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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y Sep 16. 2024

누가 우리 엄마 좀 말려주세요

명절에 닥친 전쟁 같은 이야기

"긴병에 효자 없다."는 말 들어보셨지요?


부모가 늘 병을 앓고 있으면 자식이 한결같이 효도하기가 쉽지 않다는 말입니다.

가끔 뉴스를 통해서 접하게 되는 비보는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합니다. 어쩌면 그럴 수 있을까?라고 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고, 오죽하면 그랬을까? 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며칠 전 시골에 계신 엄마가 넘어지셔서 쇄골이 골절되셨습니다. 오른쪽 쇄골이 세 조각이 되었다고 합니다. 처음 방문했던 병원에서는 수술을 하려고 했으나, 두 번째 병원에서는 여든이 넘으신 나이에 40kg도 안 되는 몸무게 때문에 결국은 수술이 불가하다고 했습니다. 고령의 환자들은 전신마취 시 깨어나지 못하실 수도 있고, 치매나 폐렴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갈비뼈와 쇄골 골절은 깁스를 할 수가 없어서 가만히 뼈가 붙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데, 그 기한은 최소 6개월이 소요될 것이고, 그것도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엄마는 골절의 개념을 이해를 못 하고 있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멍이 든 것 이외에 상처가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왜 아픈지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움직이지 못하게 어깨와 쇄골 부분을 압박해서 고정시켜 놓은 것들을 자꾸만 빼달라고 주변사람들을 괴롭히는 것입니다. 어디 피가 난 것도 아니고 잠깐 넘어졌을 뿐인데, 괜히 병원에서 그렇게 해 놓는 바람에 더 아파서 못살겠다며 눈만 마주치면 고정장치를 풀어달라고 사람을 들들 볶다시피 하는 것입니다. 6개월을 가만히 있어도 뼈가 붙을까 말까라는데, 저렇게 하루에도 수십 번을 손으로 만지고 려고 건드리고 하니 그 기한은 더 길어질 수밖에 없을 거란 생각에 나도 모르게 자꾸만 화를 내게 되더라고요.

겨우 이제 삼일차인데 속에서 차오르는 분노를 삭이기가 힘들었습니다.

한 번은 자는 사이에 부엌에 가서 칼로 고정장치 끈을 잘라버렸습니다. 그걸 보고 어찌나 화가 나던지 뭐 하는 거냐고 큰소리를 냈습니다.

많이 아프시겠지요.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자꾸만 건드려서 덧나게 될 수도 있고, 몸에 살이 하나도 없다시피 하기 때문에 잘못하면 부러진 뼈가 밖으로 튀어나올 수도 있다는 의사 선생님말에 더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방금도 한차례 전쟁을 치렀습니다.

제가 거실에 나와서 일을 보는 사이에, 옷을 챙겨 입고 나오신 것입니다. 동네 사람들에게 그 고정장치 잘라달라고 하러 가신다고 또 그렇게 고집을 부리셨습니다.

하루 24시간을 감시모드로 혹시 칼이나 가위로 끈을 자르지는 않을까 감시해야 하고, 안된다고 하는데도 아프다고... 내 몸 아픈 건 내가 제일 잘 아니 빨리 빼달라고 같은 말을 무한 반복하는 그 소리에 며칠째 두통약을 끊을 수가 없었습니다.

골절로 아프다는 것을 인지 못하고, 오직 온 신경이 쇄골을 누르고 있는 고정장치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그것만 없으면 안 아플 것이다...라고 믿는 우리 엄마를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못 건드리게 손을 묶어 놓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엄마가 원하는 대로 그냥 편하게 다 풀어줄 수도 없고 말입니다.




요 며칠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긴 시간을 부모님 병간호를 했다는 분들은 정말 대단하신 분들이구나... 하고 말입니다. 저는 명절이 끝나면 이 병간호인지 감시자인지하는 이 역할에서 해방이 되겠지만, 이게 일상인 분들은 도대체 어떻게 버티는 것인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살짝 겁이 습니다.

저 같은 딸이 있으면, 나도 나중에 잘 몰라서 고집부릴 때마다 똑같이 구박받겠구나... 하고 말입니다.

솔직히 저는 현명하게 대체하는 법을 잘 모르겠습니다. 아닌걸 자꾸 이상한 논리로 우기고 고집을 부리고, 안되는 걸 해달라고 사람을 괴롭히다시피 하니 순간순간 올라오는 화를 참을 수가 없습니다.

원래도 효녀는 아니었지만, 이제 점점 더 효녀랑은 거리가 멀어지고 있습니다.


분명 나중에 이 시간을 돌아보고 후회할 것이 분명한데 말입니다.


[커버사진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 긴 병에 효자 없다 (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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