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서른여섯, 그동안 무엇을 하며 살아왔는가
사실 이 글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내가 무슨 일을 하며 살아왔는지 돌아보면서 그동안 어떤 일을 하면서 재미를 느꼈고, 어떤 일을 좋아했고 열심히 했는지를 알아보기 위함이고, 결국 도파민을 찾겠다는 뜻이라고 볼 수 있다.
내가 일하면서 느꼈던 순간의 포인트들을 조금씩 풀어가려 한다. 이 글을 읽어주시는 직장인 독자분들에게 공감이 되거나, 고민거리가 조금이나마 해소가 되었으면 한다.
나는 고등학교 때 까지도 자아가 성립되지 못해 나만의 생각이나 의견 없이 이런저런 방황을 하며 보냈었다.
그러다 고등학교 3학년 초반 내가 뭔가 스스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처음 들었다. 미대 입시를 준비하는 것.
부모님의 금전적인 도움을 받아 홍대 근처 미술학원에서 석고정물수채화로 미대입시를 1년간 준비했었다.
이 돈은 여태 쓴 돈 중 제일 아까웠던 돈이다.
학원을 다니면서 내가 직접 그리는 것보다 선생님들의 손을 타서 수정되어 그림이 나아지는 것을 바랐고,
선생님들이 알려주는 피드백들을 알아듣지 못했고, 이해력이 부족하니 실력은 당연히 늘지 않았다. 미대입시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것에 비해 의지는 부족했다.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서 그나마 관심이 있었던 공연예술학부에 2차 수시를 지원했고, 수시합격 후 학원은 수능 보기 전 그만두었다. 3개월 치 학원비를 아꼈다.
공연예술학부에 입학해서 무대디자인, 제작, 작화, 음향, 조명, 의상, 분장 등 공연에 관련된 전반적인 흐름을 배웠고, 처음엔 무대제작팀에 합류하여 밤새 드릴, 톱질해 가며 무대에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을 뚝딱뚝딱 만들어 나갔고, 그렇게 첫 공연을 보며 처음 성취감을 느꼈다.
모든 학과 수업이 재밌었지만, 2학년 때 학교행사에 필요한 의상을 직접 제작하면서 다른 수업보다 흥미를 갖게 되었다. 무대의상으로 전공을 선택하여 졸업작품을 완성하고 마지막 학기부터는 교수님 밑에서 일 배우면서 교수님이 진행 중인 연극, 뮤지컬의 의상 사입 / 제작 / 공연진행 실무에 투입되었다.
그렇게 1년 후, 이런저런 이유들로 교수님과는 안녕하고 다른 실장님 사무실로 이직을 하게 된다.
이미 유명해서 익숙한 대형 라이선스 공연의 의상팀으로 합류했고, 여태 해왔던 공연들보다 큰 공연에 투입된다는 사실에 굉장히 설레었다. 그 이후 워커홀릭되어 6년간 무대의상 제작, 공연진행 팀으로 근무했다.
뮤지컬 공연의 의상스태프로 일하며 신나는 넘버들을 들으면서 대학 때부터 익숙했던 미싱, 바느질 등의 업무를 했고, 쉬는 시간엔 무언갈 창작해서 만들어 나아가고 의상퀵체인지에 가슴 졸이는 시간의 반복이었지만, 매일이 성취감의 연속이었고, 일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하루하루였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나는 이 일을 정말 사랑했다고 할 수 있겠다.
너무 재밌고 좋았지만 내 통장 잔고를 보면 마냥 재밌고 좋은 일만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7년 스물아홉, 마지막 이십 대의 나는 프리랜서를 끝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