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비상이동 메뉴얼" 서평
『비상이동 매뉴얼』은 단순한 취업·이직 가이드북을 넘어, 인생의 다음 챕터로 나아가기 위한 실용적인 안내서다. ‘무언가 지금의 회사에서 벗어나야 할 것 같은데, 막상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막연한 불안 속에 있는 직장인, 혹은 경력 전환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훌륭한 나침반이 되어준다.
리처드 N. 볼스의 『What Color Is Your Parachute?』는 1972년 첫 출간 이후 매년 개정판이 출간될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신뢰받는 취업 지침서다. 이번 한국어판은 2025년 최신 개정판으로, 변화한 직업 환경에 맞춰 내용을 업데이트하고 ‘회복력 유지’, ‘꽃 연습’, ‘연봉 협상’, ‘나만의 비즈니스 시작법’까지 직장인에게 필요한 거의 모든 내용을 담고 있다.
책의 핵심 메시지는 명확하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이 경력 설계의 시작이다.” 이직을 성공적으로 하려면, 혹은 자신에게 맞는 새로운 커리어를 발견하려면 외부 환경보다 먼저 자기 자신을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이를 위해 ‘꽃 연습’이라는 자기 진단 도구를 제공한다. 7개의 꽃잎으로 구성된 이 연습은, 독자가 자신의 가치관, 흥미, 능력, 업무 환경 선호도, 급여 기대치 등을 스스로 분석해 볼 수 있게 도와준다. 무엇보다 “자신을 안다는 것”이 단순한 명제가 아닌,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 책은 특별하다.
또 하나 눈여겨볼 부분은 구직 활동 시 회복력을 유지하는 10가지 방법이다. 변화의 시기, 특히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커리어를 준비하는 시기는 누구에게나 불안하고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 책은 그 감정의 흐름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도, 독자가 스스로 다시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여러 실질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이를테면 자존감을 지키는 법, 수줍음을 극복하는 전략, 법적 권리에 대한 이해 등, 막상 필요할 때 찾기 어려운 정보들이 체계적으로 담겨 있다.
이 외에도 연봉 협상 전략,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 작성법, 온라인 프로필 관리, 면접 시 주도권을 잃지 않는 방법, 창업에 대한 구체적 사례와 조언까지, 사실상 이직이나 커리어 점프에 필요한 실전 기술이 총망라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강점은 현실적인 언어와 따뜻한 시선이다. 경직된 이직 매뉴얼이 아니라, 마치 오랜 선배나 커리어 컨설턴트가 옆에서 차근차근 조언해 주는 느낌을 준다. 저자 리처드 볼스의 삶 자체가 흥미롭다. MIT와 하버드를 졸업한 후 사제의 길을 걷고, 상담을 통해 수많은 이들의 인생 전환을 도왔던 그의 이력이 이 책에 진정성을 더한다.
마지막 장인 ‘인생의 사명 찾기’는 이 책이 단지 직업 정보서가 아닌, 삶의 방향성을 함께 고민해 주는 인생 매뉴얼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다. 직업을 찾는 일이 곧 나를 발견하는 과정이라는 말이, 독서를 마친 후에는 공감 그 자체로 다가온다.
지금 내 일에 회의감이 들거나, 막연히 회사를 그만두고 싶지만 두려움 때문에 망설이고 있다면 『비상이동 매뉴얼』은 한번 펼쳐볼 가치가 있다. 읽는 동안 내 마음속 비상구가 어디에 있는지 차근차근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사회 초년생뿐만 아니라, 30~50대 커리어 전환기를 맞는 분들에게도 일독을 추천하고 싶다. 어떤 직업이든, 어떤 환경이든, 결국 가장 중요한 건 나 자신을 아는 것이니까.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