때에만 가면을 벗고 온전한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게 되는데 그러한 장면이 영화에서 두번 반복된다. 첫번째는 그웬과 마일스가 건물 옥상에 거꾸로 앉아 진솔한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 엘레베이터 장면으로 마일스가 상상하는 이상적인 스파이더맨들의 세계에 대한 기대와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에 대한 기대감 등, 반전된 세계를 바라보는 이들의 모습은 마치 스파이더맨과 내면 속 그웬과 마일스의 합일이 완벽하게 될 수 없다는 현재의 상태에 대한 하나의 큰 경계선처럼 느껴진다.




            마지막 포인트, 공간과 공간의 대립, 그리고 화합          



궁극적으로, 영화는 외부에서 들어온 이방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있다. 마일스는 스파이더버스라 불리는 세계의 이방인이자 스파이더 소사이어티의 불청객. 그웬은 한 가정의 딸이 아닌 스파이더우먼이 가족에 들어오게 되며 아버지의 고뇌를 유발하는 이방인이 되고, 미겔은 다른 세계에서의 자신을 대체하기 위해 자신이 그 세계의 이방인이 되지만 참사를 겪게 된다.


미겔은 그러한 본인의 경험으로 세계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 스파이더 소사이어티를 창립하고 스파이더맨들은 정해진 규율대로 살아가야 하며 이방인의 존재 자체가 위협이 된다고 말한다. 외부에서 침입한 이방인은 체제의 붕괴를 야기할 수 있는 존재이며 그러한 존재들을 자신이 막아야 한다 생각하며 행동하는 인물이다.



이러한 대립은 앞서 이야기된 바 있다.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어 하는 마일스는 가족들과 갈등을 겪게 된다. 자라나는 아이의 공간을 현재에 국한지으려 하는 부모의 모습, 또 푸에르토리코인인 어머니의 발언에 의하면 가족의 희생이 있기에 너가 이 곳에 있을 수 있다는 것 등을 통해 공간과 공간이 대립하는 순간을 미리 예습할 수 있었다. 그웬에게 집이라는 공간은 온전히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이었으나 피터가 죽은 후 범죄자로 의심받게 되며 집이라는 공간은 아버지라는 이름의 세속적 공간이 된다. 그러한 점은 영화에서 이 둘을 묘사하는 (色)으로도 잘 표현되어 있다.(결국 마지막에 이 둘의 색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 지는 것이 아니라 흰색으로 중화된다는 점 또한 영화를 흥미롭게 볼 수 있는 포인트이다.)


하지만 마일스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너가 있으면 안되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 라고 말해주는 가장 의미있는 존재가 된다. 그웬의 아버지 또한 경찰 일을 그만두고 그웬과 스파이더우먼을 인정해주게 된다. 이러한 것들은 곧 공간과 공간이 충돌하는, 멀티버스가 충돌하고 붕괴하는 것이 아니라 멀티버스가 융화되고 하나로 합쳐지는 순간을 의미한다고도 할 수 있겠다. 아직 미겔의 "공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이는 3부 개봉 이후에 다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영화에 대한 리뷰와 해설 글을 적을 때에 가장 고심하게 되는 부분은 바로 제목이자 나의 한줄 평이다. 제목만 읽더라도 영화의 전반적인 흐름을 연상시킬 문장을 쓰려 노력하고 또 극장에서 나와 영화를 곱씹어 볼 때에 "그래. 이런 영화지!" 라고 생각 들 만한 문장을 쓰려 노력한다. 하지만 이번 글은 리뷰가 아니라 해석에 가깝기 때문에 제목을 수정했다. 아래는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의 제목을 지을 때 고려했던 후보들이다.




<스파이더맨: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소리의 시각화, 움직임의 청각화


<스파이더맨: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스파이더맨은 역시 소니!


<스파이더맨: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애니메이션 업계의 변칙점


<스파이더맨: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너의 이름은?


<스파이더맨: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애니메이션이 말하는 색(色)이란?



이렇게 고심할 정도로 이 영화 속에 숨겨진 디테일이 훌륭하며 작품성 또한 대단하다고 느끼고 있다. 다만 관람 전 고려해야 하는 것은 이 영화의 전작,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를 관람하고 봐야 원만히 이해할 수 있고 더욱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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