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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y Dec 23. 2023

속초에서 생긴 일

1. 일단 떠나보자

연차휴가를 냈습니다.

 2주 연속이나 금요일을 쉬게 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직장 상사의 말에 과감히 반기를 들고, 나는 12월 8일 금요일에 꼭 연차를 써야겠노라 강하게 말을 했답니다. 사실 내일을 누가 대신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금요일 아이들을 2 주 연속이나 다른 날로 이동시켜야 하는 것이 부담이 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올해 한번 남은 휴가를 그냥 이대로 날릴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요?


애초의 계획은 광화문책마당에서 진행하는 하이볼클래스에 참여한 후 카페에 가는 것이었습니다. 우연히 본 인스타그램 .,. 한 해 동안 고생한 나를 위해 치얼스. 멘트 좋고... 원래 술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주변에서 핫하다는 [하이볼]이라는 아이는 도대체 무슨 맛인지도 궁금했었습니다. 얼마 전 최상의 레시피를 구해서 나름 비슷한 모양으로 나오기는 했지만, 내가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그 맛이 아니더라고요. 처음으로 만들어본 거라서 비율실패라고도 생각했지만, 맛을 본 후에는 원래 이게 맞는 건가 고개가 갸우뚱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든 생각이요,  

'음식을 잘 못하면 하이볼도 잘 못 만드는 건가?' 하며 스스로의 솜씨를 의심하기도 했었답니다.

그러니 이번기회에 제대로 배워보자... 했던 것이지요.


하지만 계획이라는 것은 늘 그렇게 변경되기 마련!!

새벽에 동료선생님에게 카톡이 왔습니다. 같이 속초여행 가자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좋은 기회를 그냥 날릴 수는 없다고 강력히 이야기하여 나도 많은 고민을 했지만, 그냥 휴가는 각자 즐기기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다시 그 선생님에게 카톡이 왔습니다.

[나는 차 운전해서 속초 갈 거예요.]라는 내용이더라고요.

왜 그럴 때 있지 않나요?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어떤 작은 계기로 고요했던 마음에 파문이 일기 시작하는 때 말입니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그 카톡내용과 동시에 하이볼 클래스에서 잘못된 시간을 안내한 문자가 왔던 것입니다. 오후 6시로 알고 있던 클래스가 오후 1시라고 알리는 내용의 문자였습니다. 그때가 10시를 앞두고 있는 때였고, 나름 준비를 하고 간다고 해도 시간이 애매할 때였지요. 그래서 어찌할까 망설이던 차에 오히려 잘됐다 싶어서 그분에게 나도 속초로 가겠노라 답장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누가 운전을 할 것인가였습니다. 둘 다 옆에 누군가를 태우고 가면 부담감으로 긴장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차를 두대로 가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이고요. 그러다가 그냥 내차로 가기로 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하는데, 한 시간 후면 졸음운전을 한다는 분에게 내 생명줄을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요.

어차피 내가 운전을 해야 한다면 그냥 내차를 운전하는 것이 맞다는 결론이었습니다.


인천에서 속초로 가기 때문에 가는 길에 부천에 사는 동료선생님을 픽업해서 가기로 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부랴부랴 준비를 하고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일단 속초를 향해 떠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더라고요.


운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조수석에 탄 사람의 의무도 있는 법. 특히나 장거리 운전일 때는 운전자가 졸리지 않도록 나름 수발을 들어야 한다 이 말입니다. 수발이라야 별거 있겠는가마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해준다든가, 졸릴 틈새를 만들어주면 안 되는 것이 바로 조수석에 앉은 사람의 역할이자 의무일 것입니다.

전날 새벽 4시까지 잠을 설쳐서 솔직히 피곤하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졸려도 내가 운전하는 것 낫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졸음보다 더 힘든 것이 있었습니다. 점심을 무엇으로 먹을 것인가에 대한 끝없는 이야기말입니다.

결정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이해가 되지 않을까요?

누군가가 제발 이것저것 정해주기를 바라는 마음 말입니다.

내가 그랬고 그분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습니다.

게스트하우스 사장님과 지인의 추천 맛집이라고 하며 식당과 음식에 대한 프로필 설명을 하듯 읽어나가는데. 나중에는 귀에서 피가 날 듯 지치기 시작했습니다. 어쨌든 여행 중 먹는 음식에 대한 나의 지론은 어디에서나 먹을 수 있는 음식들 말고, 나름 그 지역에서만 먹을 수 있는 특별한 음식을 선호하는 편이거든요. 안 먹어본 음식은, 설령 그것이 내 취향은 아니더라도 한 번은 먹어보자... 이것이 제 나름의 음식철학이기도 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선택한 장칼국수와 수육. 사실 오후 3시가 넘어가는 시간에 첫끼였으니...무엇을 먹은들 맛이 없을까마는 나름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게스트하우스에서 있었던 술자리였습니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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