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을 겪은 사람들에게 보내는 편지
두 번째 브런치북을 발간하며
두 번째 브런치 북, '도시여자의 우아한 농촌생활'을 발행했다.
이 글은 내가 이혼하는 중에 쓰인 일기이자, 부유하듯 흐르던 내 모든 감정을 마주 보며 마음껏 혼란스러워하고 마음껏 아파하면서도 때론 별 것 아닌 것에 웃고 행복했던 날들이 담겨있는 소중한 기록이다. 소박하기 이를 데 없는 손바닥만 한 시골 마을에서 나는 논밭의 씨앗처럼 싹을 틔웠다.
사랑이 식는 과정은 참 외롭다. 이혼, 이별이란 아마도 상처를 주고받은 시간 속에 매몰된 감정들이 재처럼 남아, 탄 내 나는 잔상을 남기는 것일 것이다. 남녀의 헤어짐이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상실들도 가끔은 이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당시에 내가 가장 두려웠던 것은 양육권 싸움이었기에, 사실 아이를 데리고 도망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동시에 나를 이루던 세계가 무너졌을 때,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서 처박혀있고 싶기도 했다.
때로 인생의 풍파를 겪는 사람들이 귀농이라던가, 극단적으로는 산에 들어가 사는 것을 미디어에서 접했다. 도시생활을 사랑하던 내게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지만 지금 나는 그들을 아주 많이 이해한다. 내가 겪은 자연의 위로는 단순한 '힐링' 정도로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진짜 시골 생활이란, 영화에서 보이는 한 장면처럼 예쁘지 않다. 특히 도시에서 한평생 살아온 나 같은 사람에게 그 생활은 생각보다 더욱 수고스럽고 꽤 불편하며, 무엇보다 부지런함이 요구된다. 단순히 꽃이나 보고 바람이나 쐬는 그림 같은 전원생활은 시골의 일상과 꽤 거리가 있단 소리다. 그럼에도 나를 둘러싼 공기와 내가 딛는 땅의 그 모든 생명체가 매일 조금씩 변화하는 것을 온 감각으로 느낄 때나, 매일 정성껏 돌보던 식물들이 결실을 맺을 때에는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충만함을 느낄 수 있다. 어떠한 아픔도 괴로움도 언젠가는 저 풀들처럼 피고 짐을 반복하며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는 희망도.
과일 안에 들어있는 '씨앗'에는 거대한 과수원이 숨겨져 있다고 한다. 하나의 씨앗이 과수원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땅 속에 묻혀 새로운 싹을 틔워야 하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다. 컴컴한 어둠 속에 묻혀 인고의 시간을 보내며 갈증과 성장통을 겪으며 발아한 새로운 인생의 새순.
살아있다는 느낌. 이보다 더 삶의 목적과 의지를 다질 감각이 있을까.
이 아픔이 없었더라면 결코 알지 못했을 인생의 보물이 숨겨진 밭을 공개한다. 나의 글이 상실을 겪은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란다.
2023년 여름, 이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