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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Dec 26. 2024

기출문제를 풀어보니, 내가 그 허수였나 봐

내가 초시였을 때, 연간 커리큘럼을 보면 다음과 같았다.


9월~10월: 기본이론

11월~12월: 기본문풀

1월~2월: 심화이론

3월~4월: 기출문제풀이

5월~6월: 단원별 문제풀이(심화문풀)

7월~8월: 파이널 문제풀이


정말, 지금 봐도 미친 강의일정일 수밖에 없는데 8월 둘째 주에 시험인데 8월 첫째 주까지 강의가 있다..

이건 심지어 하나도 밀리지 않고 모든 강의를 수강했을 경우 한 과목당 들어야 하는 것이다. 김준과 같은 일부 강의를 제외하면 파이널 강의까지 수강한다면 8월까지 강의를 수강해야 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당연히, 초시의 나는 심화이론을 할 당시부터 어려움을 느낀 순간이 여럿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원의 진도는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절대적 시간을 늘려 심화이론 복습의 절대적인 양을 늘렸고 새벽공부를 시작하게 된 것도 이때부터였다.

어느 정도 심화이론을 익히고 심화이론에 대한 개념문풀을 풀 수 있게 되어 자신감을 얻게 되었고 드디어 기출문제강의를 수강하기 시작하였다.


일반화학, 유기화학까지는 그래 오케이! 괜찮다 이거야

그런데 내가 가장 큰 벽을 느꼈던 것은 일반물리와 일반생물이었다.


초시에 수강했던 조영상 교수님의 기출강의책 이것도 지금에서야 추억이지 그때당시엔 꼴도 보기 싫었음

물리는 정말 내 인생에서 PEET때가 거의 처음이었는데 역학이 너무 어렵고 적용이 안되다 보니 진도도 안 나가는데 이 강의를 수강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수업을 빠지면 강사선생님께서도 아시기 때문에 빠질 수도 없었고 못 풀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수업 가는 것도 스트레스, 이걸로 점수화되어 평가되는 것도 스트레스, 나 자신에 대한 실망감으로 인한 스트레스 등.


나는 앞에 서술하진 않았지만, 9월부터는 단과반 종합반을 들었기 때문에 단과만 신청해서 듣는 사람들+나처럼 단과패키지를 수강하는 사람들이 합쳐서 수업을 들었고 이 강의에서 한 내용이 그대로 촬영되어 인강으로 판매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간접적이겠지만 내 성적이 정답률에 반영이 되기 때문에 부담이 안 갈 수가 없다. 근데 정답률 볼 때마다 놀란 건.. 정말 단과반을 수강하는 사람들은 고수가 너무 많다. 나랑 가장 친하게 지냈던 친구도 물리를 분명 처음 했던 친구였는데 20문제 중 17문제는 거뜬히 맞았다. (물론 인서울 상위권 대학의 전공과, 과탑이긴 했지만 그래도 그 친구도 초시였기 때문에 대단한 것은 맞다.)


그래서 탈주욕구가 솟아올랐지만, 탈주 = 시험포기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정말 끝까지 앉아있었던 것 같다. 사람이 그래도 시험을 치르는데 기출까지는 들어야지


그리고 일반생물학의 경우 기출문제를 풀 때 도대체 개념이 적용이 하나도 안 되었다. 이는 일반생물학의 방대한 양 때문이었다. 양 자체가 너무 방대하다 보니 회독을 하는 시간이 너무 길어졌고 전체 개념을 다 돌리는데 한 달은 무슨, 3달 정도 걸리다 보니 앞에 무슨 내용을 다뤘었는지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았다.

하지만 기출문제는 친절하게 단원별로 나오지 않고 순서가 섞여서 나오고, 어떤 문제들은 개념들이 단원끼리 연계되어 나타났기 때문에 개념을 떠올리는 것이 쉽지 않았다.


기출문제 커리큘럼을 들으며 나는 생각했다.

아 내가 허수였구나


기출문제 관련된 짤 중에 이 짤이 있다.

합격생은 기출문제를 최대한 많이 하려고 하는 반면, 일반 수험생은 얼마나 회독해야 하는지 질문을 한다고 했는데 나는 이 즈음 몇 번 회독해야 하는지 주변 친구들에게 묻고 있었다.



하지만, 이건 정말 사실이다.

정말 자신이 이번 시험을 위한 준비가 안 된 것 같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라도, 무조건 기출까지는 풀어야 한다. 기출을 하나도 풀지 않고 시험을 임하는 것은 정말 말이 안 된다.

나도 그래서 비록 PEET 초시 때는 썩 만족스러운 표준점수를 받은 것은 아니지만, 그건 한 과목에서 문제가 좀 크게 있었기 때문이지, 나머지 과목은 문과 초시 치고는 상당히 준수한 정도로 나왔다. (개인적 기준) 이건 그래도 기출문제까지는 내가 충실히 강의를 수강하고 이것 만이라도 잘 마스터하자는 마음으로 회독을 많이 돌렸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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